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업체 독주시장 핵심인재 확보해 틈새공략 중요
대기업과 제휴 시장규모 키우는 측면에서 긍정적 효과
제품신뢰 바탕 의료기기 남미 등 해외시장 수출 확대
대기업과 제휴 시장규모 키우는 측면에서 긍정적 효과
제품신뢰 바탕 의료기기 남미 등 해외시장 수출 확대
노용갑 JW중외메디칼 사장
사회가 빠르게 고령화하고 웰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의료산업은 대표적인 미래 성장동력의 하나로 최근 5년간 연평균 7.21%의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면에는 9400억원의 무역수지 적자가 보여주듯 외국산 의료기기 제품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국내 업체들은 소수를 제외하면 대부분 영세한 규모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JW중외메디칼은 이같은 상황에서 꾸준한 연구개발 투자로 의료기기 국산화를 주도하고 있는 중견기업이다. 지난해 새로 부임한 노용갑 사장은 올해 진단시약 분야 진출과 신제품 출시, 영업 마케팅 분야의 체질 개선을 통해 의료기기 시장의 기린아로 성장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의료산업의 방향이 치료보다는 진단과 예방으로 갈 것이라는 그의 판단도 작용했다. 회사 매출 목표는 1000억원 돌파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목표가 커야 큰 계획을 세우고 큰 실행을 할 수 있다는 소신에 따른 것이다. 그는 제약과 의료기기, 건강식품에 이르는 의약산업 전반을 두루 거친 몇 안되는 이 분야의 영업ㆍ마케팅 전문가다.
그는 향후 JW중외메디칼이 모기업을 넘어서 그룹 전체를 이끌어 가는 회사로 성장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힐 정도로 의료기기 시장에 대한 기대가 크고 미래를 밝게 보고 있었다. 지난 18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만나 의료산업 부문에서 한 길을 걸어온 그의 인생 이야기와 회사의 향후 계획을 들었다.
대담=서낙영 정경과학부장
- JW중외메디칼에 대해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지난 1972년 설립된 JW중외메디칼은 무영등, 인큐베이터, 수술대, 검진대 등 수술실과 관련된 의료기기를 중심으로 사업을 확산시키고 있습니다. 그림자가 생기지 않는 무영등에 첨단 카메라를 달아 수술하는 단계부터 리뷰하는 단계까지 촬영과 기록이 가능한 첨단 IT 기술이 접목된 제품을 내놓고 있습니다. 디지털 엑스레이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수술실 관련 제품을 국산화해 수입 제품을 대체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준종합병원에 주로 진출해왔지만 현재는 종합병원까지 공급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인큐베이터의 경우 국내 최고 수준이며, 러시아를 중심으로 수출도 활발히 하고 있습니다. 진단 분야에서는 `BCS'라는 국내 진단 시약 벤처기업을 인수하며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했습니다. 아직 생산 규모는 작지만 시장은 3000억원으로 적지 않습니다. 이역시 수입대체 효과가 클 겁니다."
- 사장 부임 후 8개월 정도가 지났습니다. 그동안 역점을 둔 것은 무엇입니까.
"우선적으로 추진한 업무는 조직을 개편하는 것이었어요. 개편의 코드는 현장 중심, 업적 중심입니다. 부서 업무를 잘게 쪼개 책임과 권한을 주고, 평가를 실시간으로 해 동기를 부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한 예로 진단 팀은 서울과 지방팀으로 나누고 이를 다시 병원과 의원으로 나눴습니다.
이와 함께 기술력과 아이디어, 연구개발 능력은 있지만 세일즈 마케팅, 자금이 없는 회사들을 찾는 `글로벌 소싱 테스크포스(TF) 팀'을 만들었습니다. 앞으로 개발의 절반은 직접하고 나머지는 아웃소싱을 할 계획입니다. 당장 과수 할 수 있는 사업과 2∼3년 내에 사업, 5년 후 사업으로 나눠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소싱은 기본적으로 7∼10년을 기준으로 투자를 할 계획입니다."
- 올해 매출 목표로 1000억원 돌파를 제시하며 공격적으로 잡았는데요.
