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와 전망] `글로벌 거대은행`에 요구되는 것](http://contents.dt.co.kr/images/201505/2015051102100151607001[1].jpg "[이슈와 전망] `글로벌 거대은행`에 요구되는 것")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지 8년. 그동안 각국의 금융당국은 많은 새로운 규제를 도입해서 은행을 안정시키고 금융위기의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했다. 자본 및 유동성에 관한 새로운 규제들은 은행의 손실부담 능력을 개선하고 뱅크런(bank run)에 대해서도 좀 더 견딜 수 있게 만들었다. 새로운 규제조치들로 거대은행의 방만 경영도 줄어들 것이다. 여기서 거대은행이란 규모나 영향력이 매우 커서 정부도 감히 그 은행을 쓰러지도록 내버려둘 수 없는 대마불사(大馬不死)의 경우를 말한다. 그러나 이런 규제들도 은행 간의 상호연관 속에 잠복한 시스템 리스크(systemic risk)를 제대로 겨냥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
거미줄 같이 복잡한 금융거래망은 2008년 리먼 사태가 거대한 보험회사 AIG그룹을 거의 도산으로 몰고 갔고 자금시장을 동결해서 전 세계 기업들의 신용경색을 초래할 정도였다. 따라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과제는 거대은행이 보다 안전한 금융거래망을 유지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은행이 안전한 상호의존 관계를 유지하도록 하는 것은 개념적으로는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현재 은행은 그들이 빌려준 돈이 떼일 것만 걱정하지 그 대출이 금융시장 전체에 시스템 리스크를 증대시키고 연쇄부도를 초래하는 위험은 걱정하지 않는다. 일부 경제전문가들은 시스템 리스크를 증대시키는 은행에 대해서 그에 상응하는 세금을 부과하라고 권고한다. 그러나 거대은행을 과세하더라도 그들이 안전하지 않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또한 은행이 고객예금으로 투기성이 높은 투자은행 업무를 하는 것을 제한하는 규제(볼커 룰)도 도입된다.
은행이 공적자금을 남용해서 국민에게 부담을 주지 않도록 하는 방법은 무엇보다 은행을 부실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자기자본 비율을 높이면 은행경영이 건전해지고 금융위기 가능성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거대은행들은 위기에 처할 경우 정부가 쓰러트리지 못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실제로 낮은 자금조달 비용 등 간접적인 보조금을 받는 셈이다. 거대은행은 낮은 금리로 자금을 빌려서 파생상품, 헤지펀드 등 고수익 고위험 투자를 확대해왔다. 어차피 손해가 나면 정부가 구제해주고 대박이 터지면 자기 몫이 될 테니까. 금융감독 당국은 이러한 부당한 혜택을 줄이기 위해서 거대은행은 다른 은행들보다 높은 추가 자기자본 비율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거대은행들이 국민의 세금인 공적자금(公的資金)으로 과도한 위험 투자를 억제하려는 것이다.
바젤 은행감독위원회는 최근 미국의 JP모건체이스와 영국의 HSBC 등 29개의 글로벌 거대은행을 지정해서 다른 은행들보다 엄격한 추가 자본비율을 적용하도록 했다. 거대은행의 자본건전성을 강화하는 것은 그들로부터 공적자금의 남용을 막고 금융위기를 방지함으로써 은행을 보다 안전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대마불사 문제는 거대은행의 건전경영을 위해서나 금융감독을 위해서 해소돼야 한다. 이 은행들이 추가 자본비율 부담을 낮추려면 은행 규모를 줄이거나 다른 금융회사와 거래관계를 줄이고 덜 복잡해지면 된다. 그러나 이론상으로나 경험상으로 어느 정도 자본 확충이 금융위기가 발생할 경우 공적자금이 아닌 은행 주주들의 자기자본으로 은행 손실을 충분히 부담할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다. 이런 조치는 글로벌 거대은행에 대해서 추진되고 있지만 금융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공적자금으로 회생하는 국내은행들도 자본건전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재웅 성균관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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