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에 쿨(Cool)할 수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그럴 수 있다면 그것은 처음부터 애정이 없었거나, 떠남에 아쉬움을 느끼지 않는 것이겠지. 미련이 남더라도 상대를 떠나보낼 수 있는 것은, 합리적인 이성이 내린 냉정함이라는 판단이 있어 가능하다.
반도체 디스플레이업계에 인력확보를 둘러싼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거대 회사가 새로 만들어지면 사람이 필요하고, 비슷한 업종의 회사들이 통합하면 업무 중복자들은 신상에 위협을 느끼게된다. 사람들은 움직일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 반도체 디스플레이업계에 이런 홀(Hall)이 만들어지고 있다. 현대차가 차량용반도체 개발중심의 현대오트론을 설립하고, 삼성은 모바일디스플레이와 LCD사업부, LED부문을 통합한다. LG디스플레이는 LCD에 이어 OLED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필요한 인력을 구하고 있다.
그런데, 현행법의 잣대를 들이대면 지금 각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전문인력들은 어느 곳에도 갈 수 없다. 부정경쟁방지법과 전직금지 약정 때문이다. 기업의 생명은 R&D에 있고, 투자를 통해 쌓아온 기술력은 곧 사람에게서 나온다. 기업은 핵심 기술력을 보유한 인력들을 어떤 형태로든 잡아야하고, 근로계약서에 퇴사 후 몇 년간(통상 2년) 동종업종에 전직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첨부하도록 요구한다. 2년여간의 공백 후 다른 회사로 이직하기란 쉽지 않다는 점에서, 사직을 결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한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기술전쟁 시대에 핵심기술을 보호하기 위해 기업이 요구하는 최소한의 방어장치인 것은 이해하나, 한편으론 참 못된 집착처럼 보인다.
지금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간 기술유출관련 법정공방은 앞으로 벌어질 전문인력 이동 관련 소송의 전초전일 뿐이다. 신설법인과 사업을 강화하는 회사의 인력수급, 통합법인의 인력이탈 속에 기업간 갈등은 커질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우리 기업간 인력이동이 아니라, 해외 업체로의 유출이다. 특히 중국은 차세대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정부까지 직접 나서고 있다. 우수인력 확보를 위해 지금 받고 있는 연봉의 몇 배 튀겨 제안하는 것은 일도 아니다. 우리 기술인력이 고스란히 중국 등 해외에 넘어갈 수 있다는 점은 더 큰 우려감을 준다.
이 대목에서 본질적 고민이 필요하다. 사실상의 협박으로 사람을 묶어두는 지금의 전직금지 약정과 부정경쟁방지법은 합리적인가. 어렵겠지만 `핵심기술'과 `사람'을 구분해 그것이 사람이라면 냉정하게 놓아줄 수 있는 시스템은 없는가. 개인의 직업선택에 대한 자유는 어떻게 보장받을 수 있는가. 연구부서의 엔지니어는 자신의 능력을 모두 소진해 쓸모 없어질 때까지 한 회사에서 뼈를 묻어야하는가.
이별 앞에 나타난 파괴적 행동은 끝내 털어 내지 못한 끈적한 집착에서 나온다. 옛 연인과 함께 찍은 은밀한 동영상을 드러내는 것도, 신문 사회면 한 귀퉁이에 수없이 등장하는 내연남녀 살해사건도 모두 미련과 탐욕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있을 때 잘하지. 사랑이든 조직이든 사람들이 만들어낸 관계는 최선을 다하지 않는 순간, 속절없이 흩어지는 파편과도 같다. 못 다한 사랑이 서럽다면, 그 아쉬움으로 자신을 더 채워라.
떠남에 미련 두고, 잡지 못함에 분노해 상대를 파괴하는 잘못된 이별이 어디 남녀사이에만 존재하던가. 조직과 사람도 마찬가지다. 사람은 사람이지, 그 자체가 핵심기술은 아니다. 사람을 가두는 행위는 집착이 만들어 낸 구속일 뿐이다. 떠날 수 있고 떠나보낼 수 있는 사회적 합의, 조직시스템이 절실하다.