" 의료기기 분야는 가능성이 큰 신성장 동력 산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제약의 경우 하나의 제품을 개발하는데 10∼13년이 걸립니다. 반면에 의료기기는 인프라 구축도 많이 어렵지 않고 개발을 시도하면 허가 기간을 합쳐 제약에 비해 3분의 1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또 약은 출시 후 수정 보완이 힘들지만 의료기기는 언제든지 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입니다.
올해 매출목표는 1050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28.5% 증가한 규모입니다. 역동적인 조직을 만들면 개발에 스피드가 붙기 때문에 충분히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목표가 커야 큰 계획을 세우고 큰 실행을 하게됩니다. 만약 실패를 하더라도 큰 경험을 얻게 됩니다.
5∼10% 성장하자면 기존 업무를 조금 확장시키는 정도로도 가능하지만 30∼50% 성장하려면 생각의 틀을 바꿔야 합니다."
- 현재 국내 의료기기 시장의 경쟁구도는 어떻습니까.
"CT, MRI 등 영상진단기기 분야는 지맨스, GE 등 글로벌 업체들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진단 분야도 로슈와 에보트가 앞서가고 있습니다. 때문에 이들 글로벌 사들과 경쟁할 수밖에 없고 이를 위해선 그만한 경쟁력을 가져야합니다. 하지만 경쟁이 있다는 건 시장이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시장에서는 한 회사가 모든 부분을 만족시킬 수는 없습니다. 반드시 틈새가 있습니다. 차별화 된 틈새전략을 가지고 가야 하는데 결국 중요한 건 사람입니다. 인원수를 늘리기보다는 핵심 인재들을 확보해 성장을 위한 기회를 부여하고, 적절한 평가와 보상을 이뤄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 아직까지 국내 의료기기 산업은 성장 단계에 있고, 시장에서 국산 제품에 대한 기피가 남아 있는 등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습니다. 개선돼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요.
"저의 평소 지론은 승산이 없는 싸움은 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충분히 잘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직까지 국산 의료기기에 대한 기피는 어느 정도 존재한다고 생각하지만 미래는 굉장히 긍정적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국산 자동차에 대한 신뢰가 매우 높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닙니다. 의료기기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재 품질에 있어서는 충분히 경쟁할만합니다. 단 역사를 가지고 이미지와 신뢰도를 쌓는 일은 시간이 걸리는 일이고, 극복해야 할 사항입니다.
또 글로벌 사들의 장점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비전문가들이라도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회사고 그만큼 기술력과 인지도에서 앞서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역으로 우리는 그들의 단점을 알고 있습니다. 조직이 클수록 의사결정의 속도가 떨어지고 개선이나 보안에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우리는 그런 면에서 장점이 있습니다. 고객과의 접점에서 문제점 개선이 빠르고 신속한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 최근 제약산업은 고질적인 리베이트 병폐가 드러나며 진통을 겪고 있습니다. 의료기기 분야도 비슷한 산업 구조를 가지고 있는 데 이러한 문제는 없으십니까.
"앞으로 공정경쟁규약을 어겨서는 서로 행복할 수 없습니다. 고객을 백년 고객으로 생각한다면 그런 영업 방식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고객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의료기기는 각 제품들이 모두 차별적이기 때문에 리베이트를 할 여지가 없습니다. 오직 제품에 대한 성능, 유지보수를 위한 사후관리(AS)가 중요한 평가 요소입니다.
의료기기는 단독 제품으로 고객에 맞춰 판매하는 만큼 차별화돼 있습니다. 특히 AS가 좋지 않으면 다시는 제품을 팔 수 없습니다. 첫 번째 제품은 영업사원이 파는 것이고 두 번째 부터는 AS 사원이 제품을 파는 것입니다. 의료기기는 AS가 잘못되면 절대 재구매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 삼성 등 대기업들이 의료산업에 진출하고 있는 것은 위기가 될 수도 있을 텐데요.
