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대 어젠다] 매출·수익 비공개 ‘조세회피’… 국제공조 필요
■ 창간 15주년 기획-15대 어젠다
(8) 다국적 IT기업 조세회피, 이대론 안된다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다국적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국내서 최대 조 단위의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누구도 정확한 매출 규모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 다국적 기업은 매출 등 실적 공시 의무가 없는 '유한회사'라는 우산 아래 숨어 공개를 꺼리고 있다.
정확한 매출을 모르니 정부조차도 제대로 세금을 매기기 어렵다.
구글 등의 조세회피는 납세의무가 모든 국민에 철저히 적용되는 대한민국에서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다.
우리나라가 다국적 기업의 조세회피 지역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 법적 조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0일 한국무선인터넷산업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애플리케이션 마켓 시장에서 구글의 구글플레이가 2조3349억원 가량 수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애플의 앱스토어는 약 1조4096억원으로 예상된다.
두 회사 모두 2013년에 비해 배 가량 매출이 늘었다.
앱 개발자와 마켓이 7대3 비율로 수익을 배분한다고 가정할 때, 구글과 애플이 플랫폼 제공만으로 국내서 얻는 수익은 각각 7700억원, 1600억원 가량이다.
구글은 국내 광고 시장에서도 네이버와 다음카카오에 이어 큰 매출을 기록 중이다.
업계는 구글이 국내 노출형(디스플레이) 광고 시장(2013년, 6820억원)에서 15% 점유율을 차지한 것으로 예상한다.
매출은 1020억원 가량이다.
여기에 구글 자회사인 유튜브가 지난해 국내서 300억원 가량 광고 매출을 올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서 구글이 한 해 거둬들이는 수입은 이미 1조원을 넘어섰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오라클 등 국내 대표 다국적 ICT기업도 매년 5000억∼1조원에 가까운 수입을 거둔 것으로 파악된다.
뒤늦게 국내 시장에 진입한 페이스북 역시 국내 모바일 광고 시장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통하고 있다.
국내 페이스북 이용자 수가 1400만 명(월간)을 넘어서며 최소 국내서 500억원 이상 수입을 올릴 것으로 추정된다.
다국적 기업이 국내서 올리는 매출액과 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지만 얼마나 세금을 내고 있는지는 정부조차 모른다.
정확한 매출을 알아야 세금을 매길 수 있는데, 이들은 유한회사라며 공개를 거부한다.
해외 국가들은 이러한 다국적 기업의 세금회피 문제에 단호하게 대처하고 있다.
영국은 지난해 말 자국 내 조세회피 외국 기업 수익에 25%를 세금으로 추징하겠다고 밝혔다.
영국은 이를 통해 앞으로 5년간 약 1조7000억원 가량의 추가 세수를 확보할 것으로 예상했다.
주요 조세회피처로 손가락질 받았던 아일랜드도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더블 아이리시'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더블 아이리시는 법인세율이 낮은 아일랜드에 다국적 기업 법인을 만들어 놓고, 자회사 기술료 명목으로 자금을 이동시킨 뒤 다시 버뮤다와 같은 더 세율이 낮은 지역으로 옮기는 회계기법이다.
애플과 구글이 조세회피를 위해 사용한 기법으로 전 세계적 비난을 받았다.
이에 비해 한국은 다국적 ICT기업의 조세회피 문제에 손을 놓고 있는 분위기다.
그나마 지난해 정치권에서 다국적 ICT 기업으로부터 세금을 받기 위한 법인세법과 소득세법 개정안을, 금융위원회에서 유한회사에 외부감사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입법 예고했다.
하지만 이들 법안 모두 추가 논의 없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미래창조과학부를 필두로 정부는 오히려 구글, 페이스북 등 다국적 기업을 창조경제 성공사례로 언급하며 우호적 관계를 만들려는 분위기다.
정부가 다국적 기업의 조세 회피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는게 전문가의 공통 지적이다.
이대로 가다간 세금 한 푼 내지 않고, 국내서 단물(이익)만 취하는 다국적 기업의 `무임승차` 가 늘어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이미 페이스북을 비롯해 우버 등최근 국내에 지사를 설립하는 해외 주요 IT 기업들은 모두 유한회사로 등록하는 분위기다.
이는 이들과 경쟁해야 하는 국내 ICT기업에는 역차별로 다가온다.
네이버, 다음카카오, 한글과컴퓨터 등 다국적 기업과 동일 선상에서 경쟁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은 모든 사업 실적을 공개하고, 이에 따른 세금을 꼬박꼬박 내고 있다.
홍지만 새누리당 의원은 "그동안 국내 진출하는 다국적 기업에 조세감면혜택을 주고, 국내 기업들보다 더 우대하는 경우도 많았다" 며 "다국적 기업을 감정적으로 압박하는 게 아니라 적어도 국내서 거둔 이익에 비례하는 세금은 내야 한다" 고 말했다.
다국적 기업의 조세회피 문제는 여러 국가가 얽힌 문제이기도 하다.
기업이 여러 국가에 법인을 두고 세율이 적은 곳으로 수입을 이전하는 편법을 쓰고 있어, 이를 바로 잡기 위해선 국가간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OECD에선 다국적 기업의 조세회피 차단을 위해 종합 대책을 마련하는`BEPS` (Base Erosion and Profit Shifting)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우리정부도 국제적 움직임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유향 국회입법조사처 과학방송통신팀장은 "세금을 거두려면 매출을 알아야 하는데 구글이 얼마를 벌어들이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는 나라는 한 곳도없다" 며 "다른 나라들과 적극적으로매출, 세금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함께BEPS 프로젝트에 적극 참여해 세금회피를 막아야 한다" 고 말했다.
