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산 SW, 시장 평가 달라졌다

  •  
  • 입력: 2013-08-07 20:40
  • 프린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경찰청이 7일 최첨단 과학수사시스템을 구축하면서 국산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전문업체인 알티베이스의 DBMS를 채택했다. 경찰청이 핵심 업무인 지문감식시스템에 이어 장문(손바닥지문)감식시스템까지 국산 DBMS를 선택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국내 DBMS 시장은 사실상 미국의 글로벌 소프트웨어(SW) 업체인 오라클이 장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전에 비해 위세가 덜 하다고는 하지만 오라클 DBMS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60% 가까이나 되고, 역시 미국 다국적 기업인 IBM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점유율을 합하면 외산 DBMS가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국산 DBMS 업체로는 티베로와 알티베이스 등이 있지만 시장점유율은 지난해에야 고작 5%를 넘어선 상황이다. 국산 DBMS들의 용처를 보면 기업들의 핵심 업무에 사용되기보다는 보조 업무에 사용되는 실정이다. 핵심 업무는 외산 DBMS를 사용하면서 덜 민감한 업무는 가격이 저렴한 국산, 그것도 일부만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경찰청이 국산 DBMS를 선택한 분야는 과학수사에 필요한 핵심 시스템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특히 지문감식시스템은 기존 외산 DBMS를 걷어내고 국산으로 대체해 더욱 눈길을 끈다.

경찰청은 국산 DBMS가 외산 제품에 비해 가격도 저렴하고 5∼10배정도 처리 속도가 빠른 동시에 안정적이라는 점에서 채택했다고 한다. 국산 DBMS의 성능을 처음으로 인정한 것이다.

경찰청이 핵심 업무에 국산 DBMS를 사용키로 한 것은 소프트웨어(SW) 업계 입장에서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그동안 성능은 떨어지지만 예산 절감이나 애국심 차원에서 국산 SW를 채택해 온 공공기관이나 기업들에게 국산 제품이 성능도 못지 않다는 점을 각인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국산 SW에 대한 평가가 이전과 달라지고 있다는 징후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특히 한글과컴퓨터, 티맥스소프트, 알서포트, 마이다스아이티, 포시에스, 윈스테크넷 등 해외에서 인정받는 국산 SW 업체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애국심에 의존하며 연명하던 2000년대 이전과 완전히 분위기가 바뀐 것이다.

지금의 결과는 국산 SW 업체들이 겪은 고통은 있었기에 가능했다. 수많은 SW 개발자들이 저임금에도 외산 SW를 대체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기 위해 밤을 새며 개발한 노력이 밑바탕이 됐다. 수많은 국가들이 SW 독립을 외쳤지만 결국 미국 SW 업체들의 위세 앞에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우리 기업들은 오라클이나 MS 같은 다국적 기업에 비해 100분의1도 안되는 개발 인력으로 기적을 일궈내고 있다.

앞으로 가야할 길이 더 멀다. 국내 SW 시장은 250억달러에 불과해 우리 SW 기업들이 글로벌 업체로 도약하기에는 너무 적다. 결국 미국(약 3794억달러), 유럽(약 2680억달러), 일본(약 896억달러) 등 거대한 SW 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이에 앞서 국내에서 먼저 해결해야 할 것도 많다. 이전에 비해 많은 개선됐다고 하지만 여전히 `SW 사대주의'가 만연돼 있어 이것부터 탈피해야 한다. 또 외산에는 제값을 주면서 국산은 깎으려 하는 행태도 개선돼야 한다. 무엇보다 국산 SW 업체들의 안정적인 연구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SW유지보수요율을 현실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계로 뻗어나가야 하는 SW 업체들의 발목을 안에서 잡아서는 안 될 일이다.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