"일각에선 제로섬 게임으로 보는 시각도 있는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대기업들과 싸워서 실제로 잃을 것은 많지 않습니다. 배척할 것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제휴를 맺는 등 협력할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실제로 혈액진단의 경우 삼성과 협력을 하고 있습니다. 시장의 규모를 키운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것이 더 많다고 봅니다."
- 의료산업의 큰 축의 하나는 병원입니다. 병원과의 관계 설정은 어떻게 하고 계십니까.
"의료기기 산업의 특징 상 병원 경영자들의 판단과 사용자인 의사들의 판단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들이 좋은 제품을 저렴하고 편리하게 쓰도록 해주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 입니다. 우리와 같은 국내 업체들이 직접 만든 제품들은 가격 경쟁력이 있고 유지보수 비용도 더 저렴할 수 있습니다.
글로벌사들과 비교해 의사소통이 편하다는 점도 장점입니다. 의료기기의 특성 상 경영자와 사용자 사이를 조율하는 것이 중요한 역할인데 이 부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신뢰입니다. 제품 성능은 물론 AS와 특히 가격에 대한 신뢰가 중요합니다. 우리는 이를 위해 동일가 정책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산학협력을 통해 의료현장에서 사용자(의사)들의 제안을 받는 것도 중요합니다. 회사에서 현재 개발하는 모든 제품들은 개발 시작 단계부터 사용자의 의견을 많이 적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각 대학의 의공학부에서 새로운 개선책이나 보안책들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 해외 전략은 어떻게 수립하고 계십니까.
"현재 인큐베이터, 무영등, 수술대 등 필수 의료기기를 중심으로 1000만달러 가까이 수출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러시아가 가장 큰 시장이며 메디카나 아랍 헬스 같은 국제 전시회를 통해 중동, 남미 쪽으로 해외 시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내수 시장은 인구가 적기 때문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결국 수출이 살 길 입니다. 현재 중동 등에 한류를 타고 병원을 중심으로 한 턴키 방식의 계약이 이뤄지고 있는데 이런 곳에 기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품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설비 시장에 참여하기 위한 준비들을 하고 있습니다."
- 새로운 성장 동력산업인 의료기기 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어떤 것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보건과 복지를 동시에 다루게 되면 국민 건강 정책 상 복지가 중심이 됩니다. 그러다보니 산업의 진흥보다는 규제에 초점이 맞춰지게 되는 것이 안타까운 점입니다.
또 조직의 능력은 `속도'라고 생각합니다. 속도가 떨어지는 것은 해야 할 일은 안하고 하지 않아야 할 일을 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의료기기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인허가 부분입니다. 현장 경험이 많지 않은 사람이 검토하고 결과를 내놓기 때문에 오류도 많고 시간도 오래 걸립니다.
산업의 특성 상 시기를 놓치면 끝인데 허가를 받다가 놓치는 사례를 많이 봤습니다. 기회를 놓쳐 사업을 아예 접는 경우도 많습니다. 또 국내 허가 과정이 늦어지면 해외 진출에도 어려움을 겪습니다. 많은 부분을 시장에 맡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품이 좋지 않고 성능이 떨어지면 자연스럽게 시장의 홀대를 받게됩니다. 철저히 시장 논리에 맡기고 규제 분야에는 전문가를 많이 배치해야 합니다."
- 의료산업 분야의 마케팅 전문가로써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평소 후배들에게 고객은 물론 각계 각층의 많은 사람을 만나라고 얘기합니다. 또 벤치마킹은 타 업종에서 해야지 같은 업종에서 하면 그건 카피가 됩니다. 만나는 사람의 양과 질이 중요하며 만난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 관건입니다. 그러자면 혜택을 줘야합니다. 어떻게 하면 환자를 많이 만나고 양질의 진료를 할 수 있는지 아이디어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정보를 줄 수 있다면 어려움이 없을 것입니다.
정기적인 방문을 통해 신뢰를 쌓아야 합니다. 또 대면 만남의 히스토리를 관리해야 합니다. 기록이 없으면 다음에 만나도 구면이 될 수 없습니다. 특히 고객과 만날 때는 세세한 부분을 모두 기록해 놔야 연결고리도 쉽게 이어지고 공감대도 형성할 수 있습니다. 상대를 모르고 숨은 욕구를 알지 못하면 그 사람은 나를 다시 만나주지 않습니다."
