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의 눈` 단 스마트조선소 제조현장 가보니…

현대중 선박용 디지털 레이더 탑재한 단 스마트십 글로벌 출항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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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의 눈` 단 스마트조선소 제조현장 가보니…
■ 1부 과학ㆍICT 융합빅뱅
②조선산업 혁신무기 ICT


과학기술과 ICT를 근간으로 한 기술과 산업융합은 대한민국에 새로운 먹거리를 가져다줄 뿐만 아니라 의료, 에너지, 복지 등 국가적 이슈의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 본지는 `융합으로 새 길 여는 과학기술ㆍICT' 기획 시리즈 프롤로그를 통해 과학기술ㆍICT 융합의 필요성을 짚어본 데 이어(8월29일자 1, 13, 14면), 시리즈 1부에서 과학기술과 ICT 융합 현장을 소개한다. ICT 업체에서 기초과학 소프트웨어 업체로 변신한 모비스(5일자 13면)에 이어 조선산업에 ICT를 융합하는 현대중공업 제조현장을 찾았다.

동해와 접한 울산 전하동 현대중공업 조선소. 정문을 들어서자 608만㎡에 달하는 광활한 야드에서 건조 중인 대형 선박과 골리앗 크레인의 웅장한 위용이 시선을 잡아끌었다. 이 곳은 `똑똑한 배'로 불리는 `스마트십'이 탄생한 조선IT융합의 산실.

최근 수주가 활발한 LNG선과 드릴십(원유시추선)이 만들어지고 있는 도크(Dock, 배를 건조하는 시설)를 지나 자동차로 5분 가량 더 들어가자,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 컨테이너 박스와 대형 레이더가 설치돼 있었다.

◇반도체 기술로 선박용 레이저 개발=최근 현대중공업이 반도체 소자 기술을 융합해 국산화하는 데 성공한 `선박용 디지털 레이더'다. `선박의 눈'에 해당하는 디지털 레이더는 자동차의 내비게이션같이 선박의 안전한 항해를 돕는 조선 분야 핵심장비다.

소형 레이더는 대부분 국산화됐지만 컨테이너선 등에 쓰이는 대형 레이더는 원천기술을 확보하지 못해 외국기술에 의존해 왔다. 게다가 전략물자 품목으로 지정돼 국가간 수출과 기술이전도 제한돼 있었다.

김경훈 IT융합추진부 차장은 "감지 대상 식별력이 외산 장비에 비해 2배 이상 뛰어나고, 악천후에도 10㎞ 떨어져 있는 70㎝의 작은 물체도 탐지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전력 소모가 적고 내구성이 뛰어나 출력소자 수명은 기존 제품(3000시간)에 비해 16배 가량 긴 5만 시간에 달한다.

◇해상 물체 이동속도까지 화면에 표시=컨테이너 박스 안에는 디지털 레이더가 탐지한 각종 항해 정보를 화면으로 보여주는 통합항해정보시스템(INS)이 구축돼 해상 물체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레이더가 작동하자 해상 물체들의 모습이 전자해도에 하나둘씩 표시됐다. 전자해도는 현대중공업이 국내 업체와 협력해 새로 개발했다. 물체가 움직이는 방향과 속도는 물론 풍향, 파고, 해류 등 다양한 해상 정보를 자동차 계기판처럼 보여주는 시스템이 실시간으로 작동하고 있었다. 옆에는 선박이 잘못된 방향으로 항해하거나 선박 내에 문제가 생겼을 때 알려주는 항해진단정보시스템도 갖춰져 있었다.

모두 현대중공업이 디지털 레이더 관제와 운용에 필요한 기능만 최적화해 개발한 것들이다. 이 시스템을 이용하면 선박의 항해 상태를 원격으로 관제하면서 항해 중 이상상황에 긴밀하게 대응할 수 있다.

