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생태계 복원 위해선 재정 지원이 필수 제약된 자원 속에서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다음세대 먹거리 집중적으로 발굴해야…
여기저기에서 창조경제라는 말이 들린다.
TV나 신문은 물론이고, 주변의 연구자들도 대형과제 제안서에 `창조'라는 단어를 꼭 넣으려고 노력하는 지경이다.
필자의 연구 분야는 경제와는 거리가 먼 기초학문이지만, 물질에 대한 지식을 만들고 학설로 인정받는, 그야말로 `창조'가 업이다 보니 이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겪게 됐다.
얼마 전의 일이다.
필자는 나노과학과 전기화학을 융합해 태양에너지를 수소 등의 연료화합물로 변환하는 연구를 수행하면서 관련 논문을 세계 유수의 학술지에 투고하였다.
하지만 심사평에는 논문의 핵심 아이디어가 기존의 내용을 조합한 것으로, 일류 학술지에 필수적인 창조성(creativity)이 없다는 지적이 담겨 있었다.
이에 필자는 창조성은 지식의 조각들(pieces of knowledge)을 독창적으로(in unique ways) 결합하는 과정으로, 본 연구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다른 분야의 지식을 결합하여 태양연료(solar fuel) 생산 분야의 돌파구를 제시한 창조적인 연구라는 요지의 답변서를 제출했고 결국 심사를 통과했다.
창조는 흔히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격언에서 알 수 있듯이 어떤 분야일지라도 기반이 되는 기초는 반드시 있다.
이런 이유로 연구자는 연구목표가 설정되면 목표와 관련된 광범위한 분야에서 선행연구나 기술 등을 조사해 다양한 지식의 조각들을 모으고, 마지막으로 이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조립해 새로운 결과를 얻어 목표를 달성, 즉 창조하게 된다.
조립된 지식의 조각들이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잘 팔리게 되면 훌륭한 창조로 인정받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훌륭한 창조를 위해서는 무엇이 반드시 필요할까. 블록 장난감의 예를 들어 살펴보자.첫째, 지식의 조각들을 많이 가져야 한다.
블록으로 훌륭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양한 모양의 블록들이 필요하듯, 창조를 위해서는 다양한 지식의 블록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에서 블록을 만드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기초학문이다.
기초학문은 경제성이 없다고 흔히 말하지만 컴퓨터도 고체물리학이 없으면 나올 수 없었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빅테이터(Big Date)의 활용도 결국 기초학문의 산물이다.
더 나아가 학문간 융복합을 통해 새로운 모양의 블록을 만들 수 있으면 더욱 유용할 것이다.
최근 가속화되고 있는 학문간 융복합 경향은 이러한 사회의 요구를 반영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기초학문과 학문간 융복합을 통해 다양하고 세밀한 지식의 조각들이 모인다면 창조적 자산(creative assets)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가지고 있는 블록들을 창조적으로 조립해 작품을 만드는 능력이 필요하다.
블록들을 설명서대로 만들기만 하는 것은 창조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우리 경제는 대기업 중심의 캐치업(Catch-up) 전략을 통해 기존의 설명서에 따라 빠르고 저렴하게 블록을 조립하는 방법으로 성장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은 고용 없는 성장, 극심한 양극화 등 근본적인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세계 경제는 각자가 시행착오를 거치며 다양하고 새로운 작품을 만들 것을 요구하고 있고, 정부는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경제 분야에서 창조력의 요람이라 할 수 있는 벤처 생태계를 복원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에 더해 연구개발과 연관된 연구자 생태계를 복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제에서 벤처기업이 담당하는 역할을 연구개발에서는 일반연구자들이 담당하고 있다.
벤처 생태계 복원을 위해 성장사다리펀드를 만들 듯, 연구자 생태계 복원을 위한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
지난 수년간 우리나라는 일부 대형 연구집단으로 연구자원 집중이 가속화됐다.
그 결과 2013년 연구과제 선정률이 기본연구는 33.9%, 중견연구자는 8.8%, 리더연구자 2%에 불과할 정도로 일반 연구자들의 기회가 줄어들고 있다.
자원제약 속에서 선택과 집중은 필요하다.
그러나 다음 세대의 먹거리를 발굴하고 창조경제를 고민하는 상황이라면 창조의 기본이 되는 블록을 만드는 기초학문과 창조력을 연구하는 일반 연구자들에 대한 지원이 소홀히 돼서는 안될 것이다.
