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이덕환의 과학세상] (514) 건강기능식품

프린트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소비자의 건강상식 흔드는 정부·전문가
의약품 - 건강기능식품 명확히 구분해야"
[이덕환의 과학세상] (514) 건강기능식품


빠르게 성장해왔던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심각하게 휘청거리고 있다. 정부의 공식 통계에 따르면 2013년 건강기능식품 시장 규모는 2009년보다 54% 이상 늘어난 1조7920억이었다. 그런데 업계가 추정하는 실제 시장 규모는 4조를 넘는다고 한다. 정부가 시장 규모조차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건강기능식품의 승인과 관리의 부실도 드러나고 있고, 소비자 불만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건강기능식품은 건강 유지와 개선에 도움을 주는 '식품'이지 질병의 예방과 치료를 위한 '의약품'이 아니라고 한다. 그래서 건강기능식품을 의약품으로 오해하게 만들 수 있는 기능성의 표시와 광고는 법률에 의해 엄격하게 금지된다. 식약처가 표시와 광고를 심의하는 위원회도 운영한다. 2003년에 제정된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그렇다.

그런데 소비자의 인식은 전혀 다르다. 대부분의 소비자에게 건강기능식품은 의약품이다. 제품의 형상과 포장부터 식품과는 거리가 멀다. 알약이나 캡슐로 만들어진 식품은 공상과학영화에나 등장한다. 음료의 포장도 의약품에 더 가깝다.

비정상적으로 높은 가격도 그렇고 제약사나 바이오벤처기업이 개발·생산하는 것도 혼란을 부추긴다. 노골적으로 의약품 흉내를 내는 표시·광고·홍보도 넘쳐난다.

전통의학이나 민간요법에서 쓰는 '약재'를 원료로 사용하는 것도 문제다. 백수오는 식약처의 '대한민국약전외한약(생약)규격집'에 수록돼 있는 약재다. 한의사가 사용하면 '의약품'이 되고, 식품기업이 사용하면 '식품'이 되는 될 수는 없는 일이다. 더욱이 백수오 사태에서 드러났듯이 약재 생산·유통·관리는 총체적 부실에 빠져있다. 약재의 기원식물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품질도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

식품과 의약품의 구분이 쉬운 것도 아니다. 식약처가 강조하는 '발생위험 감소'가 '예방'과 어떻게 다르고, '생리기능 활성화'가 '치료'와 어떻게 구별되는지 분명하지 않다. 갱년기 여성의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제조업자의 주장이 소비자에게는 안면 홍조·발열, 기억력·수명·배변 장애, 우울·불안·신경과민, 관절·근육 통증을 예방해주고 치료해준다는 뜻이 된다. 전문성과 책무성을 망각해버린 '쇼닥터'와 언론이 혼란을 더욱 부추긴다.

식약처가 인정해주는 기능성의 근거도 허술하다. 동의보감과 같은 전통 의서가 막강한 힘을 발휘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절대적으로 신봉하는 전통 의서의 기록은 놀라울 정도로 부실하다. 약재의 정체·효능·기원식물에 대한 기록이 모두 용납하기 어려울 정도로 어설프다. 전통 의서만으로는 백수오의 정체를 정확하게 알아내기 어려울 정도다.

기능성과 안전성에 대한 식약처의 검증도 매우 걱정스럽다. 실제로 사람을 대상으로 질병 발생 위험 감소, 생리기능 활성화, 영양소 기능 강화 효과를 과학적으로 검증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독성학자와 수의학자의 동물실험 결과만으로 추정한 인체 기능성이나 안전성을 무작정 믿을 수는 없다. 인체 대상 임상시험이 꼭 필요하다. 제조사가 내미는 어설픈 학술논문 한 편으로 기능성과 안전성을 확인해주는 식약처의 승인 절차는 처음부터 비리에 가까운 것이다.

식품과학자와 정부의 책임이 무겁다. 식품의 기능성과 안전성을 객관적으로 분명하게 확인하기 위한 과학적 방법도 개발해야 하고, 제품의 품질과 소비자의 오남용을 막을 방법도 필요하다. 현대 의학에 대한 지식이 턱없이 부족한 식품·영양·독성·생약 전문가도 문제고, 생약·약용작물에 대한 지식을 갖추지 못한 의학 전문가도 문제다. 분야간 장벽을 뛰어넘는 전문성에 기반을 둔 융합적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건강은 소비자의 건전한 상식과 노력으로 지켜지는 것이고,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건강기능식품이 아니라 의사를 먼저 찾는 것이 순리다. 소비자의 건강한 상식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정부·전문가·언론이 먼저 정신 차려야 한다.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