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세상] 디지털 활용 국악 대중화 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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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04-16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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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세상] 디지털 활용 국악 대중화 열자
서민석 이베이코리아 이사
`귀여운 여인'이란 할리우드 영화 중에 생전 처음 오페라를 보는 여주인공이 이탈리아 오페라를 보면서 눈물을 흘리는 감동적인 장면이 나온다. 오페라를 보는 사람의 반응은 아주 따분해 하거나 정말로 감격해 눈물을 흘리는 두 가지 반응 중에 하나라며 놀라워하는 남자 주인공에게 여주인공은 "너무 감격해서 오줌 쌀 뻔 했어요" 라며 천진하게 대답을 한다.

이처럼 큰 감동을 나는 국악에서 평생 꼭 두 번 경험을 해 봤는데, 그 첫 번째는 바로 너무나도 유명한 `서편제'에서였다. TV 채널을 돌리다 어쩌다 국악 공연이 나오면 휙 돌리기 일쑤였던 나에게 `서편제'란 영화는 그다지 흥미롭지 않았지만, 지방 출장 중에 남은 시간을 때우기 위해 들어간 개봉관 상영 마지막 날 아무도 없는 극장에서 홀로 지켜 본 서편제는, 뭐라고 예상을 할 수 없었던 감동을 가져다 주었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 그토록 찾아 헤매던 의붓 누나가 눈이 멀어 있는 것을 본, 의붓 동생이 고수를 하고, 처음 만난 고수의 북 소리를 `두 둥' 듣자마자 그리워하던 의붓 동생이란 것을 알면서도, 밤이 새도록 소리만을 하며, 날을 새고 별도의 군더더기 인사도 없이 눈물을 안으로만 감추며 헤어지는 두 남매 앞에서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누가 볼 까봐 어둠 속에서 닦아낸 경험은 쉽게 잊혀지기 어려운 경험이었다.

또 다른 하나는 5년 전 안동 하회탈 전수회 어르신들을 방문한 적에서였는데, 저녁에 고기를 굽고 막걸리를 마시던 어르신들이 어느 새 사라지셔서 궁금했던 우리들을 어르신들이 부르셔서 가보니, 안동 하회탈 전용 마당극장에 조그만 조명이 켜져 있는 것 아닌가

방금 전까지만 해도 우리 곁에서 약주를 드시던 어르신들은 어디 가고 `할매', `새색시', `마당쇠'로 변신한 그 분들이 서울서 멀리 찾아와 준 우리들만을 위한 공연을 해주시는데, 할매가 마당에 앉아 살아 온 신세 한탄을 하는 장면에서는 잘 알아 듣지도 못하는 경상도 사투리의 서글픈 노랫소리가 가슴을 조여 누가 먼저랄 것 도 없이 눈물을 쏟아 낸 경험이 있다.

우리의 소리인데도 불구하고 접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 중요성과 감동을 알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국악의 우수성을 알리는데 디지털 시대의 도구들이 중요하다. 자신의 감동을 주위사람들에게 나눠주려는 신세대 성향을 감안해 적극적으로 SNS 등 소셜미디어 도구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국악 관계자들도 오프라인에서 벗어나 인터넷을 통해 우리나라 관객들 뿐 아니라 제3세계 음악에 관심이 있는 해외 누리꾼들에게 적극적으로 다양한 방법을 통해 홍보할 필요가 있다.

우리 국악은 참으로 불행하게도 우리 곁에서 접할 기회가 별로 없지만 이처럼 한번 접하고 나면 참으로 설명할 수 없는, 측정할 수도 없는 감동의 큰 물결 앞에 그대로 휩쓸리는 마성을 가지고 있다. 그런 알토란같은 경험 후에는 국악고 주변에 사는 내가 가끔 산책 중에 흘러 나오는 피리 소리에 귀 기울이고, 놀부 심술가 중에 "똥누는 놈, 주저 앉히기~ 앉은뱅이, 태액껸" 소리에 자지러지게 웃게 된 건 물론이요, 이제는 해금을 꼭 배워 볼 꺼 라고 국악원을 찾고 있으니 우리 국악이 가진 매력은 무엇에 견줄 바가 아닐 것이다.

이번에 국립국악원에서 연희 전용극장을 세운다고 한다. 연희는 우리말로 "말과 동작으로 여러 사람 앞에서 재주를 부림"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실상,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모든 국악 중에서 아마도 남사당 패 공연이 가장 근접한 뜻이 아닐까 한다. 언어를 주로 사용하지 않고 보조재로 사용하면서 몸짓으로 음악으로 그리고 그것들을 초월하는 감정의 공유로 공연을 이끌어 가는 연희 전용 극장이 생긴다 하니, 자못 기대가 크다.

특히, 그 구조가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던 서양식의 엄격한 무대와 객석의 구분이 거의 없는 우리 전통의 어우러져 함께 노는 구조로 구성되고, 의자가 아닌 철퍼덕 자리에 앉아 함께 놀고, 실내에서는 고즈넉한 차 한잔과 함께 공연을 즐길 수 있다 하니 기대가 된다.

우리 국악에만 있는 해학과 유연함, 그리고 함께 즐기는 즐거움이 가득한 그런 연회가 매일 벌어지는 연희마당이 되었으면 한다.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 식으로 웃고 우리 식으로 울고, 우리 식으로 가슴 저려하는 그런 국악의 장이 되었으면 한다.

서민석 이베이코리아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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