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수는 비위생적인 '전통 첨가물'
두부에 천연 글루콘산 사용 권장
두부에 천연 글루콘산 사용 권장
![[이덕환의 과학세상] (502) 간수와 글루콘산](http://contents.dt.co.kr/images/201502/2015022302101576103001[1].jpg "[이덕환의 과학세상] (502) 간수와 글루콘산")
두부는 간수로 만든다는 것이 우리의 일반적인 상식이다. 그런데 과연 간수가 무엇이고, 어떻게 생산되는 것인지를 아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오로지 전통이라는 이유만으로 간수를 고집할 이유가 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더욱이 맹목적으로 전통·친환경·천연에 현혹되어 더 나은 대안을 거부하거나 외면하는 일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이제 천일염에서 흘러나오는 침출수에 불과한 간수는 식용이 아니라 공업용으로나 써야 한다.
고염(苦鹽)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간수는 전통적으로 습기가 많은 곳에 보관해둔 천일염에서 흘러나온 침출수를 말한다. 간수를 뺀 천일염은 마그네슘이 제거되어 쓴맛이 없어진다. 천일염에 들어있던 마그네슘과 포타슘(칼륨) 등의 성분이 녹아 나온 쓴맛의 진한 소금물이 바로 간수다. 그런 간수를 버리지 않고 두부 제조에 사용한 선조들의 지혜는 대단한 것이었다. 천일염을 물에 녹여 깨끗한 정제염을 만드는 공장에서도 간수가 생산된다.
깨끗하게 만든 간수는 보통의 소금물과 마찬가지로 무색투명해야 한다. 그런데 '친환경 천연 간수'라는 화려한 이름으로 시중에서 유통되고 있는 대부분의 간수는 진한 누런색이다. 두부 제조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불순물이 잔뜩 들어있다는 뜻이다. 물론 염도가 높은 간수의 미생물 오염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정체를 알 수 없는 누런 불순물은 위생적이라고 보기 어렵다.콩에 들어있던 단백질이 녹아 나온 콩물(豆乳)에 소량의 간수를 넣어주면 순두부가 만들어지는 원리는 간단하다. 간수에 들어있는 마그네슘이나 칼슘 이온의 전하(電荷)에 의한 정전기적 인력이 단백질 사슬이 서로 뒤엉키게 만들어 주는 응고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두부의 제조에 마그네슘이 필요하다면 식품첨가물로 사용하도록 위생적으로 생산한 황산마그네슘(E518)이나 염화마그네슘(E511)을 사용하는 것이 훨씬 더 현명한 일이다. 공연히 전통이라는 핑계를 앞세워 비위생적으로 생산된 간수에 집착할 일이 아니다. 어차피 간수는 합법적인 식품첨가물도 아니다.
두부를 만드는 다른 방법도 있다. 두유에 식초나 레몬 주스를 넣어줘도 순두부가 만들어진다. 수소이온농도지수(pH)가 4∼5 정도가 되면 단백질 사슬이 풀어지면서 서로 뒤엉켜버리기 때문이다. 물론 식초나 레몬 주스를 사용하면 두부에 독특한 맛과 향이 생기게 된다. 전통적인 간수로 만든 두부의 맛과 향을 좋아하는 소비자를 위한 실용적인 방법도 있다. 바로 글루코델타락톤(GDL)이라는 응고제를 사용하는 것이다. 위생적으로 생산한 GDL을 사용하면 실크처럼 부드러운 연두부도 쉽게 만들 수 있다.
글루코델타락톤이라는 이름이 낯선 것은 사실이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에게 그런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런데 전문가라면 달라야 한다. 어느 종편에 등장한 엉터리 전문가들의 지적과 달리 GDL은 포도당을 누룩곰팡이로 발효시켜 만든 명백한 천연물이고, 전통적으로 치즈·소시지·빵 등에 널리 써왔던 중요한 식품첨가물(E575)이다. 수산물이나 과일을 이용한 식품에도 널리 사용된다. GDL은 결코 낯선 화학첨가물이라고 할 수 없다는 뜻이다.
GDL의 화학적 정체도 분명하다. 6개의 탄소가 연결된 탄수화물인 포도당을 발효시키면 수용액에서 산성을 나타내는 글루콘산(E574)이 만들어진다. 굳이 우리말로 부른다면 '포도당산'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글루콘산을 건조시키면 탈수(脫水)가 되면서 GDL이라는 흰색 분말 형태의 고리 화합물이 만들어진다. 그런 GDL을 화학적합성품으로 잘못 분류해놓은 식약처의 식품첨가물공전은 하루빨리 개정해야만 한다.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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