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봅시다] 번인(Burn-in) 현상

장시간 켜둔 디스플레이에 `잔상 얼룩`
휴대전화ㆍ컴퓨터서 흔히 발생 화면 꺼두거나 자주 전환해야…

  • 프린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컴퓨터를 이용할 때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화면 보호기 프로그램이 탄생한 것은 모니터 화면의 변색 방지를 위한 것임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습니다. 컴퓨터 사용자라면 누구나 친숙한 화면 보호기 프로그램은 화면의 지속적 전환을 통해 특정한 소재와 회로의 과부하를 막아 잔상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었습니다.

최초 화면 보호기는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인 지난 1983년 12월 존 소샤라는 프로그래머가 개발했습니다. `노턴 커맨더'(Norton Commander)라는 파일관리 프로그램을 개발한 소샤가 만든 화면보호기는 IBM PC용으로 3분 동안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 시커먼 화면만 나타나게 한 것이 특징이었습니다.

이러한 화면 보호기가 개발된 배경에는 당시 모니터의 주류였던 브라운관(CRT) 모니터의 특성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당시 브라운관 모니터는 전자총을 쏴 형광물질을 발광시켜 색을 표현했습니다. 형광물질은 일정시간이 지나면 발광력이 약해지므로 색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계속 빔을 쏴야 했습니다.

이 때문에 한 색으로 너무 오래 화면을 지속하면 똑같은 강도로 빔의 자극을 받아 화면이 타게 되고, 그 구역의 형광물질은 수명이 다해 모니터 군데군데 색깔이 죽는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이를 번인(Burn-in) 현상이라고 하는데요. 화면이 오랫동안 정지된 상태로 실행하면 잔상이나 얼룩이 남는 현상입니다. 화면보호기는 이처럼 한 화면이 오랜 시간 정지되거나 멈추어 잔상이 남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흑백 모니터 시절에는 번인을 방지한다고 해서 `번 아웃'(Burn-out) 프로그램이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번인 현상은 디스플레이 방식에 따라 매우 다양하게 나타났는데, 크게는 자체 광원과 외부 광원을 쓰는 디스플레이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백라이트유닛(BLU)과 같은 외부 광원을 쓰지 않고 각 소자가 스스로 빛을 내는 디스플레이를 자발광 디스플레이라고 합니다. CRTㆍ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ㆍ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이 여기에 속합니다. 이들 디스플레이는 자발광의 특성상, 특정 화소의 수명만 줄어들면서 해당 픽셀의 휘도가 상대적으로 낮아져 잔상이 생기게 됩니다.

앞서 잠깐 언급했지만 CRT의 경우, 음극선관이라 불리는 전자빔(음극선)이 발사돼 형광물질을 때리면서 다양한 색깔의 빛이 구현되는 원리의 디스플레이입니다. 이 때 사용된 형광물질과 마스크가 장기간 사용으로 수명을 다하면 화면 가장자리가 특정 색깔로 변하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PDP의 경우, 플라즈마 소자에 고압의 전기를 가해 발생한 자외선으로 형광물질을 방사해 빛을 발생시키는 원리인데, 이때 소자가 조금씩 타게 되면서 자국이 남게 됩니다.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불리는 OLED는 두 개의 전극 사이에 유기물을 배열한 뒤 전자(+)와 정공(-)을 주입해 이들의 재결합을 통해 가시광을 발생시키는 원리입니다. 구조적 특성상 시간이 지나면서 발광층까지 도달하는 정공과 전자의 개수가 변화할 수 있는데, 이러한 변화는 발생되는 가시광의 양에 영향을 줘 밝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또 디스플레이의 색을 구성하는 적(R)ㆍ녹(G)ㆍ청(B)의 수명이 달라지면서 백색 좌표에 변동이 발생해 잔상이 생기기도 합니다.

외부광원을 쓰는 액정표시장치(LCD)는 얇은 필름형 트랜지스터(TFT)가 액정 분자에 전압을 걸어 배열을 변경시키고 이를 통해 조절된 빛으로 색을 표현합니다. LCD의 잔상은 특정 화면에서 액정이 느끼는 전압이 달라지거나 액정의 배열 상태가 달라지면서 그 경계부분 휘도(밝기)가 달라지는 것을 말합니다. 이러한 잔상은 크게 △TFT의 특성적 잔상 △잔류 DC성 잔상 △배향성 잔상 등 크게 3가지 원인으로 나타납니다.

TFT 제조 과정에서는 공정 산포(Dispersion)로 인해 각 화소마다 기본 전압 상태가 달라지게 됩니다. 이는 특정화면에서 장시간 켜 놓았을 경우, 구동과 비구동 화소 간 휘도 차이가 발생해서 이용자에게는 잔상으로 인지됩니다. 또 교류전압을 사용하는 LCD 패널의 특성상, 완벽한 교류전압을 제공해도 한쪽으로 전압이 치우치는 현상이 발생하고, 직류전압이 발생하게 됩니다. 원래 패널 내부에는 액정이나 기타 공정 중 발생한 불순물이 존재하는데 전압이 치우치면서 불순물이 붙은 액정과 불순물이 붙지 않은 액정이 생기게 됩니다. 이에 따라 두 액정간 구동속도와 투과율에 차이가 생겨 잔상이 남기도 합니다. 아울러 한 화면을 오랜 시간 놔두면 액정의 방향을 정해주는 배향(配向)의 특성이 변하면서, 액정의 반응이 떨어지게 됩니다. 이로 인해 휘도차가 발생, 구동 속도와 투과율이 변해 잔상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디스플레이 업체들에 번인 현상은 숙명 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 세계 디스플레이업체들은 수십 년째 완전무결의 디스플레이를 위한 도전을 계속 해오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디스플레이에서 번인 현상은 현재 진행형으로 쉽게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3월 애플 맥북프로에 사용된 IPS LCD 패널에서 번인 현상이 발생한 것과 관련, 고객들이 집단 소송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또 지난해 7월 삼성전자는 갤럭시S3 사용설명서에 HD 슈퍼아몰레드 화면에서 번인현상이 발생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방침을 명시해 논란을 빚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번인 현상의 원인이 수십 가지에 달한다면서 이같은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화면을 자주 변환해주거나, 기기를 움직여 가로ㆍ세로로 화면을 자주 전환해줄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도움말=삼성디스플레이 이홍석기자 dt.co.kr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