임윤규 지식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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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디스플레이업계에 인력확보를 둘러싼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거대 회사가 새로 만들어지면 사람이 필요하고, 비슷한 업종의 회사들이 통합하면 업무 중복자들은 신상에 위협을 느끼게된다. 사람들은 움직일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 반도체 디스플레이업계에 이런 홀(Hall)이 만들어지고 있다. 현대차가 차량용반도체 개발중심의 현대오트론을 설립하고, 삼성은 모바일디스플레이와 LCD사업부, LED부문을 통합한다. LG디스플레이는 LCD에 이어 OLED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필요한 인력을 구하고 있다.
그런데, 현행법의 잣대를 들이대면 지금 각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전문인력들은 어느 곳에도 갈 수 없다. 부정경쟁방지법과 전직금지 약정 때문이다. 기업의 생명은 R&D에 있고, 투자를 통해 쌓아온 기술력은 곧 사람에게서 나온다. 기업은 핵심 기술력을 보유한 인력들을 어떤 형태로든 잡아야하고, 근로계약서에 퇴사 후 몇 년간(통상 2년) 동종업종에 전직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첨부하도록 요구한다. 2년여간의 공백 후 다른 회사로 이직하기란 쉽지 않다는 점에서, 사직을 결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한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기술전쟁 시대에 핵심기술을 보호하기 위해 기업이 요구하는 최소한의 방어장치인 것은 이해하나, 한편으론 참 못된 집착처럼 보인다.
지금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간 기술유출관련 법정공방은 앞으로 벌어질 전문인력 이동 관련 소송의 전초전일 뿐이다. 신설법인과 사업을 강화하는 회사의 인력수급, 통합법인의 인력이탈 속에 기업간 갈등은 커질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우리 기업간 인력이동이 아니라, 해외 업체로의 유출이다. 특히 중국은 차세대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정부까지 직접 나서고 있다. 우수인력 확보를 위해 지금 받고 있는 연봉의 몇 배 튀겨 제안하는 것은 일도 아니다. 우리 기술인력이 고스란히 중국 등 해외에 넘어갈 수 있다는 점은 더 큰 우려감을 준다.
이 대목에서 본질적 고민이 필요하다. 사실상의 협박으로 사람을 묶어두는 지금의 전직금지 약정과 부정경쟁방지법은 합리적인가. 어렵겠지만 `핵심기술'과 `사람'을 구분해 그것이 사람이라면 냉정하게 놓아줄 수 있는 시스템은 없는가. 개인의 직업선택에 대한 자유는 어떻게 보장받을 수 있는가. 연구부서의 엔지니어는 자신의 능력을 모두 소진해 쓸모 없어질 때까지 한 회사에서 뼈를 묻어야하는가.
이별 앞에 나타난 파괴적 행동은 끝내 털어 내지 못한 끈적한 집착에서 나온다. 옛 연인과 함께 찍은 은밀한 동영상을 드러내는 것도, 신문 사회면 한 귀퉁이에 수없이 등장하는 내연남녀 살해사건도 모두 미련과 탐욕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있을 때 잘하지. 사랑이든 조직이든 사람들이 만들어낸 관계는 최선을 다하지 않는 순간, 속절없이 흩어지는 파편과도 같다. 못 다한 사랑이 서럽다면, 그 아쉬움으로 자신을 더 채워라.
떠남에 미련 두고, 잡지 못함에 분노해 상대를 파괴하는 잘못된 이별이 어디 남녀사이에만 존재하던가. 조직과 사람도 마찬가지다. 사람은 사람이지, 그 자체가 핵심기술은 아니다. 사람을 가두는 행위는 집착이 만들어 낸 구속일 뿐이다. 떠날 수 있고 떠나보낼 수 있는 사회적 합의, 조직시스템이 절실하다.
임윤규 지식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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