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카드로 국내 인터넷쇼핑몰 이용해보니…공인인증서 요구하지 않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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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1순위로 대통령이 입에 담은 것은 공인인증서였다. 공인인증서가 우리나라 전자상거래의 글로벌 진출을 가로막고 있으며 국제 경쟁력을 저하시키고 나아가 일자리마저 만들지 못하게 하고 있는 `원수'로 집중 공격을 당하는 순간이었다.

대통령의 발언은 국내에 즉각적이고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문제는 공인인증서가 아니라 액티브X라는 기술적 주장도 있었고, 이용자에게 책임을 돌리는 금융기관의 작태를 공인인증서가 야기했다는 주장도 있었다. 공인인증서의 `대책없는' 폐지가 불러일으킬 혼란을 지적하면 `바보야'라는 반응만 돌아왔다.

정말 대통령의 말대로 외국인은 공인인증서 때문에 우리나라 인터넷쇼핑몰을 이용할 수 없었던 것일까.

30일 디지털타임스는 중국과 뉴질랜드에서 발행한 현지 신용카드를 각각 이용해 국내 대형 온라인쇼핑몰에서 `천송이 코트'와 `천송이 악세사리'를 구입해봤다.

먼저 당초 보유하고 있던 인터넷쇼핑몰의 아이디와 패스워드로 로그인을 해 해외 현지에서 발급한 카드를 사용하려고 했다. 하지만 `내국인'으로써 실명확인, 본인인증이 이미 모두 끝난 기자의 ID로는 `해외카드 사용' 선택항목 자체가 비활성화돼 이용할 수 없었다.

회원가입을 하지 않고 `비회원으로 구입'하는 항목을 선택해 물건을 구입하면 내국인과 외국인의 구별이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비회원 구입 항목을 선택하자 가장 먼저 나타나는 항목은 `본인 확인'이었다. 과거엔 주민등록번호나, 국내 거주 외국인에게 발급되는 `외국인 등록번호'를 입력해 본인확인을 했지만 현재는 법령 개정으로 번호 수집은 하지 않았고 대신 휴대폰 본인인증 창이 떴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그리고 알뜰폰을 선택해 자신의 번호를 입력하고 `본인'임이 확인돼야 비회원으로 물건을 구입할 수 있었다. 결국 해외에 있는 외국인은 물건을 구입할 수 없었던 셈이다.

약간 포인트가 빗나가긴 했으나 여기까지는 대통령의 말이 틀리진 않았던 셈이다. 그런데 정말 외국인이라면, 아예 처음부터 외국인으로써 회원가입을 하면 어떨까 싶은 마음이 들었다. esther KANG이라는 가명을 사용하고 외국인으로 가장해 회원가입을 했다. 별도의 `본인확인' 절차가 없었기 때문에 가입이 어렵지 않았다.

먼저 대통령이 언급했던 중국 온라인쇼핑 제한 사례를 확인하기 위해 중국 초상은행(China Merchants Bank)이 발행한 현지 카드를 이용, 천송이 악세사리로 유명세를 탔던 물건을 골라 결제를 시도했다.

국내 이용자는 물건을 고르고 결제를 시도하는 바로 이 단계부터 수차례에 걸친 액티브X 설치와 정보 재입력, 각종 보안모듈 설치로 짜증이 나기 시작한다. 실제로 신용카드사 및 결제대행업체(PG)가 제공하는 `안심클릭'이나 `이니페이' 등 별도의 결제모듈에서 결제를 하려면 일단 카드 등록과 본인확인 과정을 거친다. 논란이 된 공인인증서는 50만원 이상 제품을 구입할 때 필요하다. 최초 결제를 할 때는 금액에 상관없이 한번은 공인인증서를 통한 본인확인 과정도 거쳐야 한다.

그런데 초상은행 카드는 이같은 과정이 필요 없었다. 이 카드는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서 주로 이용되는 공동 결제플랫폼 `유니온페이'에 가입돼 있었다. 유니온페이는 카드번호만 입력하면 휴대폰 문자인증을 통해 바로 결제를 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어 오히려 국내 가입자보다 간편하게 단 두번의 단계(카드번호 입력, 휴대폰 인증)만으로 물건 결제와 구매 과정이 끝나버렸다. 대통령이 언급했던 공인인증서 요구는 없었다.

