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지구상에서 가장 발달한 정보통신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 자타가 공인하는 인터넷 강국이다. 실제 선진국이라고 하는 나라들의 인터넷 품질이 우리보다 열악하다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다. 우리 국민들이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초고속광대역 유선망이나 4세대 LTE 무선망은 자부심을 가져도 될 만하다.
이 때문에 다른 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IPTV가 1,000만명 가입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을 통한 대용량 콘텐츠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상승국면에 들어서면서, pooq이나 tving 같은 모바일 방송 서비스 이용자들도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그렇지만 역시 디지털 강국 대한민국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초강력 네트워크에 기반한 인터넷일 것이다.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구글과 맞서서 꿋꿋이 국내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네이버는 어쩌면 인터넷 강국 대한민국의 면모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커뮤니케이션 기술과 정보통신네트워크는 `불확실한 환경에 대한 인간의 효율적 대응'이라는 목표를 향해 진화해 왔다. 또 커뮤니케이션 기원이 옛 부족생활시절 외부로부터의 위협을 알리는 `마을 감시인(town crier)'에 있다는 설도 있다. 미국의 FCC 전신인 FRC는 20세기 초 선박에서 사용하는 무선주파수를 관리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구이기도 하다. 때문에 커뮤니케이션 기술은 환경과 공존하기 위한 인간들의 대응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디지털 융합기술이 인간의 삶과 공존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블랙홀처럼 인간의 삶 자체를 모두 거세게 빨아들이고 있는 느낌이다. 때문에 인터넷이 모든 것을 먹어버려 멸종한 `공룡의 비극'처럼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물론 폐쇄적이고 권위적인 사회시스템을 개방적이고 수평적인 시스템으로 전환시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반대로 무책임하고 무질서하고 여기에다 반사회적이기까지 한 왜곡된 의사소통의 병폐도 만만치 않다.
이번 `세월호 침몰' 사건은 네트워크 최강국의 어두운 모습만 극명하게 보여준 것 같은 느낌이다. 생전 들어보지도 못한 해난구조전화 122는 국민들이 친숙하게 알고 있는 긴급출동전화 119와 시스템적으로 전혀 연계되어 있지 못했고, 침수하는 세월호안에서 승객들의 휴대폰 구조요청에 거꾸로 침수지역을 묻는 해경의 질문에 말문이 막힌다. 세계 최강의 네트워크와 스마트 디바이스들로 몇 센티미터 이내까지 위치추적이 가능하다던 말이 과연 맞기나 한 것인지 의문조차 든다.
반대로 인터넷과 SNS에서는 거짓 장난메시지들로 초기 대응 및 구조작업을 혼란스럽게 만들었고, 구조방법이나 책임을 놓고 정부와 실종자 가족, 이해당사자간에 갈등만 증폭시켰다. 정부가 사이버 공간에서의 이 같은 반사회적, 반국가적 행위들을 엄단하겠다고 하지만 이처럼 낙후된 인터넷 문화수준에서 그런 처벌이 얼마나 효과 있을지 지극히 의문이다. 그렇다면인터넷 사용자나 물리적 네트워크만 가지고 인터넷강국이라고 허세를 부릴 것이 아니라 이번 같은 국가위기 시에 정보통신 인프라가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전면적인 검토와 재편이 필요할 것이다.
9.11테러이후 미국 FCC는 `공공안전과 자국안전'을 6개 전략분야의 하나로 설정한 전략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9.11같은 안보테러 뿐 아니라 모든 재난발생에 대비한 사회안전망 확보에 최우선을 두고 커뮤니케이션 인프라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누구든지 안전과 건강, 방위 등 어떤 긴급 상황에 처했을 때 어떤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통해서라도 긴급경보체계에 접근 가능하게 하겠다는 것이다.`국토안전부(DHS:Department of Homeland and Security)'설치하고 모든 재난관련 시스템을 통합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번에 정부가 보여준 무능력한 재난대처에 정보통신 역시 예외일 수 없다. 아니 어쩌면 이번 대형 참사의 중심에 부실한 정보통신네트워크 운영시스템이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인터넷에서 허위사실을 유포한 사람들을 처벌하는 사후약방문도 중요하지만 신속히 재난에 대응할 수 있는 전면적인 커뮤니케이션망 재구축이 더 시급한 일이다.
그러고 보니 지난 10여년 새로운 미디어들이 등장할 때마다, 재난에 대비한다는 명분들이 빠진 적이 없었던 것 같다. 하긴 KBS도 재난주관방송사로서 공적 책무를 다해야 하기 때문에 수신료도 올려달라고 강변해 왔다. 그런데 실제 닥쳐보니 `말로 만'이었던 것 같다. 이것이 세계 최강의 디지털 네크워크를 가졌다고 자부하는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민낯이다.
