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학 칼럼] 한국 `저산소 의학`의 메카 되려면](http://contents.dt.co.kr/images/201503/2015032502102251607001[1].jpg "[의과학 칼럼] 한국 `저산소 의학`의 메카 되려면")
우리가 매일 숨 쉬는 공기의 20.8%는 산소로 이루어져 있고, 산소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에서 에너지를 생산하는데 필수적인 분자이다. 우리는 생명현상에 필수적인 산소가 부족한 경우를 '저산소(hypoxia)'상태라고 부르며, 일반적으로는 고산지대의 산소분압이 낮은 경우를 떠올릴 수 있다. 이 경우는 낮은 산소분압에 의해 전신적으로 저산소 상태에 빠지게 되고, 저산소증 (hypoxemia)에 의한 다양한 병리현상들이 나타나게 된다. 이와 같이 전신적 저산소 상태는 고산지대를 등반하는 산악인이나 항공우주에 종사하는 조종사 등 극히 일부의 사람에게 해당하는 이야기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흔히 일상생활에서 마주치게 되는 경우는, 전신적인 저산소 상태보다는 일부 장기 또는 조직에 국소적으로 저산소증이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동맥경화나 당뇨병이 있던 사람이 뇌혈관이 갑자기 막혀서 생기는 뇌졸중은 뇌의 국소 부위에 혈액공급이 안됨으로써 급성으로 극심한 국소 저산소증이 발생하는 경우이다. 이외에도 대사질환이나 노화에 의한 낮은 강도의 만성적인 저산소증, 고형암에서 종양의 중심부위에 발생하는 극심한 저산소 상태, 국소적인 급성 저산소 조직 주변 부위의 저산소 경사의 발생 등은 다양한 질환에서 흔히 나타나는 병리 현상이다. 따라서 우리 몸의 각 조직 또는 세포들이 다양한 강도와 기간의 저산소 상태에 대한 반응 메커니즘을 이해한다면 광범위한 질환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지난 10여 년간 고형암의 저산소 미세환경 분야에 연구역량을 집중하여 왔으며, Cell Death and Differentiation, Oncogene, Cancer Research, Advanced Materials 등 최고 권위의 학술지에 연구결과들을 발표했다. 그러나 특정 분야의 전문가 양성과 연구결과의 실용화가 가장 힘든 분야 중 하나가 의과학 분야임을 고려할 때, 필자를 비롯한 여러 연구자들이 개인적인 연구 성과를 뛰어 넘는 연구네트워크 구성과 특성화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특히 '저산소'에 대한 연구네트워크 구성은 독창적인 연구 분야로 특성화가 가능한 분야이며, '저산소 의학'에 대한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2014년 미래창조과학부의 한국연구재단 선도연구센터사업인 기초의과학연구센터 (Medical Research Center; MRC)로 지정받게 됐다. 센터장인 필자를 포함한 총 8명의 기초의학 및 임상의학 연구자들이 참여하고 있는 저산소 표적질환 연구센터 (Hypoxia-related Disease Research Center; HDRC)는 다양한 저산소 상태에서 질환의 근본적인 병리현상과 기전 연구에 기반해 진단과 치료의 타겟을 설정하고, 조기진단과 질병예측을 위한 분자진단 기술과 근본적 치료를 위한 신규치료제 개발을 목표로 하여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현재 1년차 연구에서 Ninjurin 1 단백질 조절을 통한 혈관성 발기부전 치료연구 (Proc. Natl. Acad. Sci. USA 발표), 산소-glucose 결핍에 의해 유도되는 암세포 신호전달 발현 연구 (Scientific Reports 발표), 암혈관 내피세포 분리기술을 이용한 방사선유도 혈관생성기전 연구 (Oncogene 발표), 당뇨의 수술적 치료효과 예측 바이오마커의 발굴 연구 (PLoS One 발표), 표적치료 신규항암제 개발 연구 (Oncotarget, J. Med. Chem. 발표) 등의 연구 성과를 얻고 있다. 이러한 초기 연구 성과들은 앞으로 전공융합 연구, 다학제 연구로의 발전, 연구 네트워크 강화 등을 통해 보다 실질적이고 창조적인 연구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를 위하여 현재 자율적으로 각 연구진끼리의 정기적인 연구 성과 공유와 연구주제 토론을 통해 개별 연구 성과를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더욱이 센터 운영이 계속되면서 구축, 발전하게 되는 특성화된 연구기반은 미래 기초의학 및 중개의학을 선도할 우수 인재들을 양성하게 됨으로써 명실상부한 '저산소 의학'특성화 연구센터로 발돋움하리라 생각한다. 이에 더하여 연구진과 관련 기관의 협력 아래, 연구 성과 창출-창의적 인재 양성-실용화-사업화의 선순환 구조가 구축된다면 명실 공히 국제적인 '저산소 의학'의 메카로 자리 잡을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이는 필자를 포함한 HDRC의 연구자들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와 국민이 원하는 국내 연구센터의 나아갈 방향일 것이며, HDRC의 연구진이 그 미션을 성공적으로 완성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연구에 매진할 것이다.
박헌주 인하대학교 의과대학 교수(MRC 저산소 표적질환 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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