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인식` 깨야 한국SW 산업 산다

1인당 기업용SW 지출비용 20만원 불과…불법복제도 만연
정당한 대가지불이 발전 원동력…정부기관부터 모범 보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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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W가 미래다

"소프트웨어(SW)는 돈을 내고 사야하는 것입니다."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날 IT업계가 침울했던 이유 중 하나는 그가 대통령이기에 앞서 SW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SW 사용자'였다는 점 때문이다. 1990년대 후반 노 전 대통령이 IT관련 전시회에 참석해 국내 SW회사의 제품을 제값에 구매한 일화는 IT업계 꾸준히 회자되는 이야기다. 그는 일반 SW 사용자로서 SW 가치에 대한 정당한 값을 지불했을 뿐이지만, SW가 무료 또는 저렴하다는 인식이 팽배했던 시기에 그의 행동은 남달랐다.

1990년대에 비해 SW 산업은 많은 발전을 거듭했지만 안타깝게 그 가치를 여전히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국내 SW산업에 대한 올바른 사회적 시각확보는 SW산업 경쟁력 강화에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SW산업을 재조명하기에 앞서 업계는 SW에 대한 잘못된 사회인식 변화와 SW가치를 인정하는 문화 정착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그릇된 공식`SW=공짜'..민ㆍ관 고착화=국내 SW시장이 해외 전체 시장의 2% 규모밖에 되지 않는 것은 단순히 미국, 일본과 비교해 인구수가 적거나 시장 규모가 작기 때문만은 아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 따르면, 2011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국민 1인당 기업용 SW 지출액은 189달러(약 20만원) 수준이다. 이는 스위스(1760달러), 미국(1224달러), 영국(1129달러) 등 주요 지출국과 비교해 10분의1 정도에 불과하다. 여기에 SW가 무료라는 인식 속에 벌어지는 `불법복제' 시장규모까지 감안하면 우리나라가 SW에 지출하는 금액은 더 적을 수밖에 없다.

SW를 저렴한 서비스로 인식하는 문화는 민간뿐 아니라 공공과 기업시장까지 사회 전반적으로 퍼져있다. SW가치를 제대로 평가해주지 않는 원인 중 하나로 업계는 SW를 `라이선스 구매'방식이 아닌 `용역 구축'방식으로 도입하는 관행을 꼽는다. 외국의 경우 SW를 구축했을 때 그 SW가 구현해내는 가치에 따라 가격을 산정해 주기 때문에 어떤 제품을 만들고 구축하느냐에 따라 SW 가치는 달라진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SW 투입인력을 기준으로 SW 사업의 금액을 산정하는 방식(월간 투입인력)을 채택하고 있어 SW의 가치를 한정지었다.

그리고 이렇게 구축한 SW에 대해 미국 등 외국은 사용권만을 소유하는데 반해, 국내 공공과 기업들은 모든 권리를 가져가는 등 SW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태도가 더해졌다. 이 때문에 국내 SW기업들 대부분은 단순서비스 제공업자로 남게 됐다. 2000년대 중반 핸디소프트는 정부와 공동으로 전자정부 관련 SW를 개발했지만, 정부는 이에 대한 지식재산권을 가졌다는 이유로 지방자치단체에 무료로 배포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밖에 △유지관리의 무상요구 △최저가 낙찰 등 지난 10년간 고착돼온 불합리한 수ㆍ발주 관행은 SW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지 못하는 대표적인 문제점으로 꼽히며 여전히 뚜렷한 해결책이 나오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전 산업의 원동력, SW..가치를 심어라=업계는 SW 가치를 알고 정당한 대가를 지불할 때 SW가치가 더 높아지고, 전 산업의 역량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을 알려야한다고 지적한다.

대표적인 예로, 글로벌 SW기업들의 유지관리 매출 비중은 총 매출액의 40∼60% 수준인데 반해, 국내 SW기업은 17%에 불과하다. 유지관리 비용은 연구개발(R&D), 재투자, 인력양성사업 등 SW업계 지속성장에 주요한 역할을 한다. 유지관리 비용에 대한 인식 개선만으로도 국내 SW 제품의 품질향상과 업계 성장, 사용자 만족도 향상 등 여러 가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이다.

지난 정부에서 이같은 문제점 해결을 위해 `공생발전형 SW생태계 구축전략(2011년 10월)', `상용SW 유지관리 합리화 대책(2012년 6월)' 등 대책을 내놨지만 업계는 여전히 SW가치에 대한 인식 제고를 주문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기관이 먼저 SW의 가치를 알리고, 제값을 주고 제품을 사용해 가는 솔선수범 자세가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또 민간 기업과 일반인의 경우 SW 불법 사용을 자제하고, SW가 사회 전반에 걸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 눈을 떠야한다는 게 SW 업계의 얘기다.

강홍렬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박사는 "성공한 벤처 기업들을 비롯해 융합 IT의 핵심에는 SW가 자리잡고 있다"며 "단순히 패키지 SW 영역만 보지말고 네트워크, 콘텐츠 등 확장된 공간에서 SW의 활용도에 대해 주목한다면 새로운 SW가치들을 발견하고 IT역량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지선기자 dubs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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