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학 현대카드 이사
■ 카드사 CISO에게 듣는다
"개인정보 유출 이후 무심코 건네주는 개인정보가 위험할 수 있다는 인식을 하게 됐고, 또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곳에서 우리의 개인정보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새롭게 알았습니다. 제도적인 변화를 보면 아주 광범위하게 사용되던 주민등록번호를 이제 법적으로 어디에도 사용하지 못하게 됐는데 이것은 엄청난 변화입니다."
12일 서울 여의도 현대카드 본사에서 만난 전성학 이사는 지난해 개인정보 유출사고 이후 정보보안에 대한 대국민 인식 전환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통신사, 홈쇼핑, 아파트관리비 납부 과정 등 미처 생각지 못한 곳에서 개인정보가 다뤄진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뿐 아니라 금융당국도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규제를 만드는 등 큰 변화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전 이사는 안랩 시큐리티대응센터장으로 있다가 2011년부터 현대카드에 영입돼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를 맡고 있다.
전 이사는 이제 정보보안이 업무의 변방이 아닌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영업시스템을 만들어도 보안취약점이 있는지 사전 검증을 받아야 하고 카드신청서 등에서 고객정보를 수집하거나 동의를 받기 위해서는 사전에 법적인 문제가 없는지 확인을 받아야 한다"며 "정보보안 업무가 정보보안실 만의 업무가 아니라 전 부서의 업무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카드는 보안 업무가 중요해지면서 최근 부서 개편과 함께 인력 충원을 진행했다. 정보보호 관련 팀을 기존 2개에서 4개로 확대 개편한 것이다. 또 정보보안실 4개팀 외에 IT·경영법무실 등 실별로 정보보안 관련 팀을 따로 편제했다. 보안인력도 30명에서 70명 가까이 늘려 업무를 충분히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 정태영 대표가 직접 아이디어를 낸 협력사 보안평가 제도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협력업체의 보안 수준을 직접 파견된 현대카드 직원이 점수를 매겨 매월 나눠주고 있다. 타사의 보안점수까지 함께 확인할 수 있어서 협력업체 스스로 보안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가 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전 이사는 "처음에는 협력사들이 보안평가를 받으라고 할 때 그다지 좋은 반응이 아니었다"며 "하지만 이제는 평가가 자리를 잡아서 재계약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또 타 카드사들도 현대카드 보안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은 협력사들을 선택하는 현상도 종종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모든 카드사들이 가격이 싼 것보다 보안이 좋은 협력업체와 계약을 하려고 하는 시대"라고 덧붙였다.
전 이사는 보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올해는 시스템 측면에서 나아가 보안에 대한 의식을 심어주는 보안전략을 실행할 방침이다. 그는 "업무를 하는 각각의 담당자들의 보안에 대한 생각이 바뀌지 않으면 아무리 제도를 만들고 시스템을 만들어도 완벽할 수 없다"며 "100% 완전한 시스템이 있을 수 없고 운영하는 사람이 신경 쓰지 않으면 좋은 제도도 무용지물"이라고 지적했다.
박소영기자 cat@
사진=김민수기자 ultr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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