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학칼럼] `고부가` 의약학 연구 선점하자](http://contents.dt.co.kr/images/201506/2015060302102251607002[1].jpg "[의과학칼럼] `고부가` 의약학 연구 선점하자")
교육구국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조선 말기 대표적인 애국계몽운동의 하나로서, 교육을 통해 민중을 각성시키고 인재를 양성하여 국력을 신장하는 것이 국권회복을 위한 급선무임을 강조한 운동이다. 이러한 교육구국운동은 1905년 무렵부터 설립되기 시작한 각종 애국계몽단체들의 활동을 통하여 전국으로 확산됐고, 전국 각지에 사립학교의 설립을 통해 학생들에게 민족정신과 애국혼을 불어넣는 중심 역할을 했다.
오늘날 전세계는 다국간 FTA 체결로 인해 하나의 경제권으로 통합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기업만이 살아남는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또한 연간 1조달러 규모의 헬스케어산업 분야는 웨어러블디바이스 등 IT 기술의 발달과 함께 세상을 뒤바꿀 혁명적인 기술로서 실생활에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21세기 세계경제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헬스케어 산업 중 가장 규모가 큰 것이 의약산업이고,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산업분야라고 생각된다. 이러한 현실에서 우리나라 의약학 분야의 발전을 주도하고, 창의적인 인재를 양성하는 의약학 교육 및 연구개발의 필요성은 20세기 초의 구국 인재양성의 필요성과 같은 중대한 국가적인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헬스케어 산업의 특징은 잘 다져진 의약학 기초연구의 결과가 통합적으로 활용되어 거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원천기술을 낳게 된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1970년대에 세균에 DNA를 인위적으로 삽입하여 형질전환을 유도하는 실험을 바탕으로 재조합 DNA 기술이 개발됐고, 이로써 인슐린 등 인간 단백질의 대량생산이 가능하게 된다. 이 재조합 DNA 기술을 개발하는데 참여한 40세의 보이어(Boyer)는 29세의 사업가 스완슨(Swanson)과 함께 1976년 샌프란시스코의 한 창고에서, 재조합 단백질을 생산하는 제넨테크(Genentech) 라는 회사를 설립하게 된다. 이 회사는 후에 2008년 연간매출 10조원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다. 2009년 로슈(Roche)사에 합병될 때, 이 회사의 가치는 46조원에 달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1980년에 설립되어 2014년 연간 매출 20조원으로 성장한 암젠(Amgen), 1987년에 설립되어 2014년 연간 매출 24조원대로 성장한 길리아드(Giliead) 등 많은 기업들이 바이오테크놀로지 산업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많은 다국적 제약기업이 버티고 있는 현실에도 불구하고, 의약학 분야는 여전히 무한한 잠재 가능성을 지닌 블루오션(Blue Ocean) 분야다. 지난 2001년 인간유전체 서열규명 이후로 비약적으로 거듭된 생명과학분야의 발전은 인류 질병의 정복이라는 장밋빛 청사진을 잠시 확보한 듯 했다. 그러나, 전세계는 아직도 암, 당뇨, 치매 등 불치병과 씨름하고 있고, 인체 세포의 복잡한 구조를 이해하면 할수록 아직도 우리가 풀지 못한 신비가 더욱 많이 발견되고 있다는 것이 과학계의 중론이다. 이러한 문제의 해답은 한 예로, 의약학 기초연구 분야인 단백질 연구에서 찾을 수 있다. 생체 내의 유전자 서열은 동일하더라도, 이를 통해 만들어진 단백질의 종류와 양에 따라서 우리의 인체는 서로 다른 기능을 나타내게 된다. 유전자는 '단백질의 설계도'라고 볼 수 있는데, 유전자 정보에 따라서 만들어진 단백질들의 활동이 집약되어 생리 현상이 일어나고 생명이 유지되며, 우리가 먹은 약은 체내에서 각종 단백질에 결합해 약효를 나타내게 된다. 따라서 단백질 연구는 의약학 기초연구이면서 동시에 헬스케어 산업의 핵심 소재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의약학 기초연구 분야는 세계적인 수준의 연구 결과를 보여주고 있고, 특히 단백질 연구는 핵자기공명장치, 방사광가속기 등의 첨단 연구장비와 더불어 유수 논문의 경쟁력 있는 결과로 미래 발전 가능성이 높은 분야이다. 우수한 두뇌와 높은 교육열, 첨단 IT 환경에 능숙한 우리나라 청년들을 격려하고, 안정된 미래와 함께 연구에 몰두할 수 있도록 지원해준다면, 의약학 분야의 연구에 세계적인 성과를 창출하고, 의약산업을 차세대 국가 주력 산업으로 도약시킬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문제는 연구현장의 청년들이 열악한 대우와 불확실한 미래로 인해, 연구자가 되기를 꺼려하고, 안정된 직장을 선호하게 된다는 것이다. 연구 현장에 있어서는, 단기적인 지원과 성과 도출에 대한 압박으로 인해 창의적인 연구 풍토가 위축되고 있다. 연구비가 끊기면 언제든지 실업자가 되어야 하는 박사급 연구원들이 학계 및 연구계에 즐비하다. 전세계적인 무한경쟁의 헬스케어 산업 분야에서, 교육구국의 정신으로 세계적인 의약학 기초연구를 주도하고, 창조적인 아이디어로 침체된 국가 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어 줄인재 양성을 위하여, 의약학 분야 기초 연구를 위한 중장기적 안목의 국가 주도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전영호 고려대 약학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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