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보수요율 상향 등 외산 횡포 대항
국산 경쟁력 강화 제품 도입 확대해야
SW기업간 협력ㆍ기술개발 노력도 필요
국산 경쟁력 강화 제품 도입 확대해야
SW기업간 협력ㆍ기술개발 노력도 필요
■ SW가 미래다
소프트웨어(SW)강국의 실현은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이다. 정부가 지난 수십년간 SW산업에 투자해왔지만 결국 실리는 외국계 기업들이 챙기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여기저기서 나온다. 일부 분야를 제외하고 국내 대부분 SW 분야에서 외국계 기업들이 시장을 장악하면서 국내 SW업계가 설자리는 계속 줄고 있다.
◇20여년간 뿌리박힌 외산 중심문화=미래창조과학부(옛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국내 패키지SW 시장에서 외산 제품의 비율은 75%에 달하며, 임베디드SW의 경우 대부분이 외산 제품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SW분야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운영체제(OS),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전사적자원관리(ERP) 분야는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SAP가 거의 독점하는 구조로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IBM이 독점하던 국내 SW시장에 1990년대 초 SW수입전면자유화 조치와 함께 기대주로 등장했다는 점이다. 특히 오라클은 1990년대 중반, 당시 국내 DBMS 업계를 독점했던 인포믹스(현재 IBM에 피인수)의 횡포에 고민하던 공무원과 기업들로 하여금 대항마로 기대를 한 몸에 받고 등장했다.
SAP는 1994년 삼성전자가 SAP의 ERP 시스템인 `R/3'을 국내에 처음 도입하면서 물꼬를 텄고, 대우와 SK 등 그룹사와 포항제철, SK텔레콤 등이 속속 도입하면서 국내 ERP 전도사로 통하게 됐다.
정부와 기업이 외국계 SW의 `횡포'를 언급하게 되는 시점은 관계가 평화로웠던 1990년대를 지나 200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다. 시장 진출 초기와 달리 외산 기업들이 점차 `글로벌 기준', `본사 방침'을 강조하면서 공급자와 소비자 입장이 바뀌는 주객전도의 현상이 일어난다.
외국계 기업들의 본사 방침이라는 명목 아래 어리둥절하던 시기에 직격타를 날린 사건이 2003년부터 시작된 오라클의 유지보수요율에 대한 방침 변경이다. 당시 오라클은 10% 미만의 유지보수요율을 10% 후반대로 올리겠다고 업계에 일방적으로 통보했고, 이후 1%씩 상향조정해 2008년경부터는 22% 내외의 유지보수요율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글로벌 방침 아래 전세계 일괄적으로 똑같은 유지보수요율을 가져간다는 게 오라클측 주장이었지만, 업계는 통상 10% 이하로 유지보수요율을 책정하던 상황이라서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공공과 기업들은 오라클 제품에 대한 종속도가 이미 높은 상황에서 오라클의 정책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이후 오라클뿐 아니라 MS, IBM 등 국내에서 공공기관, 기업들과 라이선스 문제 등으로 분쟁이 잦아지게 되면서 업계는 외산 제품을 도입한 지 20여년이 다 돼서야 SW 외산 종속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게 됐다.
◇SW국산화, 수요자와 공급자 동반 노력해야=공공기관과 기업들이 최근 들어 국산 SW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배경에는 이같은 외산 업체들의 일방적 정책들에 대항할 수 있는 견제세력이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러나 공공과 기업의 외산 업체에 대한 불만과 달리 국산 제품 도입 속도는 상당히 더디다.
지난 20여년간 외산 업체에 익숙해진 수요자들은 국산 제품이 외산에 비해 품질과 사후서비스(AS)에서 약하다는 점을 도입 지연의 이유로 들고 있다.
미래부(옛 지경부)가 2009년 국내에서 개발한 임베디드 SW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와 관련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를 보면 △다양한 솔루션 지원이 되지 않는다(28%) △외국제품 대비 신뢰가 가지 않는다(27%) △사후기술지원이 떨어진다(21%) 등의 답변이 나왔다.
