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뱅크' 추진… 금융권·IT업계, 형평성 등 문제 제기
경기도가 인터넷 전문은행인 '아이뱅크(I-Bank)' 설립을 본격 추진한다. 경기도는 사회적 금융 확대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기존 은행은 물론 인터넷 전문은행을 추진하는 IT기업들과도 경쟁이 불가피해 벌써부터 논란이 일고 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24일 서울 소공동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경기 아이뱅크 설립방안 공개토론회'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경기도는) 지난 1998년 외환위기 극복과정에서 경기은행이 퇴출돼 지방은행 없이 17년째를 보내고 있다"며 "경기도민들에게 꼭 필요한 지역 은행을 경기도가 가장 잘할 수 있는 ICT 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경기도는 4월 아이뱅크 설립을 위한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11월에는 예비인가를 신청할 방침이다. 이어 내년 상반기 중 예비인가와 본인가를 획득하고 7월 아이뱅크를 본격 출범한다는 계획이다. 설립 자금은 약 1000억∼2000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으나 구체적인 조달방안은 공개하지 않았다.
경기도는 아이뱅크를 사회적 금융의 발판으로 삼는다는 방침이다. 저금리 대출로 소상공인, 중소기업 지원을 강화해 지역 금융을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은행으로서 초기 기틀은 경기신용보증기금을 활용하기로 했다.
민병길 경기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기신보는 현재 19개 지점, 9개 출장소를 갖추고 있어 관계금융 형성에 이바지하고 있다"며 "또 우체국, 주민센터 등과의 업무 협약으로 실명확인을 대행하고 있어 비대면 인증방식 도입에도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경기도 시군과 기업, 상공회의소 등을 비롯해 국내외 핀테크 기업도 참여시킨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경기도의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 발표에 금융권과 IT업계 일각에서는 형평성 등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경기도가 인터넷 은행을 설립할 경우 국책은행, 공공은행 성격을 띌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NH농협은행이 경기도 도금고 역할을 하며 각종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경기도가 당장 인터넷 전문은행에 도금고 역할을 맡기지는 않겠지만 일부 서비스를 담당하도록 하고 장기적으로 역할 전환을 할 가능성이 크다.
인터넷 전문은행, 핀테크를 고려하는 IT기업들과 경기도의 경쟁도 문제다.
분당을 비롯해 경기도에는 네이버, 엔씨소프트 등 수많은 IT기업들이 있다. 이들 IT기업 중 일부가 인터넷 전문은행을 설립하고 경기도도 인터넷 전문은행을 설립하면 IT기업들은 시중 은행뿐 아니라 공공기관인 경기도와도 경쟁을 하게 되는 것이다.
한 IT기업 관계자는 "은행들은 물론 지자체까지 인터넷 은행에 나선다고 하니 인터넷 전문은행에 대한 고민이 더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가장 큰 문제는 경기도의 사례를 보고 부산시, 대구시, 광주시, 강원도, 충청남도, 제주도 등 각 지자체가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에 나설 가능성이다. 이 경우 인터넷 전문은행의 범람은 물론, 인터넷 전문은행에서 부실이 발생할 경우 그 부실을 지자체 주민들의 세금으로 보전할 수도 있다는 우려다.
강진규·박소영 기자 k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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