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형 칼럼] `동세서점 시대`의 생존법](http://contents.dt.co.kr/images/201409/2014092902102251661001[1].jpg "[이근형 칼럼] `동세서점 시대`의 생존법")
1492년, 인류사를 구분 짓는 큰 사건인 아메리카 대륙의 발견이 콜롬부스에 의해 이뤄졌다. 이후 인류 역사는 큰 전환점을 맞는다. 수천 년 동안 동양에 눌려 지내던 유럽이 신대륙에서 수탈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동진에 나서 이후 20세기까지 전 세계를 지배한다. 이른바 '서세동점의 시대'다.
서세동점의 시대는 모든 면에서 인류의 삶을 변화시켰다. 서구의 사상과 경제 환경이 동양 사회에 전파되며 '발전'과 동시에 수많은 혼란을 일으켰다.
우리나라 역시 이 조류 속에 식민지로 전락하며 수많은 비극의 씨앗을 잉태하게 됐다.
영원할 것 같던 서세동점의 시대도 종말을 고했다. 거대한 인구와 자원을 앞세운 중국과 인도가 새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동세서점의 시대'가 온 것이다. 세계 경제의 주도권이 유럽에서 미국으로, 일본을 거쳐 중국과 인도로 넘어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대한민국의 위상도 흔들리고 있다. 강국 틈새에서 경제 선진국으로 도약하려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1인당 국민소득 2002년 2만달러를 돌파한 이후 10년이 넘도록 제자리걸음이다.
시대의 변화에 맞춰 혁신하지 못하기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최대의 무기였던 노동 생산성은 2010년 이후 정체돼 OECD 34개 국가 중 꼴찌 수준인 28위다. 세계 1등 상품은 갈수록 줄고 기업경쟁력은 해마다 떨어진다.
과거 우리가 하던 역할이 중국과 인도에 넘어갔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오던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부진은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분기 영업이익 10조원 시대를 열었던 삼성전자는 불과 1년여만에 분기 영업익이 반 토막이 날 처지다. 뚜렷한 대안도 없어 보인다. 이미 삼성의 역할을 중국 제조업체들이 빼앗아 가고 있다. 불과 몇년 전 일본 기업들을 추월하며 승전고를 울리던 삼성전자는 이제 뒤통수를 걱정해야 할 처지다. 또 다른 버팀목인 현대차도 상황은 녹록하지 않아 성장 한계에 봉착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위기의 근원에는 중국이 있다. 중국 산업의 발전과 기업들의 약진은 곧 한국 기업들의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서세동점의 시대 유럽 제국주의 국가들이 힘을 앞세워 전 세계를 집어삼켰다면, 중국은 거대한 내수시장과 인구, 풍부한 자원을 앞세워 세계 경제를 삼킬 태세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 잘나가던 우리 대표 기업들의 부진은 우리 경제에 심각한 충격을 줄 수 있다. 우리가 선진국이라 부르는 경쟁국에 비해 경제 발전의 역사가 짧은 만큼 버틸 힘도 약하다.
그만큼 기초 체력을 다져야 한다. 일본에 경제 주도권을 넘겨준 미국 기업들이 뼈를 깎는 변신의 과정을 거쳐 오늘까지 살아남아 있다는 점은 눈여겨봐야 한다. 반면 변화하지 않고 땅 투기에만 집중했던 일본 기업들의 지금 모습은 분명히 대비된다.
최근 한전부지 입찰에서 10조5500억원을 써내 낙찰받은 현대차가 화제다. 경쟁에서 떨어진 삼성전자가 쓴 금액을 놓고도 뒷말이 무성하다. 세계 자동차 시장이 전기차로 급변하는 데 이에 쓸 R&D 자금을 땅에 쓴 현대차나 위기라면서 이 입찰에 뛰어든 삼성전자나 모습이 좋아 보이지 않는다.
일본 기업들의 왜 지금 위기를 겪고 있는지 보면 답은 금방 나온다.
이근형 산업부장 ri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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