국내 대형 공공기관 IT담당자는 "국산제품을 도입하고 싶어도 현장에서 외산 제품 대비 AS가 더디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며 "제품의 안정성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얼마나 신속하게 문제점을 찾아서 해결해 주느냐에 달려있는데 아직 국산 제품들은 체계가 덜 잡힌 것 같다"고 얘기했다.
공급자인 국내 SW 기업들의 생각은 다르다. 수요자들이 여전히 외산 제품에 익숙해져 있고,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별다른 고민 없이 습관적으로 외산 제품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솔루션 도입 후 문제가 발생했을 때 글로벌 대형 제품의 경우 책임소지에 대한 비난이 적지만, 국산 제품의 경우 검증 받지 않은 제품을 도입했다는 비난과 함께 책임도 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국내 모 SW업체가 주요 고객 100여곳(공공기관 포함)을 대상으로 자체 설문 조사한 결과, 외산 제품을 도입하는 가장 큰 이유로 `브랜드'를 꼽기도 했다.
지난 수십년의 세월 동안 다져온 외산 중심 SW문화를 단기간에 바꾸기는 쉽지 않다. 다만, 국내 SW기업들은 수십년간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다져온 외산 제품들을 따라잡기 위한 경쟁력 강화와 정부의 지원이 동반될 경우 국산 제품 도입에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주요 공공기관들의 SW국산화 외침과 국내 주요 SW 기업들의 성장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화식 국산솔루션CEO모임 회장(엔코아 대표)은 "SW기업들이 각자의 강점을 살려 한데 힘을 모으기 위해서는 SW기업간 협력과 더불어 기술개발에 투자할 수 있는 자금 확보를 위해 유지보수요율 현실화가 필요하다"며 "외산 SW 종속도가 심한 중국도 최근 DBMS 등 핵심 SW분야에 있어 국산 제품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1조5000억원의 자금을 투입했는데, 국내에서도 이같은 점은 본받아 중장기적인 SW국산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선기자 dubs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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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SW)강국의 실현은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이다. 정부가 지난 수십년간 SW산업에 투자해왔지만 결국 실리는 외국계 기업들이 챙기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여기저기서 나온다. 일부 분야를 제외하고 국내 대부분 SW 분야에서 외국계 기업들이 시장을 장악하면서 국내 SW업계가 설자리는 계속 줄고 있다.
◇20여년간 뿌리박힌 외산 중심문화=미래창조과학부(옛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국내 패키지SW 시장에서 외산 제품의 비율은 75%에 달하며, 임베디드SW의 경우 대부분이 외산 제품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SW분야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운영체제(OS),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전사적자원관리(ERP) 분야는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SAP가 거의 독점하는 구조로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IBM이 독점하던 국내 SW시장에 1990년대 초 SW수입전면자유화 조치와 함께 기대주로 등장했다는 점이다. 특히 오라클은 1990년대 중반, 당시 국내 DBMS 업계를 독점했던 인포믹스(현재 IBM에 피인수)의 횡포에 고민하던 공무원과 기업들로 하여금 대항마로 기대를 한 몸에 받고 등장했다.
SAP는 1994년 삼성전자가 SAP의 ERP 시스템인 `R/3'을 국내에 처음 도입하면서 물꼬를 텄고, 대우와 SK 등 그룹사와 포항제철, SK텔레콤 등이 속속 도입하면서 국내 ERP 전도사로 통하게 됐다.
정부와 기업이 외국계 SW의 `횡포'를 언급하게 되는 시점은 관계가 평화로웠던 1990년대를 지나 200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다. 시장 진출 초기와 달리 외산 기업들이 점차 `글로벌 기준', `본사 방침'을 강조하면서 공급자와 소비자 입장이 바뀌는 주객전도의 현상이 일어난다.
