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가다보면 안을 들여다볼 수 없을 정도로 유리를 어둡게 하고 문을 꼭 닫아놓은 식당을 볼 때가 있다. 그 식당을 잘 아는 단골이야 상관없겠지만, 그 곳이 처음인 사람은 엄청나게 배가 고프고 주위에 다른 식당이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선뜻 문을 열고 들어가기 어렵다. 식당 내부를 보고 판단할 수 있는 여러 가지(식당 안의 분위기는 어떤지, 손님은 많은지, 맛을 어떨지 등)를 전혀 가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뒤져 필요한 정보를 얻는 인터넷 세상에서는 웹사이트가 이런 역할을 한다. 많은 사람이 웹사이트에서 회사와 제품, 서비스를 보고 판단한다.
그런데 밖에서 볼 수 없는 식당과 같이 안을 들여다볼 수 없는 웹사이트가 있다면 어떨까? 많은 돈을 들여 웹사이트를 구축한 의미가 없을 뿐만 아니라 심한 경우 회사와 기관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려 만들지 않은 것만 못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 정부와 기관, 기업들의 웹사이트 중 이런 곳이 많다.
지난달 온라인지식마켓플레이스연구회가 주요 정부 공공기관 영문 홈페이지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해외 인터넷 사용자가 내용을 제대로 볼 수 없고, 심지어 외국인을 위한 정보 문서를 해외에서 사용하기 어려운 아래아한글 형식으로 제공하는 등 스스로 홍보 효과를 떨어뜨리는 경우가 많았다.
앞서 지난해 또 다른 조사에서도 정부출연연구소의 해외홍보용 영문 웹사이트의 10%는 해외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러한 문제는 해외의 인터넷 사용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웹 표준을 지키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웹사이트를 만든 후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또 한국인터넷전문가협회와 구글코리아가 지난달 발표한 바에 따르면, 국내 100개 대학과 100개 학술연구기관의 웹사이트를 조사한 결과, 대학 32개와 학술연구기관 22개가 구글, 네이버 등과 같은 주요 검색엔진의 접근을 완전 차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색 접근성을 완전 차단하면 사용자들이 일일이 해당 사이트를 찾아서 들어가지 않는 한 접근이 불가능하다. 반면, 미국, 일본, 중국의 주요 100개 대학 중 검색엔진의 접근을 완전 차단한 대학은 한 곳도 없었다.
이는 맛집 안내서나 지역 정보지를 통해 식당을 알려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길을 스스로 거부하는 것과 같다.
이 같은 문제는 해외에 제품을 팔아야 하는 기업들의 웹사이트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작 해외에서는 검색엔진을 통해 해당 회사와 제품을 검색할 수 없고, 설사 어렵게 찾아 들어온다고 해도 파는 물건이 무엇인지 내용을 볼 수 없는 것이다.
국내 웹사이트의 또 다른 문제는 장애인이나 고령자가 정보를 얻기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미래창조과학부가 14일 발표한 정보접근성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민간분야는 100점 만점에 66.6점을 받는데 그쳤다. 접근성을 지키지 않는 웹사이트는 어렵게 찾아온 장애인이나 고령자에게 음식을 팔지 않는 식당과 같다.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난 11일 웹 접근성 준수대상이 모든 법인으로 확대됐지만, 전체적인 상황은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 웹사이트 중 상당수는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데 많은 돈을 쓰지만 정작 문을 걸어 잠그고 맛집 소개서에 오르는 것도 스스로 거부하는 식당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많은 기업과 기관의 책임자가 자신의 웹사이트가 이렇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것이다. 음식 맛은 자신 있는데 왜 손님이 없냐며 걱정만 하는 식당 사장처럼….
사람들이 나들이에 나서는 봄이 왔다. 새로운 음식을 만들고, 내부 인테리어도 봄 분위기에 맞게 바꿨다면, 유리창에 덕지덕지 붙은 검은 비닐을 걷어내고 문을 활짝 열어젖혀야 한다.
그리고 우리의 웹사이트들도 새봄맞이가 필요하다.
강동식 차장 정보미디어부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뒤져 필요한 정보를 얻는 인터넷 세상에서는 웹사이트가 이런 역할을 한다. 많은 사람이 웹사이트에서 회사와 제품, 서비스를 보고 판단한다.
그런데 밖에서 볼 수 없는 식당과 같이 안을 들여다볼 수 없는 웹사이트가 있다면 어떨까? 많은 돈을 들여 웹사이트를 구축한 의미가 없을 뿐만 아니라 심한 경우 회사와 기관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려 만들지 않은 것만 못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 정부와 기관, 기업들의 웹사이트 중 이런 곳이 많다.
지난달 온라인지식마켓플레이스연구회가 주요 정부 공공기관 영문 홈페이지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해외 인터넷 사용자가 내용을 제대로 볼 수 없고, 심지어 외국인을 위한 정보 문서를 해외에서 사용하기 어려운 아래아한글 형식으로 제공하는 등 스스로 홍보 효과를 떨어뜨리는 경우가 많았다.
앞서 지난해 또 다른 조사에서도 정부출연연구소의 해외홍보용 영문 웹사이트의 10%는 해외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러한 문제는 해외의 인터넷 사용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웹 표준을 지키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웹사이트를 만든 후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또 한국인터넷전문가협회와 구글코리아가 지난달 발표한 바에 따르면, 국내 100개 대학과 100개 학술연구기관의 웹사이트를 조사한 결과, 대학 32개와 학술연구기관 22개가 구글, 네이버 등과 같은 주요 검색엔진의 접근을 완전 차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색 접근성을 완전 차단하면 사용자들이 일일이 해당 사이트를 찾아서 들어가지 않는 한 접근이 불가능하다. 반면, 미국, 일본, 중국의 주요 100개 대학 중 검색엔진의 접근을 완전 차단한 대학은 한 곳도 없었다.
이는 맛집 안내서나 지역 정보지를 통해 식당을 알려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길을 스스로 거부하는 것과 같다.
이 같은 문제는 해외에 제품을 팔아야 하는 기업들의 웹사이트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작 해외에서는 검색엔진을 통해 해당 회사와 제품을 검색할 수 없고, 설사 어렵게 찾아 들어온다고 해도 파는 물건이 무엇인지 내용을 볼 수 없는 것이다.
국내 웹사이트의 또 다른 문제는 장애인이나 고령자가 정보를 얻기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미래창조과학부가 14일 발표한 정보접근성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민간분야는 100점 만점에 66.6점을 받는데 그쳤다. 접근성을 지키지 않는 웹사이트는 어렵게 찾아온 장애인이나 고령자에게 음식을 팔지 않는 식당과 같다.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난 11일 웹 접근성 준수대상이 모든 법인으로 확대됐지만, 전체적인 상황은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 웹사이트 중 상당수는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데 많은 돈을 쓰지만 정작 문을 걸어 잠그고 맛집 소개서에 오르는 것도 스스로 거부하는 식당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많은 기업과 기관의 책임자가 자신의 웹사이트가 이렇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것이다. 음식 맛은 자신 있는데 왜 손님이 없냐며 걱정만 하는 식당 사장처럼….
사람들이 나들이에 나서는 봄이 왔다. 새로운 음식을 만들고, 내부 인테리어도 봄 분위기에 맞게 바꿨다면, 유리창에 덕지덕지 붙은 검은 비닐을 걷어내고 문을 활짝 열어젖혀야 한다.
그리고 우리의 웹사이트들도 새봄맞이가 필요하다.
강동식 차장 정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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