뉴질랜드 현지 은행인 이스트팩(ESTPAC) 은행 카드로는 `천송이 코트' 구매를 시도해봤다. 가격은 무려 3만달러(우리돈 3000만원)가 넘었다. 국내에서 이를 구매하려면 반드시 공인인증서가 필요하다.

이스트팩 카드는 비자(VISA) 플랫폼에 가맹돼 있었으며 이 온라인 쇼핑몰은 비자3D시큐리티라는 글로벌 공통 결제플랫폼을 제공하고 있었기에 웨스트팩 카드 결제를 요청하자마자 비자 결제창이 떴다.

카드번호와 유효기간, CVC 번호 세가지를 입력하자 주문번호와 구매금액에 대한 `확인(confirm)' 창이 떴고, 그간 국내 결제의 복잡한 단계에 익숙했던 기자는 설마 이 정도로 구매가 끝나랴 싶어 확인 단추를 클릭했다.

그 순간 `THANK YOU'라는 인사와 함께 구매가 끝나버렸다. 본인확인, 공인인증서 요구 절차는 없었고 심지어 휴대폰 인증조차 없었다.(당황한 나머지 떨리는 손으로 3만달러 구매 취소를 요청하느라 잠시 넋이 나갔다.)

국내 대표 쇼핑몰에서 외국인 신분으로 외국 현지 카드를 이용해 결제를 시도해보면서 공인인증서 요구는 단 한차례도 없었다. 오히려 내국인이 억울해 할 만큼 결제가 간편하고 손쉬웠다. 심지어 액티브X 설치 요구조차 거의 없었다.

대통령 발언 이후 수많은 언론들이 `아마존은 10초, 우리는 10분'이라는 식으로 외국 온라인 쇼핑몰의 간편한 결제와 우리나라의 복잡한 결제과정을 생생히 비교한 기사를 쏟아냈다. 실제 외국인은 우리나라 쇼핑몰에서 그같은 불편함을 느끼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그렇다면 박근혜 대통령은 왜 공인인증서를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을까. 현재 우리나라의 `전자상거래 무역수지'가 심각한 불균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은 짐작하기가 어렵지 않다.

해외 온라인 쇼핑몰에서 내국인이 직접 쇼핑을 하는 금액은 최근 조사결과 1조2000억원이 넘었다. 반면 외국인들의 국내 온라인쇼핑몰 이용은 매우 저조하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정부의 고민도 적지 않았으며 그 고민이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됐으리라는 추정도 가능하다. 다만 이 과정에서 엉뚱하게 원인을 `공인인증서'라고 잘못 지목한 것이다.

결국 외국인은 공인인증서 때문에 우리나라의 인터넷쇼핑몰을 이용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 명백하게 드러났다. 오히려 국내 인터넷쇼핑몰과 PG사, 신용카드사들은 내국인에게 폐쇄적인 결제 플랫폼을 요구했고 지나치게 많은 본인 확인 및 각종 보안모듈 설치를 강요하는 경향이 강했다.

쇼핑몰 자체의 문제도 적지 않았다. 유통시장의 왜곡된 구조가 온라인에도 그대로 반영돼, 수입품목의 심각한 가격거품이 있다는 게 소비자들의 해외 `직구'를 통해 고스란히 드러났다. 때문에 내국인들은 비싼 수수료와 해외 배송료를 지불하고서라도 해외 직구를 선호하게 됐고 그 결과 전자상거래 무역수지 불균형이 더욱 심화되고 있었던 것이다.

외국인이 우리나라 쇼핑몰을 찾지 않는 이유도 유사한 것으로 보인다. 공인인증서라든지 액티브X와 같은 미시적인 요소 때문에 우리나라 쇼핑몰을 외면했던 것이 아니라 제품의 가격 경쟁력, 언어 지원, 배송 범위, 수수료 체계 등이 글로벌 온라인 쇼핑몰에 비해 뒤쳐졌기 때문이다.

전자상거래 무역수지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먼저 해당 기업들이 이 부분부터 스스로 개선하고 경쟁력을 강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강은성ㆍ정용철기자 es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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