정리=남도영기자 namdo0@
사진=김민수기자 ultrartist@
사회가 빠르게 고령화하고 웰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의료산업은 대표적인 미래 성장동력의 하나로 최근 5년간 연평균 7.21%의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면에는 9400억원의 무역수지 적자가 보여주듯 외국산 의료기기 제품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국내 업체들은 소수를 제외하면 대부분 영세한 규모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JW중외메디칼은 이같은 상황에서 꾸준한 연구개발 투자로 의료기기 국산화를 주도하고 있는 중견기업이다. 지난해 새로 부임한 노용갑 사장은 올해 진단시약 분야 진출과 신제품 출시, 영업 마케팅 분야의 체질 개선을 통해 의료기기 시장의 기린아로 성장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의료산업의 방향이 치료보다는 진단과 예방으로 갈 것이라는 그의 판단도 작용했다. 회사 매출 목표는 1000억원 돌파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목표가 커야 큰 계획을 세우고 큰 실행을 할 수 있다는 소신에 따른 것이다. 그는 제약과 의료기기, 건강식품에 이르는 의약산업 전반을 두루 거친 몇 안되는 이 분야의 영업ㆍ마케팅 전문가다.
그는 향후 JW중외메디칼이 모기업을 넘어서 그룹 전체를 이끌어 가는 회사로 성장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힐 정도로 의료기기 시장에 대한 기대가 크고 미래를 밝게 보고 있었다. 지난 18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만나 의료산업 부문에서 한 길을 걸어온 그의 인생 이야기와 회사의 향후 계획을 들었다.
대담=서낙영 정경과학부장
- JW중외메디칼에 대해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지난 1972년 설립된 JW중외메디칼은 무영등, 인큐베이터, 수술대, 검진대 등 수술실과 관련된 의료기기를 중심으로 사업을 확산시키고 있습니다. 그림자가 생기지 않는 무영등에 첨단 카메라를 달아 수술하는 단계부터 리뷰하는 단계까지 촬영과 기록이 가능한 첨단 IT 기술이 접목된 제품을 내놓고 있습니다. 디지털 엑스레이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수술실 관련 제품을 국산화해 수입 제품을 대체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준종합병원에 주로 진출해왔지만 현재는 종합병원까지 공급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인큐베이터의 경우 국내 최고 수준이며, 러시아를 중심으로 수출도 활발히 하고 있습니다. 진단 분야에서는 `BCS'라는 국내 진단 시약 벤처기업을 인수하며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했습니다. 아직 생산 규모는 작지만 시장은 3000억원으로 적지 않습니다. 이역시 수입대체 효과가 클 겁니다."
- 사장 부임 후 8개월 정도가 지났습니다. 그동안 역점을 둔 것은 무엇입니까.
"우선적으로 추진한 업무는 조직을 개편하는 것이었어요. 개편의 코드는 현장 중심, 업적 중심입니다. 부서 업무를 잘게 쪼개 책임과 권한을 주고, 평가를 실시간으로 해 동기를 부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한 예로 진단 팀은 서울과 지방팀으로 나누고 이를 다시 병원과 의원으로 나눴습니다.
이와 함께 기술력과 아이디어, 연구개발 능력은 있지만 세일즈 마케팅, 자금이 없는 회사들을 찾는 `글로벌 소싱 테스크포스(TF) 팀'을 만들었습니다. 앞으로 개발의 절반은 직접하고 나머지는 아웃소싱을 할 계획입니다. 당장 과수 할 수 있는 사업과 2∼3년 내에 사업, 5년 후 사업으로 나눠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소싱은 기본적으로 7∼10년을 기준으로 투자를 할 계획입니다."
- 올해 매출 목표로 1000억원 돌파를 제시하며 공격적으로 잡았는데요.