황성필 명지대 화학과 교수
TV나 신문은 물론이고, 주변의 연구자들도 대형과제 제안서에 `창조'라는 단어를 꼭 넣으려고 노력하는 지경이다.
필자의 연구 분야는 경제와는 거리가 먼 기초학문이지만, 물질에 대한 지식을 만들고 학설로 인정받는, 그야말로 `창조'가 업이다 보니 이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겪게 됐다.
얼마 전의 일이다.
필자는 나노과학과 전기화학을 융합해 태양에너지를 수소 등의 연료화합물로 변환하는 연구를 수행하면서 관련 논문을 세계 유수의 학술지에 투고하였다.
하지만 심사평에는 논문의 핵심 아이디어가 기존의 내용을 조합한 것으로, 일류 학술지에 필수적인 창조성(creativity)이 없다는 지적이 담겨 있었다.
이에 필자는 창조성은 지식의 조각들(pieces of knowledge)을 독창적으로(in unique ways) 결합하는 과정으로, 본 연구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다른 분야의 지식을 결합하여 태양연료(solar fuel) 생산 분야의 돌파구를 제시한 창조적인 연구라는 요지의 답변서를 제출했고 결국 심사를 통과했다.
창조는 흔히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격언에서 알 수 있듯이 어떤 분야일지라도 기반이 되는 기초는 반드시 있다.
이런 이유로 연구자는 연구목표가 설정되면 목표와 관련된 광범위한 분야에서 선행연구나 기술 등을 조사해 다양한 지식의 조각들을 모으고, 마지막으로 이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조립해 새로운 결과를 얻어 목표를 달성, 즉 창조하게 된다.
조립된 지식의 조각들이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잘 팔리게 되면 훌륭한 창조로 인정받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훌륭한 창조를 위해서는 무엇이 반드시 필요할까. 블록 장난감의 예를 들어 살펴보자.첫째, 지식의 조각들을 많이 가져야 한다.
블록으로 훌륭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양한 모양의 블록들이 필요하듯, 창조를 위해서는 다양한 지식의 블록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에서 블록을 만드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기초학문이다.
기초학문은 경제성이 없다고 흔히 말하지만 컴퓨터도 고체물리학이 없으면 나올 수 없었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빅테이터(Big Date)의 활용도 결국 기초학문의 산물이다.
더 나아가 학문간 융복합을 통해 새로운 모양의 블록을 만들 수 있으면 더욱 유용할 것이다.
최근 가속화되고 있는 학문간 융복합 경향은 이러한 사회의 요구를 반영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기초학문과 학문간 융복합을 통해 다양하고 세밀한 지식의 조각들이 모인다면 창조적 자산(creative assets)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가지고 있는 블록들을 창조적으로 조립해 작품을 만드는 능력이 필요하다.
블록들을 설명서대로 만들기만 하는 것은 창조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우리 경제는 대기업 중심의 캐치업(Catch-up) 전략을 통해 기존의 설명서에 따라 빠르고 저렴하게 블록을 조립하는 방법으로 성장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은 고용 없는 성장, 극심한 양극화 등 근본적인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세계 경제는 각자가 시행착오를 거치며 다양하고 새로운 작품을 만들 것을 요구하고 있고, 정부는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경제 분야에서 창조력의 요람이라 할 수 있는 벤처 생태계를 복원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에 더해 연구개발과 연관된 연구자 생태계를 복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제에서 벤처기업이 담당하는 역할을 연구개발에서는 일반연구자들이 담당하고 있다.
벤처 생태계 복원을 위해 성장사다리펀드를 만들 듯, 연구자 생태계 복원을 위한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
지난 수년간 우리나라는 일부 대형 연구집단으로 연구자원 집중이 가속화됐다.
그 결과 2013년 연구과제 선정률이 기본연구는 33.9%, 중견연구자는 8.8%, 리더연구자 2%에 불과할 정도로 일반 연구자들의 기회가 줄어들고 있다.
자원제약 속에서 선택과 집중은 필요하다.
그러나 다음 세대의 먹거리를 발굴하고 창조경제를 고민하는 상황이라면 창조의 기본이 되는 블록을 만드는 기초학문과 창조력을 연구하는 일반 연구자들에 대한 지원이 소홀히 돼서는 안될 것이다.
황성필 명지대 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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