◇ETRI 협력 통해 개발 가시밭길 헤쳐=현대중공업은 디지털 레이저 개발 당시 고출력 전력증폭기 개발에 애를 먹었다. 기존 마그네트론(진공관) 방식 전력증폭기는 출력소자 수명이 4∼5개월 정도로 길지 않아 매번 교체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크고 유지보수 비용도 부담스러웠다. 소자 수명이 다하면 레이더 감지 성능이 크게 떨어져 화면의 레이더 영상이 흐릿해지고, 작은 암초 등 물체 탐지능력이 떨어져 선박 운항에 심각한 위험을 가져올 수 있다.

회사는 난제 극복을 위해 스마트십 개발 협력 경험이 있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 SOS를 보냈다. ETRI가 보유한 기술 덕택에 핵심 부품인 고출력 질화갈륨(GaN) 전력소자를 탑재한 고출력 전력증폭기(SSPA)를 개발해 시스템을 완성할 수 있었다.

출연연과 산업체가 각각 보유한 독자기술을 융합해 조선산업 경쟁력을 업그레이드할 IT융합 시스템을 내놓은 것.

문재경 ETRI GaN전력소자실장은 "개발부터 시연까지 3년간의 유기적 협력이 있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며 "ETRI가 보유한 IT 핵심기술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조선과 IT융합의 고도화=기술융합의 거센 바람 속에 조선IT융합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이미 지난 2006년부터 IT융합을 시도해 왔다.

첨단 IT기술인 RFID/USN을 활용한 작업환경을 구축, 공정과 작업관리를 효율화함으로써 생산성을 높였고, 블록ㆍ크레인 등 대형 기자재 이동과 관리에 따르는 안전문제를 개선했다. 조선소 내 IT융합 시도는 성공적이었고 기대 이상의 효과를 확인했다.

지난 2008년 ICT 연구개발의 본산이라 할 수 있는 ETRI와 협력하면서 융합은 가속화됐다. 거대한 야드에서 이뤄지는 선박건조 공정 전체를 ICT로 혁신하는 시도가 본격화된 것.

3년간의 작업 끝에 스마트십의 핵심 기술인 유무선 선박통합네트워크(SAN)와 야드 전용 통신망(YAN)이 완성됐다. YAN은 선박 건조 작업공간인 야드와, 건조 중인 선박 내부를 무선 통신망인 와이브로(WiBro)로 연결, 블록ㆍ자재ㆍ장비 등 각종 기자재에 대한 물류작업을 효율화하고, 작업자들이 원활하게 협업통신할 수 있게 한다. `선박 건조의 디지털화'가 구현된 셈이다.

SAN은 선박 내 모든 기능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제어하는 기술로, 선박 운용 디지털화의 핵심이다. 항해 중인 선박 내 관리자뿐 아니라 육상의 관리자도 엔진, 항해시스템, 각종 센서, 제어기 등의 상태를 하나의 통합화면으로 실시간 모니터링하면서 통제할 수 있게 됐다. 육상의 운영센터에서 태평양 해상을 이동하는 선박을 원격으로 보수하는 일이 가능해졌다.

현대중공업은 SAN과 YAN을 핵심으로 하는 `스마트십 1.0'을 완성, 세계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으면서 해외 수주도 늘고 있다.

최근에는 디지털 레이더와 선박통합항해시스템(INS)까지 더한 `스마트십 2.0' 상용화도 마치고 글로벌 조선시장에 출항할 채비를 마쳤다.

IT융합이 속속 성과를 거두면서 변화가 생겼다. 조선업계 최초로 조선IT융합 전담조직인 `IT융합부'를 새로 만들고 관련 인력을 보강하면서 조선소는 `스마트 조선소'로 변모하고 있다.

조성우 IT융합추진부 상무는 "그동안 축적한 대규모 항로 데이터를 기반으로 가장 안전하고 경제적으로 운항할 수 있는 최적의 항로를 빅데이터 분석으로 산출해 이를 `서비스로서의 소프트웨어(SaaS)'로 구현할 계획"이라며 "이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현대중공업만이 만들어갈 수 있는 조선분야 신시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선박 건조시장의 리더였다면 앞으로는 이를 뛰어넘어 미래 조선 개념을 제시하고 개척하는 `컨셉트 십' 리더가 되겠다"고 밝혔다.

특별취재팀=안경애, 이준기, 허우영, 남도영 기자 bongch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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