" 의료기기 분야는 가능성이 큰 신성장 동력 산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제약의 경우 하나의 제품을 개발하는데 10∼13년이 걸립니다. 반면에 의료기기는 인프라 구축도 많이 어렵지 않고 개발을 시도하면 허가 기간을 합쳐 제약에 비해 3분의 1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또 약은 출시 후 수정 보완이 힘들지만 의료기기는 언제든지 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입니다.
올해 매출목표는 1050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28.5% 증가한 규모입니다. 역동적인 조직을 만들면 개발에 스피드가 붙기 때문에 충분히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목표가 커야 큰 계획을 세우고 큰 실행을 하게됩니다. 만약 실패를 하더라도 큰 경험을 얻게 됩니다.
5∼10% 성장하자면 기존 업무를 조금 확장시키는 정도로도 가능하지만 30∼50% 성장하려면 생각의 틀을 바꿔야 합니다."
- 현재 국내 의료기기 시장의 경쟁구도는 어떻습니까.
"CT, MRI 등 영상진단기기 분야는 지맨스, GE 등 글로벌 업체들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진단 분야도 로슈와 에보트가 앞서가고 있습니다. 때문에 이들 글로벌 사들과 경쟁할 수밖에 없고 이를 위해선 그만한 경쟁력을 가져야합니다. 하지만 경쟁이 있다는 건 시장이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시장에서는 한 회사가 모든 부분을 만족시킬 수는 없습니다. 반드시 틈새가 있습니다. 차별화 된 틈새전략을 가지고 가야 하는데 결국 중요한 건 사람입니다. 인원수를 늘리기보다는 핵심 인재들을 확보해 성장을 위한 기회를 부여하고, 적절한 평가와 보상을 이뤄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 아직까지 국내 의료기기 산업은 성장 단계에 있고, 시장에서 국산 제품에 대한 기피가 남아 있는 등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습니다. 개선돼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요.
"저의 평소 지론은 승산이 없는 싸움은 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충분히 잘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직까지 국산 의료기기에 대한 기피는 어느 정도 존재한다고 생각하지만 미래는 굉장히 긍정적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국산 자동차에 대한 신뢰가 매우 높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닙니다. 의료기기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재 품질에 있어서는 충분히 경쟁할만합니다. 단 역사를 가지고 이미지와 신뢰도를 쌓는 일은 시간이 걸리는 일이고, 극복해야 할 사항입니다.
또 글로벌 사들의 장점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비전문가들이라도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회사고 그만큼 기술력과 인지도에서 앞서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역으로 우리는 그들의 단점을 알고 있습니다. 조직이 클수록 의사결정의 속도가 떨어지고 개선이나 보안에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우리는 그런 면에서 장점이 있습니다. 고객과의 접점에서 문제점 개선이 빠르고 신속한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 최근 제약산업은 고질적인 리베이트 병폐가 드러나며 진통을 겪고 있습니다. 의료기기 분야도 비슷한 산업 구조를 가지고 있는 데 이러한 문제는 없으십니까.
"앞으로 공정경쟁규약을 어겨서는 서로 행복할 수 없습니다. 고객을 백년 고객으로 생각한다면 그런 영업 방식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고객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의료기기는 각 제품들이 모두 차별적이기 때문에 리베이트를 할 여지가 없습니다. 오직 제품에 대한 성능, 유지보수를 위한 사후관리(AS)가 중요한 평가 요소입니다.
의료기기는 단독 제품으로 고객에 맞춰 판매하는 만큼 차별화돼 있습니다. 특히 AS가 좋지 않으면 다시는 제품을 팔 수 없습니다. 첫 번째 제품은 영업사원이 파는 것이고 두 번째 부터는 AS 사원이 제품을 파는 것입니다. 의료기기는 AS가 잘못되면 절대 재구매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 삼성 등 대기업들이 의료산업에 진출하고 있는 것은 위기가 될 수도 있을 텐데요.
"일각에선 제로섬 게임으로 보는 시각도 있는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대기업들과 싸워서 실제로 잃을 것은 많지 않습니다. 배척할 것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제휴를 맺는 등 협력할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실제로 혈액진단의 경우 삼성과 협력을 하고 있습니다. 시장의 규모를 키운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것이 더 많다고 봅니다."
