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와 전망] `글로벌 긴축의 역설`](http://contents.dt.co.kr/images/201503/2015033002100151607001[1].jpg "[이슈와 전망] `글로벌 긴축의 역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지 7년, 세계경제는 아직도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2008년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일시에 긴축정책을 추진했다. 그러나 긴축은 총수요를 위축시키고 경제 성장을 저해한다. 초(超)저금리 상태에서 위축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서는 양적완화(QE), 즉 돈을 찍어내는 수밖에 없다. 여기에서 주목할 것은 대부분 선진국들이 동시다발적으로 긴축정책을 실시했다는 점이다. 어느 한 나라가 긴축정책을 채택할 경우 그 나라의 재정건전성은 개선될 수 있고 금융위기를 벗어날 수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일제히 긴축정책을 택할 경우 글로벌 경기침체를 초래해서 모든 국가가 일시에 재정위기를 극복하기 어렵게 한다. 다시 말해서 '글로벌 긴축의 역설(the paradox of global thrift)'이 성립한다. 세계경제는 침체되고 경기부양을 위해서는 더욱 강도 높은 양적완화가 요구되는 악순환에 빠진다. 양적완화는 2012-2013년 이후 선진국들이 경쟁적으로 실시하고 있지만 자국 통화를 약세로 이끄는 고전적인 고(高)환율정책이다.
통화팽창은 금리를 낮추고 증가한 유동성을 해외로 밀어낸다. 유동성의 해외 유출은 자국통화 가치를 절하시키는 반면 경쟁국의 통화가치를 높여서 자국의 수출경쟁력을 강화한다.
그러나 최근 주요국들의 통화정책 방향을 살펴보면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째는, 만일 글로벌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요 선진국들, 예컨대 미국, 일본, EU, 중국 등이 일제히 양적완화를 추진할 경우 이들 국가들이 모두 약세 통화를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들 국가가 모두 수출증대를 통한 경기회복도 기대하기 어렵다. 즉 주요 선진국들이 재정건전성 및 경기회복을 위해 필요한 정책을 실시하더라도 그 효과가 별로 크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 환율전쟁은 제로-섬 경쟁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둘째는 미국, EU 및 일본은 양적완화를 시작한 시점이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미국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에 착수해서 2014년 채권 매입을 끝냈다. 일본은 2012년 12월부터 아베노믹스를 채택함으로써 양적완화를 본격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반면에 EU는 올해 들어 뒤늦게 양적완화를 시작했다. 따라서 미 연준이 금리를 높이고 점진적으로 채권매입을 줄여나가더라도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BOJ)이 시차를 두고 양적완화를 실시함으로써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대차대조표상의 자산 총규모는 크게 줄어들지 않을 전망이다. 실제로 주요 선진국의 양적완화 방향이 서로 엇갈리고 있다. 따라서 정책효과도 어느 정도 상쇄될 전망이며 글로벌 경기부양 효과도 제한적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진국의 양적완화가 있을 때마다 금융시장이 크게 요동치는 것은 그만큼 금융시장의 안정성 및 거시경제의 건전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조만간 미 연준이 금리를 인상할 경우 국내 자금이 유출될 우려가 있다. 원화가치가 절하되고 국내 유동성이 감소할 것이다. 미 연준의 금리인상이 몰고 올 변동성을 어떻게 최소화하느냐가 문제이다. 정책당국은 거시경제 건전성을 강화해서 미국의 금리인상에 대응해야 한다.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경기활성화 방안을 찾는 일이다. 지난 13일 한은의 금리인하 조치는 선진국들의 양적완화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라고 하겠다.
이재웅 성균관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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