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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혈관 타고 움직이는 `의료용 나노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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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 정복 돌파구로 첨단 나노의학 관심 커져
암세포만 공격해 치료하는 나노봇 실험 성공 사례도
인류 위협하는 바이러스 완전정복 현실화 기대
[시론] 혈관 타고 움직이는 `의료용 나노봇`
이호근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메르스(MERS)가 국내에 상륙해 전국민을 공포에 떨게 하고 한국경제에도 엄청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2003년 중국과 홍콩 등을 강타했던 사스(SARS) 그리고 지난해 아프리카는 물론 전세계를 공포에 몰아 넣었던 에볼라(Ebola) 바이러스도 메르스처럼 크기가 아주 작은 전염성 병원체다. 바이러스는 혼자서는 살 수 없어 사람과 같은 다른 생명체에 기생해야만 목숨을 유지할 수 있는 진화과정의 아주 하위단계에 있는 생물이다. 스스로 물질대사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숙주인 다른 생명체에 기생하여 유전물질을 복제해 많은 수의 바이러스를 만들어 낸다. 이 과정에서 숙주 세포가 손상되거나 파괴되어 숙주에게 질병을 일으킨다. 바이러스라는 단어가 '독(毒)'을 의미하는 라틴어 '비루스(Virus)'에서 유래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바이러스의 크기는 10~1000 나노미터로 세균 여과기를 통과할 정도로 작다. '나노 (Nano)'는 그리스어로 난쟁이를 뜻하는 '나노스(Nanos)'에서 유래된 것으로 1 나노미터 (nm) 는 10억분의 1 미터를 의미한다. 지구의 크기를 1미터로 가정하면 1나노미터는 단추 하나의 크기에 해당한다. 바이러스의 크기가 나노미터로 표현될 만큼 작기 때문에 나노기술을 의료기술과 융합한 나노의학이 바이러스 정복을 위한 돌파구로 각광을 받고 있다. 나노의학 기술의 궁극적인 목표 중 하나가 나노크기의 로봇인 '나노봇(Nanobot)'을 개발하는 것이다.

나노봇에 대한 개념은 노벨물리학자인 리차드파인만(Richard Feynman)이 1959년에 미국 물리학회에서 행한 강연에서 처음 소개했다.

나노봇은 사람 몸속에 들어가 잠수함처럼 혈류를 헤엄치고 다니면서 바이러스를 박멸하거나, 자동차 정비공처럼 손상된 세포를 수리한다. 나노봇의 내부에는 목표물인 병원균의 모양을 감지하고 식별하는 나노센서와, 찾아낸 목표물을 파괴하도록 프로그램된 나노컴퓨터가 들어 있다. 혈류 속에서 움직이는 나노봇은 나노센서로부터 정보를 받아 나노컴퓨터에 저장된 병원균의 자료와 비교한 다음 바이러스로 판단되면 바로 약물을 방출해서 격멸한다.

공상과학소설에서나 나올 듯한 나노봇의 개발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 2012년에는 미국 하버드 대학 연구진들이 나노봇으로 환자의 정상세포를 손상시키지 않고 암세포만을 직접 공격해 치료하는데 성공했다. 이들이 개발한 나노봇은 암세포를 만나면 두 개로 이루어진 나노봇의 통을 열어 약물질을 쏟아 내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오는 2030년경이면 혈액 속을 헤엄치면서 바이러스를 제거하고 병든 세포를 치료하는 의료용 나노봇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나노기술의 원조는 중세시대 연금술까지 거슬러 올라 간다. 비록 나노기술에 대한 이론적 배경은 없었지만 중세시대 연금술이 가장 발달하였던 이슬람 문화권에서 나노기술을 활용하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십자군 전쟁 당시이슬람군이 사용하던 '다마스커스 검'은 철의 강도가 아주 높아서 십자군 기사들의 검과 갑옷은 물론 돌까지 벨 수 있어 '악마의 검'이라 불리며 유럽의 기사들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 넣었던 칼이다. 최근 독일의 과학자들이 고분해능 투과전자현미경(HRTEM)을 사용하여 다마스커스 검에서 탄소나노튜브를 발견했다. 나노기술의 원조가 중세시대 중동지역임이 밝혀진 셈이다. 메르스의 위협을 보면서 메르스바이러스 퇴치를 위한 돌파구로 평가받는 나노기술의 원조가 중동지역이라는 사실에서 역사의 아이러니를 느끼게 된다.

이호근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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