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강자 시스코 매출 기준 '1위'… HP 판매대수로 반박
서버시장 1위 HP와 신흥강자 시스코가 블레이드 서버시장 1위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후발주자 시스코가 시장조사업체의 자료를 근거로 시장 1위에 올라섰다고 발표한 가운데, 줄곧 선두를 유지해 온 HP는 자료의 신빙성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공방이 가열되는 양상이다.
26일 시스코코리아는 시장조사업체 한국IDC 자료를 인용, 지난해 2분기 국내 x86서버 블레이드 부문에서 37%의 점유율로 1위를 기록한 데 이어 4분기에도 50%의 점유율로 한국HP를 제치고 시장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현대카드, 대법원 등 금융과 공공 영역에서 가상데스크톱 구축 사업이 활기를 띠었고, 클라우드와 통합 아키텍처 수요가 늘었기 때문으로 회사측은 분석했다.
시장 1위를 빼앗긴 한국HP는 시스코코리아의 발표에 불쾌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2분기에도 사실상 잘못된 실적 집계로 '시장1위' 마케팅을 펼치더니, 같은 해 4분기에도 상대를 자극하는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4분기에 한국HP는 5년 만에 유닉스 서버 시장 1위를 차지하며, x86서버 랙 부문, 블레이드 부문, 유닉스 서버 부문 등 모든 서버 부문에서 1위를 기록할 절호의 기회를 잡았지만 블레이드에서 시스코코리아에 발목을 잡힌 것에 자존심이 상한 상황이다.한국HP가 주장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서버 실적을 집계할 때 판매대수를 기준으로 하지만, 시스코코리아는 매출은 근거로 시장 1위라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2분기 국내 블레이드 서버 시장 자료를 살펴보면, 시스코코리아는 총 544대의 서버를 판매했으며 매출은 416만 달러(약46억800만원)를 기록했다. 이에 반해 한국HP은 같은 기간 경쟁사보다 300대 이상 많은 811대의 서버를 판매했지만 매출은 335만 달러(약36억7000만원)을 기록했다.
한국HP 관계자는 "시장가격이 어느 정도 고정된 상황에서 시스코코리아는 매 분기 한국HP보다 100~200대가량 판매대수가 적다"며 "하지만 매출이 20% 이상 차이가 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설명했다.
한국HP의 주장은 한국IDC의 조사결과에도 반영돼 지난해 2분기 시장 1위는 시스코코리아가 아닌 한국HP로 수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HP는 나름 지난해 실적을 재조사해 실제보다 30% 가까이 덜 집계된 매출을 포함했을 뿐이라고 설명했지만, 후발주자인 시스코코리아에 밀리고 있는 것을 만회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국IDC 관계자는 "실제로 지난해 2분기 시장자료가 수정돼 그 기간 시장 1위는 시스코코리아가 아닌 한국HP로 기록됐다"며 "아무래도 업체들이 자신에게 유리한 데이터만 보내기 때문에 이를 검증하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정용철기자 jungy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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