- 의료산업의 큰 축의 하나는 병원입니다. 병원과의 관계 설정은 어떻게 하고 계십니까.
"의료기기 산업의 특징 상 병원 경영자들의 판단과 사용자인 의사들의 판단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들이 좋은 제품을 저렴하고 편리하게 쓰도록 해주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 입니다. 우리와 같은 국내 업체들이 직접 만든 제품들은 가격 경쟁력이 있고 유지보수 비용도 더 저렴할 수 있습니다.
글로벌사들과 비교해 의사소통이 편하다는 점도 장점입니다. 의료기기의 특성 상 경영자와 사용자 사이를 조율하는 것이 중요한 역할인데 이 부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신뢰입니다. 제품 성능은 물론 AS와 특히 가격에 대한 신뢰가 중요합니다. 우리는 이를 위해 동일가 정책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산학협력을 통해 의료현장에서 사용자(의사)들의 제안을 받는 것도 중요합니다. 회사에서 현재 개발하는 모든 제품들은 개발 시작 단계부터 사용자의 의견을 많이 적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각 대학의 의공학부에서 새로운 개선책이나 보안책들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 해외 전략은 어떻게 수립하고 계십니까.
"현재 인큐베이터, 무영등, 수술대 등 필수 의료기기를 중심으로 1000만달러 가까이 수출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러시아가 가장 큰 시장이며 메디카나 아랍 헬스 같은 국제 전시회를 통해 중동, 남미 쪽으로 해외 시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내수 시장은 인구가 적기 때문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결국 수출이 살 길 입니다. 현재 중동 등에 한류를 타고 병원을 중심으로 한 턴키 방식의 계약이 이뤄지고 있는데 이런 곳에 기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품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설비 시장에 참여하기 위한 준비들을 하고 있습니다."
- 새로운 성장 동력산업인 의료기기 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어떤 것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보건과 복지를 동시에 다루게 되면 국민 건강 정책 상 복지가 중심이 됩니다. 그러다보니 산업의 진흥보다는 규제에 초점이 맞춰지게 되는 것이 안타까운 점입니다.
또 조직의 능력은 `속도'라고 생각합니다. 속도가 떨어지는 것은 해야 할 일은 안하고 하지 않아야 할 일을 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의료기기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인허가 부분입니다. 현장 경험이 많지 않은 사람이 검토하고 결과를 내놓기 때문에 오류도 많고 시간도 오래 걸립니다.
산업의 특성 상 시기를 놓치면 끝인데 허가를 받다가 놓치는 사례를 많이 봤습니다. 기회를 놓쳐 사업을 아예 접는 경우도 많습니다. 또 국내 허가 과정이 늦어지면 해외 진출에도 어려움을 겪습니다. 많은 부분을 시장에 맡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품이 좋지 않고 성능이 떨어지면 자연스럽게 시장의 홀대를 받게됩니다. 철저히 시장 논리에 맡기고 규제 분야에는 전문가를 많이 배치해야 합니다."
- 의료산업 분야의 마케팅 전문가로써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평소 후배들에게 고객은 물론 각계 각층의 많은 사람을 만나라고 얘기합니다. 또 벤치마킹은 타 업종에서 해야지 같은 업종에서 하면 그건 카피가 됩니다. 만나는 사람의 양과 질이 중요하며 만난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 관건입니다. 그러자면 혜택을 줘야합니다. 어떻게 하면 환자를 많이 만나고 양질의 진료를 할 수 있는지 아이디어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정보를 줄 수 있다면 어려움이 없을 것입니다.
정기적인 방문을 통해 신뢰를 쌓아야 합니다. 또 대면 만남의 히스토리를 관리해야 합니다. 기록이 없으면 다음에 만나도 구면이 될 수 없습니다. 특히 고객과 만날 때는 세세한 부분을 모두 기록해 놔야 연결고리도 쉽게 이어지고 공감대도 형성할 수 있습니다. 상대를 모르고 숨은 욕구를 알지 못하면 그 사람은 나를 다시 만나주지 않습니다."
정리=남도영기자 namdo0@
사진=김민수기자 ultrartist@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