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마다 눈덩이로 늘어난 국가 빚… 포화상태
최경환 경제부총리(왼쪽 두번째)가 25일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합동 브리핑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유동일기자 eddieyou@
최경환 경제부총리(왼쪽 두번째)가 25일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합동 브리핑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유동일기자 eddieyou@
정부가 25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의 핵심은 추가경정예산(이하 추경)이다.
추경이 편성된 것은 2년 만으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에 가뭄까지 겹치면서 경제 활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성장률 3%대 방어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조치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하지만 추경 예산 대부분이 '적자 국채(세입 부족을 메우기 위한 국채)' 발행으로 마련될 가능성이 커 재정 건전성 악화에 대한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
일단 전문가들은 추경을 불가피한 조치로 보며 규모만큼 실제 편성 시기도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6월부터 확산되고 있는 메르스 사태로 인한 경제 충격을 줄이는 것이 목적이라면 추경은 한시라도 빨리 편성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과거 사례를 보면, 추경을 적시에 편성했을 때 경제 활력이 높아졌다. 가장 최근 추경이 있었던 2013년에는 17조3000억원이 편성됐다. 지난해 10월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13년 추경이 경제성장률을 0.367∼0.384%p 끌어올렸고, 2014년에도 경제성장률을 0.239∼0.252%p 높이는 효과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한 번의 추경으로 2년 연속 경기부양 효과를 낸 셈이다.
추경 규모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10조원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투자·증권업계에서는 올해 추경 규모가 10조~15조원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정부가 세입 부분은 5조원 정도, 세출 규모는 5조원 플러스알파 정도로 얘기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15조원의 재정집행이 경기를 살리는 데 충분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추경 외에 지방재정 집행률을 지난해보다 1%p 올려 올해 지방재정 지출을 약 3조원 늘리는 등 다양한 경기보강 대책도 동시에 추진하기로 했다.
최경환 부총리는 "시기적으로 추경 규모를 정확하게 밝히기는 어렵다"며 "재정보강 규모는 추경과 공기업 등의 세부 내용을 검토하겠지만, 경기상황이나 재정 건전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적당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7월 중 구체적인 추경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추경 재원은 대부분 국채 발행으로 마련될 것으로 예상된다. 2013년 추경 당시 한은 잉여금 2000억원, 세계잉여금 3000억원 등을 제외한 15조8000억원은 국채를 찍어 마련했다.
이에 따라 재정 건전성 악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도 추경 편성 이후 단기적으로 재정 건전성이 악화되는 것은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기재부의 '2014~2018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지난해 말 530조5000억원(잠정)이었던 국가채무는 올해 말 570조1000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추경 예산이 '마중물'이 돼 경제가 살아난다면 중장기적으로는 재정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경환 부총리는 추경 편성에 따른 재정건전성 악화 우려에 대해 "우리나라는 재정건전성이 세계에서 가장 양호한 국가 중 하나"라며 "단기보다는 중장기적 재정건전성을 보고 재정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게 각국의 방식"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복지를 위한 재정 소요가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지금처럼 '만성적 추경'이 편성된다면 국가 재정 건전성이 빠르게 악화될 것이라는 반론이 만만치 않다. 특히 한국 경제는 수출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국가채무가 늘면 대외 신인도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적절한 관리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정부가 내년도 국고보조금 사업 수를 10% 삭감하는 등 각 부처와 지방정부에 긴축 예산을 요구한 상황에서 추경 카드를 꺼내는 것은 '엇박자'라는 지적도 일각에서 나온다.
서영진기자 artju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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