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값 하락 불구 해외 판매용만 6% 내려… 90% 점유 국내시장선 담합 의혹
6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 넥센타이어 등 타이어 3개사는 지난해 일제히 제품 단가를 낮췄다. 원자재 가격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인데, 가격 인하를 해외 판매용에 국한해 국내 소비자들의 비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타이어 3사의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타이어 단가는 회사별로 한국타이어 6만8972원, 금호타이어 6만5535원, 넥센타이어 5만1726원으로 2011년과 비교해 평균 6%대 하락했다. 타이어의 원재료에서 50%가량 차지하는 천연고무와 합성고무가 같은 기간 각각 58.6%, 24.8%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소극적인 가격 반영이다. 과거 천연고무·합성고무 등이 35.9~50.0% 인상됐을 당시 제품 가격을 17% 올렸던 것과 대조적이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이 같은 가격 정책을 두고 타이어 3개사가 시장점유율의 약 90%를 차지하고 있는 과점 상황에 따른 현상으로 분석했다. 실제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는 2004년 천연고무 수입가격의 인상을 빌미로 타이어 가격을 공동으로 5~10% 인상해 공정위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이번 단가 인하는 그마저도 국내가 아닌 해외 판매용에 한정한 것이어서 국내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인하 효과는 거의 없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 타이어 품목 소비자물가는 0.8% 하락하는 데 그쳤다. 타이어업체들이 대리점에 가격을 낮춰 공급한다더라도 유통 단계에서 모두 이익을 챙겼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들 타이어 3사의 해외시장 챙기기는 낮은 브랜드 인지도에 따른 가격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는 게 복수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업계에 따르면 타이어업체들은 같은 품질의 유럽 타이어와 비교해 75~80% 수준의 가격밖에 책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타이어는 유럽 지역 물량을 담당하는 헝가리법인의 매출이 전년과 비교해 570억원 가량 감소했고, 금호와 넥센타이어 역시 해외 대부분 지역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 등 신흥시장에서는 저가 브랜드의 가격 공세에 치이고, 북미·유럽 등 선진시장에서는 프리미엄 브랜드에 밀려 국내 타이어 업계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면서 "기술적으로는 글로벌 수준까지 올라간 만큼 지역별 가격 책정에 있어 이들 업계의 고심이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노재웅기자 ripbir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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