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엔저 장기화… 수출 `가격 경쟁력` 흔들

프린트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원·엔 환율 900원대 초반까지 떨어져 제조업 실적 영향… 외환시장 안정화 정책 시급
엔저가 가속화되면서 세계 시장에서 일본기업과 정면으로 대결해야 하는 우리 수출기업들의 어려움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하지만 환율 정책을 자국에 유리하게 이끌어가는 미국, 일본 등과 달리 우리 정부는 다른 나라의 눈치만 보고 있어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6일 전문가들에 따르면 엔저 현상이 앞으로 2년간은 더 지속 될 전망이다. 일본이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에서 벗어나기 위해 양적 완화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2012년 6월 1500원대이던 원·엔 재정환율은 24일 905.8원(종가기준)까지 떨어졌다.

오정근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은 "일본정부가 2017년까지 양적 완화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앞으로 2∼3년간은 엔저가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엔저가 지속되면 한국 수출기업들은 직격탄을 맞게 된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수출 상위 100개 품목 중 50개가 겹친다. 특히 세계 시장에서 일본 전자제조사들과 맞대결을 해야 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뿐 아니라 도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 완성차 제조사와 경쟁하고 있는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해 996원이던 원·엔 환율이 올해 900원대 밑으로 떨어지면 국내 기업들의 수출은 8.8%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업종별 수출 감소율은 자동차 7.6%, 기계 7.9%, 정보기술(IT) 6.9%다.

일본 완성차 업체들은 엔저를 무기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도요타의 올해 1분기 미국 판매량은 10.5% 증가했고, 점유율은 1년 전 13.9%에서 14.6%로 높아졌다. 반면 현대·기아자동차는 1분기 미국 판매량이 6.9% 증가하고, 점유율은 7.8%에서 7.9%로 상승하는 데 머물렀다.


한 전자 제조사 관계자는 "엔화 약세로 일본에서 직접 사들이는 일부 부품 가격은 내려가겠지만, 액수가 큰 것은 아니다"며 "가장 큰 문제는 세계 시장에서 일본 기업과 경쟁을 할 때 가격 측면에서 우위를 점할 수 없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엔저는 이미 수출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이달 내놓은 경제전망보고서를 보면 수출규모(통관기준)는 5620억달러로 전년대비 1.9% 감소한다. 3개월 전까지 한은은 올해 수출규모가 전년보다 3.1% 증가한 5910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해왔다.

경제 전문가들은 엔저 쇼크가 본격화하기 전에 우리 외환 당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 연구위원은 "외환 당국이 외환 시장에 개입하는 방법도 있다"며 "환율 절상 및 통상압력에 대비해 일본의 무분별한 양적 완화로 시장에 개입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사전적으로 미국에 이해시키는 외교적인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준표 현경연 연구위원은 "외환 당국이 적극적인 외환시장 안정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아직 정부는 뾰족한 대책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 발표한 '엔저 대응 및 활용 방안'을 보완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올 1월 중소기업인들과 만나 "필요하다면 엔저로 어려움을 겪는 수출 중소기업을 위한 추가 대책 마련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서영진기자 artjuck@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