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살아있다] 길 안내하는 곤충 `길앞잡이`

[지구는 살아있다] 길 안내하는 곤충 `길앞잡이`
    입력: 2012-05-06 20:00
밭ㆍ논 주변 개활지 모래밭에 서식
`1초에 2.5m` 이동 보행속도 최고
봄을 지나 초여름 날씨가 사람을 나른하게 하지만 곤충들은 제철을 만난 듯 활발하게 활동을 시작하고 있다.

이런 계절 어릴 때 학교 수업을 마치고 시골 농로를 걸어오다 보면 매우 다양한 곤충들을 만날 수 있었다. 매서운 추운 겨울을 번데기나 성충 상태로 무사히 잘 넘기고 분주하게 활동하는 곤충들을 쫓다보면 늘 집에 늦게 도착하곤 한다. 유년시절 못살게 구는 장난꾸러기를 상대해준 곤충 가운데 특히 멀리 날아가지 않고 항상 길 앞에서 맴도는 화려하고 멋있게 생긴 곤충이 있었다. 바로 길앞잡이다.

길앞잡이류는 딱정벌레에 속하며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비교적 종수가 적다. 길앞잡이란 이름은 독특한 비행행동으로 인해 붙여졌다. 좁은 시골 비포장 길바닥에서 사람이 길을 지나가면 날아올라서 수 미터 앞쪽에 앉고 또 접근하면 앞쪽으로 옮겨가기를 반복해 마치 사람의 길을 안내하는 것 같다고 해서 유래됐다.

영어권에서는 `tiger beetles'로 불린다. 대부분의 종들이 호랑이의 행동이나 줄무늬처럼 매우 민첩하게 기어다니고 딱지날개에 매우 다양하고 화려한 무늬가 있어서 붙여졌을 것이다. 빠른 속도로 기어다니면서 사냥을 잘 할 수 있게 모든 다리가 길며, 잡은 먹잇감을 잘 씹을 수 있도록 턱도 크고 강하게 진화돼 왔다.

성충이 땅 위에서 생활하고 유충은 땅에 굴을 파고 살기 때문에 토양오염이나 토양 물리적 변화 지표종으로 활용된다. 대부분 제한된 좁은 지역에 서식해 서식지 훼손이나 토양오염에 취약하다. 주홍길앞잡이는 개체수가 거의 확인되지 않고 있어 멸종위기종으로 지정 보호되고 있다.

길앞잡이류 성충은 주로 해안가 사구, 강변 모래밭, 임도 및 계곡 주변 개활지, 시골 밭이나 논 주변 개활지의 부드럽고 깨끗한 흙이나 모래밭에 서식한다. 성충은 지표면에서 매우 빠른 속도로 기어다니면서 작은 곤충들을 사냥하는 포식자다. 주로 개미, 거미, 파리, 바퀴벌레, 쥐며느리, 노래기, 바퀴벌레, 지네 등의 애벌레 등을 먹는다.

날개가 있지만 비행능력은 다른 곤충에 비해 뛰어나지 못하다. 대신 기어다니는 속도는 지구상에 살고 있는 곤충 가운데 가장 빠르다. 호주에서 서식하는 길앞잡이 시험 결과에 의하면 1초에 2.5m을 이동한다고 한다. 사람으로 환산하면 무려 시속 1000㎞의 무서운 속도로 이동하는 것과 맞먹는 셈이라고 한다. 정말 놀라운 보행속도다.

수컷의 짝짓기 행동은 일반 곤충과 대조된다. 구애행동이나 예고도 없이 막무가내로 암컷을 덮치거나, 짝짓기하고 있는 수컷에게 싸움을 걸어 짝짓기를 못하도록 하고 싸움을 하기도 한다. 자기 개체 유전자의 수정을 위해 자기와 짝짓기 한 암컷을 몇 시간 동안 물고 다녀 다른 수컷이 짝짓기를 못하게 하거나 이 암컷, 저 암컷에게 계속 짝짓기를 시도하는 `곤충 카사노바'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길앞잡이류 가운데 대표종인 길앞잡이는 약 2㎝로 가장 크며 청색, 남색, 적색, 황색 등 화려한 색상과 무늬를 갖고 있다. 주로 5월부터 6월 초순까지 가장 많이 활동한다. 유충은 땅에 굴을 파고 뒷머리와 앞가슴등판으로 입구를 막고 대기하고 있다가 주변을 지나는 곤충이 있으면 매우 빠른 동작으로 날쌔게 낚아채어 굴 밑으로 끌고 가서 먹는다. `

집 입구 주변에 지나가는 곤충의 진동을 느끼고 사냥을 한다고 하니 대단한 본능이다. 그런데 사냥하려는 곤충이 너무 크거나 힘이 세면 굴 안으로 끌고 오지 못하고 도리어 굴 밖으로 끌려나갈 수도 있다. 이런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배 다섯째 마디에 갈고리 형태의 큰 돌기가 나 있어 굴 벽에 걸어서 버틴다. 유충의 굴은 성장에 따라 몸 크기에 맞게 점점 크게 만드는데 다 자란 유충의 굴 입구는 7∼9㎜ 정도 되고 깊이는 35∼40㎜ 가량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18종이 보고되어 있고 세계적으로는 2500여종이 알려져 있다. 최근 개발에 따른 서식지 축소, 농로 및 해안도로 포장, 토양오염 등 환경변화로 거의 관찰할 수 없거나 개체수가 급감하고 있다.
안승락 박사(국립중앙과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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