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말까지 지속땐 사회적 비용 20조원 예측
한경연 "내수 서비스산업 전반 확대 가능성"
한경연 "내수 서비스산업 전반 확대 가능성"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의 여파가 한국 경제를 빠르게 집어삼키고 있다.
발생 한 달도 안 돼 소비가 급감하고 있고, 간신히 3%대를 유지하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도 2%로 하향 조정되고 있다. 최소 한 달만 이어져도 경상 GDP 손실액이 4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21일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메르스 사태가 발생 1개월 이내인 6월 말에 종결될 경우 경상 GDP 손실액은 4조425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상 GDP는 물가상승을 반영하지 않고 단순한 수치로 집계한 GDP를 뜻한다.
또 2개월째인 7월 말에 끝날 경우 경상 GDP 손실액은 9조3377억원, 3개월째인 8월 말까지 지속될 경우 연간 20조922억원이 감소한다고 한경연은 설명했다.
종결 시기에 따른 연평균 감소율은 6월 말 0.26%, 7월 말 0.61%, 8월 말 1.31%로 분석됐다.
소비와 투자, 수출 등의 경제지표도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6월에 종결될 경우 감소율은 투자 0.7%, 소비 0.25%, 수출은 0.39%로 조사됐고 7월 말까지 갈 경우 투자 1.61%, 소비 0.57%, 수출 0.91%씩 줄어들 전망이다. 8월 말까지 이어지면 투자는 3.46% 줄어들고 소비와 수출은 각각 1.23%, 1.98% 감소할 것으로 한경연은 내다봤다.
권태신 한경연 원장은 "메르스 사태가 장기화되면 우리 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메르스 사태로 국민들이 외출을 꺼리는 탓에 소비부진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15일 기획재정부가 국회 기재위원들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6월 첫째 주 백화점 매출은 5월 첫째 주보다 25%나 줄었다. 같은 기간 대형할인점 매출은 7.2% 떨어졌다. 카드승인액 역시 5.5%나 감소했다. 서비스·레저 업계도 울상이다. 6월 첫 주의 음식점의 카드 사용액은 5월 첫째∼둘째 주 평균보다 12.3% 줄었고, 영화관 이용자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4.9%, 놀이공원은 60.4% 각각 감소했다. 관광업도 직격탄을 맞았다. 한국 방문을 취소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6월 첫째 주 5만1809명으로 5월 20일∼6월 1일까지의 2657명보다 20배가량 급증했다.
과거의 사례를 볼 때 메르스 사태가 계속되면 특정 업종의 경제적 충격이 내수 서비스 산업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LG경제연구원(이하 LG경연)의 분석에 의하면 사스가 발생한 2003년 홍콩의 민간소비는 1년 이상 마이너스 성장을 했고, 2003년 상반기에는-4%를 기록하는 등 극심한 부진을 겪었다. 배민근 LG경연 책임연구원은 "사스 발생 당시 우리나라의 외국인 관광객 수는 40%까지 감소했다"며 "메르스에 의한 경제적 충격은 사스 발생 당시보다 클 수 있다"고 경고했다.
3%대 GDP 성장률 수성도 불확실하다. 메르스 발생 이전에 한경연과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모두 올해 한국의 GDP 성장률 전망치를 3%대 중후반에서 3%로 이미 크게 낮췄다. 여기에 메르스 충격이 더해지면 성장률이 2%대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한국금융연구원(이하 금융연)은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7%에서 2.8%로 내렸다. 임진 금융연 거시경제연구실장은 "메르스가 이달 중 진정돼도 성장률이 약 0.1%p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3%대 성장률 달성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연간 성장률이 2.6%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성장률을 0.4%p 끌어올리려면 22조원의 추경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서영진기자 artjuc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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