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 빠진 독일 경제는 과도한 '사회적 요인' 빼고
'경제적 요인' 강화해 노동시장 유연화 등
개혁정책 지속 추진 독일 부흥서 교훈 찾아야
'경제적 요인' 강화해 노동시장 유연화 등
개혁정책 지속 추진 독일 부흥서 교훈 찾아야
![[시론] `과도한 복지` 경제위기 부른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506/2015060302102351607001[1].jpg "[시론] `과도한 복지` 경제위기 부른다")
최근 52년 전 한국청년들이 광부와 간호사로 파견되어 일하던 독일 현장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한국은 1963년 광부, 1964년 간호사를 독일에 파견했다. 1964년에는 박정희 대통령이 독일을 방문해 당시로는 큰 금액인 1억5000만 마르크(약 4000만 달러) 재정 상업차관을 얻어 외환이 없던 시절 경제발전자금으로 요긴하게 사용했다. 당시 한국은 외환보유액이 1억 달러 정도에 불과하고 수출이라고 해야 가발을 수출하는 정도였으니 외환이 부족해 공장을 세울 기계나 원재료를 사올 엄두도 내기 힘들던 때였다.
국내에서 일자리가 없으면 해외 나가서 설움을 당하는 것이 국민들이다. 한국광부들이 가장 많이 일했다는 로베르크 탄광에는 많을 때는 400여 명의 광부들이 가건물 숙소에 머물면서 지하 1000~2000 미터 탄광에서 일했다는 모습을 둘러 보니 목이 메이지 않을 수 없었다. 1964년 비행기도 없어서 독일 대통령이 보내 준 비행기를 타고 독일을 방문했던 박정희 대통령은 너무도 험한 일로 고생하고 있던 광부 간호사들을 격려하는 자리에서 "우리가 못나서 이 곳 이역만리에서 고생하고 있지만 우리 후손들에게는 잘 사는 조국을 물려줍시다"는 취지의 눈물의 연설을 해서 울음바다가 되었다고 한 일화는 이미 인구에 회자된지 오래다. 당시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이 10여 년에 걸쳐 송금한 돈이 1억 여 달러에 달해 경제발전의 요긴한 시드머니가 되었다.
독일은 경제정책과 통일정책에서 한국에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 전후 오랜 사민주의가 초래한 과도한 복지, 재정악화, 성장률 하락, 실업증가로 몸살을 앓고 있는 독일경제를 재건하기 위해 사민당의 슈뢰더 수상은 1999년 영국의 노동당 블레어 수상과 함께 '블레어 슈뢰더 선언'을 발표하고 사민주의를 현대화하고자 하는 신중도(Neue Mitte) 노선을 천명했다. 경제정책에서 사민주의의 결과적 평등을 지양하고 자기책임을 강화하는 등 과도한 '사회적' 요인을 제거하고 '경제적' 요인을 강화하자는 내용이다. 노동시장 유연화 등 노동개혁을 위한 하르츠개혁(2003~5), 사회적 시장경제의 현대화를 위한 어젠다 2010(2003)을 추진하고 이어 교체된 기민당의 메르켈 정부도 동 정책을 이어받아 추진해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강한 독일 경제를 일궈 내고 있다.
남북이 분단되어 있는 한국으로서는 독일의 통일정책에서도 많은 교훈을 배울 필요가 있다. 독일은 동서독 관계정상화를 위한 동방정책을 추진하는 동시에 동서독 경제통합을 위한 경제통합과 통화통합 방안을 착실하게 연구 추진해 오다 구소련연방이 붕괴에 직면하는 등 기회가 오자 놓치지 않고 곧바로 평화통일을 달성했다. 준비된 자만이 기회를 살릴 수 있다는 교훈을 일깨워 주고 있다. 한국은 여전히 남북관계가 교착상태에 빠져 있고 북한은 핵을 개발하고 연이어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남북관계 정상화, 경제통합과 통화통합 방안을 연구 수립하고 추진해야 기회가 왔을 때 평화통일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튼튼한 경제와 평화통일을 이루어 낸 독일이 한국과 가장 큰 차이점은 독일은 이성주의 합리주의로 대화와 타협을 이루어 내고 국가와 민족 앞에서는 정파와 정당을 넘어 중장기정책을 추진하는 반면 한국은 감성주의 교조주의 정파주의로 비타협적 대립과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도 비타협적 대립과 갈등이 일상화되어 있는 감성주의 교조주의 정파주의를 지양하고, 민족과 국가의 장래를 위해서는 정파와 정권을 넘어서 중장기 정책을 수립 추진하는, 이성적 합리적인 사회와 국가로 환골탈태해야 사회도 안정되고 경제도 강건해지며 평화통일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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