외국계 기업들의 본사 방침이라는 명목 아래 어리둥절하던 시기에 직격타를 날린 사건이 2003년부터 시작된 오라클의 유지보수요율에 대한 방침 변경이다. 당시 오라클은 10% 미만의 유지보수요율을 10% 후반대로 올리겠다고 업계에 일방적으로 통보했고, 이후 1%씩 상향조정해 2008년경부터는 22% 내외의 유지보수요율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글로벌 방침 아래 전세계 일괄적으로 똑같은 유지보수요율을 가져간다는 게 오라클측 주장이었지만, 업계는 통상 10% 이하로 유지보수요율을 책정하던 상황이라서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공공과 기업들은 오라클 제품에 대한 종속도가 이미 높은 상황에서 오라클의 정책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이후 오라클뿐 아니라 MS, IBM 등 국내에서 공공기관, 기업들과 라이선스 문제 등으로 분쟁이 잦아지게 되면서 업계는 외산 제품을 도입한 지 20여년이 다 돼서야 SW 외산 종속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게 됐다.
◇SW국산화, 수요자와 공급자 동반 노력해야=공공기관과 기업들이 최근 들어 국산 SW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배경에는 이같은 외산 업체들의 일방적 정책들에 대항할 수 있는 견제세력이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러나 공공과 기업의 외산 업체에 대한 불만과 달리 국산 제품 도입 속도는 상당히 더디다.
지난 20여년간 외산 업체에 익숙해진 수요자들은 국산 제품이 외산에 비해 품질과 사후서비스(AS)에서 약하다는 점을 도입 지연의 이유로 들고 있다.
미래부(옛 지경부)가 2009년 국내에서 개발한 임베디드 SW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와 관련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를 보면 △다양한 솔루션 지원이 되지 않는다(28%) △외국제품 대비 신뢰가 가지 않는다(27%) △사후기술지원이 떨어진다(21%) 등의 답변이 나왔다.
국내 대형 공공기관 IT담당자는 "국산제품을 도입하고 싶어도 현장에서 외산 제품 대비 AS가 더디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며 "제품의 안정성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얼마나 신속하게 문제점을 찾아서 해결해 주느냐에 달려있는데 아직 국산 제품들은 체계가 덜 잡힌 것 같다"고 얘기했다.
공급자인 국내 SW 기업들의 생각은 다르다. 수요자들이 여전히 외산 제품에 익숙해져 있고,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별다른 고민 없이 습관적으로 외산 제품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솔루션 도입 후 문제가 발생했을 때 글로벌 대형 제품의 경우 책임소지에 대한 비난이 적지만, 국산 제품의 경우 검증 받지 않은 제품을 도입했다는 비난과 함께 책임도 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국내 모 SW업체가 주요 고객 100여곳(공공기관 포함)을 대상으로 자체 설문 조사한 결과, 외산 제품을 도입하는 가장 큰 이유로 `브랜드'를 꼽기도 했다.
지난 수십년의 세월 동안 다져온 외산 중심 SW문화를 단기간에 바꾸기는 쉽지 않다. 다만, 국내 SW기업들은 수십년간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다져온 외산 제품들을 따라잡기 위한 경쟁력 강화와 정부의 지원이 동반될 경우 국산 제품 도입에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주요 공공기관들의 SW국산화 외침과 국내 주요 SW 기업들의 성장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화식 국산솔루션CEO모임 회장(엔코아 대표)은 "SW기업들이 각자의 강점을 살려 한데 힘을 모으기 위해서는 SW기업간 협력과 더불어 기술개발에 투자할 수 있는 자금 확보를 위해 유지보수요율 현실화가 필요하다"며 "외산 SW 종속도가 심한 중국도 최근 DBMS 등 핵심 SW분야에 있어 국산 제품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1조5000억원의 자금을 투입했는데, 국내에서도 이같은 점은 본받아 중장기적인 SW국산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선기자 dubs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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