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예선 열린 문학경기장… 온라인 예매하고도 현장서 입장권 바꾸려 대기 `눈살`
지난 14일 인천광역시 남구에 위치한 문학경기장 축구 전용구장. 이날 이곳에는 한국 대 말레이시아의 아시안게임 축구 예선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말레이시아 응원단을 비롯해 전 세계 축구팬이 몰려들었다. 한창 축제 분위기로 달아올랐어야 할 경기장이었으나, 분위기는 정반대였다. 관람객들은 경기 운영위의 허술한 입장 관리에 얼굴을 붉히며 분통을 터뜨렸다. 입장권 처리가 늦어지면서 경기 전반전이 시작됐는데도 입장조차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첨단 정보통신기술(ICT) 아시안게임을 만들겠다는 구호와 달리 현장은 아날로그 방식 그대로였다.
경기를 보기 위해 가족과 함께 대구에서 올라온 이상민 씨(42)는 "한 시간 이상 줄을 서서 기다렸는데 ,경기가 시작하고도 30분이나 늦게 들어갔다"며 "국제 행사인데 이렇게밖에 못하는 게 한심하다"고 비판했다.
문제는 표를 끊는 방식이었다. 문학축구경기장은 온라인 홈페이지에서 표를 구매해도 현장에서 다시 종이표로 발급을 받아야 입장할 수 있는 옛날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바로 옆 문학 야구장에서는 온라인 표를 구매한 사람에게 바코드를 제공해 바로 입장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바코드나 QR코드로 영화관이나 놀이공원에 간편하게 입장하는 게 일반적이다.
문학축구장이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은 5만여명. 14일 한국 축구 예선전 경기에만 몰린 관람객이 2만여명으로 추산된다. 이날 수 백명의 인파가 차도를 가로질러 줄을 서 있었고, 차는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다니는 위험천만한 상황이 연출됐다. 전반전이 끝나갈 때까지도 입장하지 못한 관람객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급기야 경기장 측은 직원들에게 예매 번호를 종이에 적고 관람객들을 경기장에 입장시키는 주먹구구식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인천아시안게임 운영팀과 SK 문학경기장 시설관리팀은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어 19일 아시안게임 개막 이후 문제점이 개선될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아시안게임 경기장 운영팀 관계자는 "표를 끊는 방식을 비롯해 경기장 운영 전반의 관리는 SK측에서 담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SK문학경기장 시설관리팀 관계자는 "우리는 시설을 대여해주는 것이지, 아시안게임 전반 운영은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 소관"이라고 항변했다.
SK텔레콤은 이번 아시안게임의 주관통신사다. SK텔레콤측은 "조직위와 긴밀한 협력을 통해 IT, 통신, 방송 인프라를 성공적으로 구축했고, 다양한 스마트 서비스 제공 준비까지 마쳤다"며 "차질없이 운영해 역대 최고의 스마트 ICT 대회라는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문학경기장에서는 앞으로 16강전부터 결승전까지 11경기 이상의 게임이 예정돼있다. 그러나 이같은 사태가 반복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수 많은 해외 관람객이 모이는 국제경기대회에서 'ICT 강국' 면모를 선보이기는커녕 비웃음거리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김유정기자 click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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