황근 선문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이 때문에 다른 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IPTV가 1,000만명 가입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을 통한 대용량 콘텐츠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상승국면에 들어서면서, pooq이나 tving 같은 모바일 방송 서비스 이용자들도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그렇지만 역시 디지털 강국 대한민국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초강력 네트워크에 기반한 인터넷일 것이다.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구글과 맞서서 꿋꿋이 국내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네이버는 어쩌면 인터넷 강국 대한민국의 면모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커뮤니케이션 기술과 정보통신네트워크는 `불확실한 환경에 대한 인간의 효율적 대응'이라는 목표를 향해 진화해 왔다. 또 커뮤니케이션 기원이 옛 부족생활시절 외부로부터의 위협을 알리는 `마을 감시인(town crier)'에 있다는 설도 있다. 미국의 FCC 전신인 FRC는 20세기 초 선박에서 사용하는 무선주파수를 관리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구이기도 하다. 때문에 커뮤니케이션 기술은 환경과 공존하기 위한 인간들의 대응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디지털 융합기술이 인간의 삶과 공존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블랙홀처럼 인간의 삶 자체를 모두 거세게 빨아들이고 있는 느낌이다. 때문에 인터넷이 모든 것을 먹어버려 멸종한 `공룡의 비극'처럼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물론 폐쇄적이고 권위적인 사회시스템을 개방적이고 수평적인 시스템으로 전환시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반대로 무책임하고 무질서하고 여기에다 반사회적이기까지 한 왜곡된 의사소통의 병폐도 만만치 않다.
이번 `세월호 침몰' 사건은 네트워크 최강국의 어두운 모습만 극명하게 보여준 것 같은 느낌이다. 생전 들어보지도 못한 해난구조전화 122는 국민들이 친숙하게 알고 있는 긴급출동전화 119와 시스템적으로 전혀 연계되어 있지 못했고, 침수하는 세월호안에서 승객들의 휴대폰 구조요청에 거꾸로 침수지역을 묻는 해경의 질문에 말문이 막힌다. 세계 최강의 네트워크와 스마트 디바이스들로 몇 센티미터 이내까지 위치추적이 가능하다던 말이 과연 맞기나 한 것인지 의문조차 든다.
반대로 인터넷과 SNS에서는 거짓 장난메시지들로 초기 대응 및 구조작업을 혼란스럽게 만들었고, 구조방법이나 책임을 놓고 정부와 실종자 가족, 이해당사자간에 갈등만 증폭시켰다. 정부가 사이버 공간에서의 이 같은 반사회적, 반국가적 행위들을 엄단하겠다고 하지만 이처럼 낙후된 인터넷 문화수준에서 그런 처벌이 얼마나 효과 있을지 지극히 의문이다. 그렇다면인터넷 사용자나 물리적 네트워크만 가지고 인터넷강국이라고 허세를 부릴 것이 아니라 이번 같은 국가위기 시에 정보통신 인프라가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전면적인 검토와 재편이 필요할 것이다.
9.11테러이후 미국 FCC는 `공공안전과 자국안전'을 6개 전략분야의 하나로 설정한 전략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9.11같은 안보테러 뿐 아니라 모든 재난발생에 대비한 사회안전망 확보에 최우선을 두고 커뮤니케이션 인프라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누구든지 안전과 건강, 방위 등 어떤 긴급 상황에 처했을 때 어떤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통해서라도 긴급경보체계에 접근 가능하게 하겠다는 것이다.`국토안전부(DHS:Department of Homeland and Security)'설치하고 모든 재난관련 시스템을 통합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번에 정부가 보여준 무능력한 재난대처에 정보통신 역시 예외일 수 없다. 아니 어쩌면 이번 대형 참사의 중심에 부실한 정보통신네트워크 운영시스템이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인터넷에서 허위사실을 유포한 사람들을 처벌하는 사후약방문도 중요하지만 신속히 재난에 대응할 수 있는 전면적인 커뮤니케이션망 재구축이 더 시급한 일이다.
그러고 보니 지난 10여년 새로운 미디어들이 등장할 때마다, 재난에 대비한다는 명분들이 빠진 적이 없었던 것 같다. 하긴 KBS도 재난주관방송사로서 공적 책무를 다해야 하기 때문에 수신료도 올려달라고 강변해 왔다. 그런데 실제 닥쳐보니 `말로 만'이었던 것 같다. 이것이 세계 최강의 디지털 네크워크를 가졌다고 자부하는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민낯이다.
황근 선문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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