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와 전망] `사이버 테러` 4가지 대처법](http://contents.dt.co.kr/images/201503/2015032302100151607001[1].jpg "[이슈와 전망] `사이버 테러` 4가지 대처법")
최근 정부합동수사단이 지난해 말 벌어졌던 한국수력원자력의 해킹사건의 범인으로 북한 해커조직을 지목했다. 해당 사건은 금전적 이익을 취하기 위한 테러가 아니라, 사회적 혼란을 일으킬 목적에서 벌어진 테러로, 자칫 국민 생명과 안전에 심각한 위기가 초래될 수 있었던 사건이었다. 국가기간시설에 대한 해킹이라는 점에서 영화 다이하드4에서 등장하는 순차적 테러 '파이어세일'이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불거지기도 했다.
그동안 사이버 테러가 불거질 때마다 당국은 허둥지둥 추가적인 보안대책을 세우기 바빴다. 사실 이들 테러를 면면히 들여다보면 막지 못할 만큼 정교하고도 치밀한 공격은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위기의식의 부재다. 한수원 사태만 해도 원전 전산망 아이디(ID)와 비밀번호를 한수원 직원과 용역업체 직원이 장기간 공유한 것이 원인이 됐다. 한수원 전체 인력 중 보안 시스템 전담 인력이 턱없이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다. 이제는 날로 지능화되고 고도화되는 사이버 테러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매우 어려우며, 내부망은 무조건 뚫릴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보안시스템에 대한 전면적인 검토를 실시해야 한다.
국가적 차원의 사이버 안보(安保)를 견고히 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조치가 필요하다.
첫째, 각 기반시설의 특성에 맞는 체계적 보안 시스템 구축해야 한다. 기반 시설의 제어시스템을 표적으로 삼는 테러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구축 계획 시부터 기반시설 전문가와 IT 시스템 전문가가 협업해야 한다.
둘째, 최근 사이버 테러는 국가 간 사이버전의 양상을 띠므로, 국가적 차원에서 사이버 인력을 양성하여 대비해야 한다. 국내에서도 데프콘 등 해외 유명 해킹대회에서 입상하는 유능한 해커들이 속속 배출되고 있는데, 이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한편 새로운 해커들을 육성하기 위한 체계적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셋째, 현재 금융권을 중심으로 강화되고 있는 최고정보보호책임자(CISO, Chief Information Security Officer) 제도를 현실화하고 국가기반시설에 우선적으로 적용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2014년 11월 29일부로 개정된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CISO 지정 신고 의무화 대상이 확대되고, 개정된 전자금융거래법에 의해 2015년 4월 16일부터는 CISO의 겸직을 금지하는 법안이 시행될 예정이다. 하지만 이는 일부 금융사에만 적용되는 것이어서, 사이버 안보의 최우선 대상이 되어야 할 국가기반시설로 해당 법안을 점차 확대할 필요가 있다.
넷째, 국가 R&D 예산 중 국가 기반 시설에 대한 사이버 보안이 차지하는 비중을 중장기적인 안목으로 높일 필요가 있다. 한수원 사태는 영화 다이하드 4에 등장하는 '파이어세일'의 3단계(수도·원자력 체계를 목표)에 해당하는 공격이었다. 1단계에 해당하는 교통기관 시스템이나 2단계에 해당하는 금융망·통신망도 상당 부분 해커들에게 노출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국가 기반 시설 전반에 걸친 대대적인 점검이 필요하며, 사이버 보안에 취약한 영역들에 대해서는 국가 R&D 예산을 획기적으로 높일 필요가 있다.
사이버 테러에 대해 보다 철저하게 대비하고 있는 미국은 이미 10년 전부터 국방부 주도로 GIG(Global Information Grid) 프로젝트로 불리는 총체적 통신 보안 사업을 시작했다. 2020년까지 자국 정보기관이 해킹 없이 전 세계 인터넷 망을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최첨단 네트워크 구축사업이다. 우리도 진행 중에 있는 안전한 네트워크(Safe Network) 관련 연구를 하루빨리 완료하여, 금융, 행정, 전력망 등 국가 기간망에 우선 적용해야할 필요가 있다. 당랑규선(螳螂窺蟬)이라는 말이 있다. 사마귀가 매미를 잡으려고 엿본다는 말로, 눈앞의 이익에 어두워 뒤에 따를 걱정거리를 생각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경제적 손실 등 당장의 손실에 연연하여 기반 시설에 대한 근본적 체질 개선을 서두르지 않는다면, 앞으로는 더욱 치명적인 테러에 무방비로 노출될 것이다. 국가 전체를 혼란에 빠뜨리는 사이버 테러가 더 이상 영화 속 허구가 아니라 언제든 현실로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김흥남 ETRI 원장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