김지선기자 dubs45@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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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다국적 IT기업 조세회피, 이대론 안된다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다국적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국내서 최대 조 단위의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누구도 정확한 매출 규모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 다국적 기업은 매출 등 실적 공시 의무가 없는 '유한회사'라는 우산 아래 숨어 공개를 꺼리고 있다.
정확한 매출을 모르니 정부조차도 제대로 세금을 매기기 어렵다.
구글 등의 조세회피는 납세의무가 모든 국민에 철저히 적용되는 대한민국에서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다.
우리나라가 다국적 기업의 조세회피 지역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 법적 조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0일 한국무선인터넷산업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애플리케이션 마켓 시장에서 구글의 구글플레이가 2조3349억원 가량 수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애플의 앱스토어는 약 1조4096억원으로 예상된다.
두 회사 모두 2013년에 비해 배 가량 매출이 늘었다.
앱 개발자와 마켓이 7대3 비율로 수익을 배분한다고 가정할 때, 구글과 애플이 플랫폼 제공만으로 국내서 얻는 수익은 각각 7700억원, 1600억원 가량이다.
구글은 국내 광고 시장에서도 네이버와 다음카카오에 이어 큰 매출을 기록 중이다.
업계는 구글이 국내 노출형(디스플레이) 광고 시장(2013년, 6820억원)에서 15% 점유율을 차지한 것으로 예상한다.
매출은 1020억원 가량이다.
여기에 구글 자회사인 유튜브가 지난해 국내서 300억원 가량 광고 매출을 올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서 구글이 한 해 거둬들이는 수입은 이미 1조원을 넘어섰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오라클 등 국내 대표 다국적 ICT기업도 매년 5000억∼1조원에 가까운 수입을 거둔 것으로 파악된다.
뒤늦게 국내 시장에 진입한 페이스북 역시 국내 모바일 광고 시장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통하고 있다.
국내 페이스북 이용자 수가 1400만 명(월간)을 넘어서며 최소 국내서 500억원 이상 수입을 올릴 것으로 추정된다.
다국적 기업이 국내서 올리는 매출액과 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지만 얼마나 세금을 내고 있는지는 정부조차 모른다.
정확한 매출을 알아야 세금을 매길 수 있는데, 이들은 유한회사라며 공개를 거부한다.
해외 국가들은 이러한 다국적 기업의 세금회피 문제에 단호하게 대처하고 있다.
영국은 지난해 말 자국 내 조세회피 외국 기업 수익에 25%를 세금으로 추징하겠다고 밝혔다.
영국은 이를 통해 앞으로 5년간 약 1조7000억원 가량의 추가 세수를 확보할 것으로 예상했다.
주요 조세회피처로 손가락질 받았던 아일랜드도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더블 아이리시'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더블 아이리시는 법인세율이 낮은 아일랜드에 다국적 기업 법인을 만들어 놓고, 자회사 기술료 명목으로 자금을 이동시킨 뒤 다시 버뮤다와 같은 더 세율이 낮은 지역으로 옮기는 회계기법이다.
애플과 구글이 조세회피를 위해 사용한 기법으로 전 세계적 비난을 받았다.
이에 비해 한국은 다국적 ICT기업의 조세회피 문제에 손을 놓고 있는 분위기다.
그나마 지난해 정치권에서 다국적 ICT 기업으로부터 세금을 받기 위한 법인세법과 소득세법 개정안을, 금융위원회에서 유한회사에 외부감사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입법 예고했다.
하지만 이들 법안 모두 추가 논의 없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미래창조과학부를 필두로 정부는 오히려 구글, 페이스북 등 다국적 기업을 창조경제 성공사례로 언급하며 우호적 관계를 만들려는 분위기다.
정부가 다국적 기업의 조세 회피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는게 전문가의 공통 지적이다.
이대로 가다간 세금 한 푼 내지 않고, 국내서 단물(이익)만 취하는 다국적 기업의 `무임승차` 가 늘어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이미 페이스북을 비롯해 우버 등최근 국내에 지사를 설립하는 해외 주요 IT 기업들은 모두 유한회사로 등록하는 분위기다.
이는 이들과 경쟁해야 하는 국내 ICT기업에는 역차별로 다가온다.
네이버, 다음카카오, 한글과컴퓨터 등 다국적 기업과 동일 선상에서 경쟁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은 모든 사업 실적을 공개하고, 이에 따른 세금을 꼬박꼬박 내고 있다.
홍지만 새누리당 의원은 "그동안 국내 진출하는 다국적 기업에 조세감면혜택을 주고, 국내 기업들보다 더 우대하는 경우도 많았다" 며 "다국적 기업을 감정적으로 압박하는 게 아니라 적어도 국내서 거둔 이익에 비례하는 세금은 내야 한다" 고 말했다.
다국적 기업의 조세회피 문제는 여러 국가가 얽힌 문제이기도 하다.
기업이 여러 국가에 법인을 두고 세율이 적은 곳으로 수입을 이전하는 편법을 쓰고 있어, 이를 바로 잡기 위해선 국가간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OECD에선 다국적 기업의 조세회피 차단을 위해 종합 대책을 마련하는`BEPS` (Base Erosion and Profit Shifting)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우리정부도 국제적 움직임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유향 국회입법조사처 과학방송통신팀장은 "세금을 거두려면 매출을 알아야 하는데 구글이 얼마를 벌어들이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는 나라는 한 곳도없다" 며 "다른 나라들과 적극적으로매출, 세금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함께BEPS 프로젝트에 적극 참여해 세금회피를 막아야 한다" 고 말했다.
김지선기자 dubs45@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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