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식 IT정보화부 차장
지난해 한 국내 중소 소프트웨어(SW) 개발기업의 CEO는 쉽지 않은 결단을 내렸다. 1년여간 진행해온 SW 제품 개발을 포기하고 처음부터 다시 개발하기로 한 것이다. 많은 개발비와 개발자를 투입해 개발한 SW 제품을 폐기한 것은 제품의 기본 뼈대인 아키텍처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CEO는 "완벽하지 않은 아키텍처로는 필요한 기능을 계속 추가할 때마다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그냥 제품을 출시할 수도 있었지만, 이 상태로 시장에 내놓았다가는 결국 SW가 누더기가 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해 눈물을 머금고 처음부터 다시 개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요즘 시장에서 자리를 잡은 SW기업 CEO들을 취재하면서 회사의 차별점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가장 많이 돌아오는 것은 "우리 제품의 아키텍처가 탄탄하다는 점"이라는 답이다. 이는 그만큼 제품의 아키텍처가 중요하다는 말이기도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 보면 시장에 나와있는, 적지 않은 SW 제품의 아키텍처가 탄탄하지 못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앞서 언급한, 제품 개발을 다시 하기로 한 SW기업은 매우 양호한 편이다. 많은 SW기업은 아키텍처에 다소 문제가 있어도 그대로 제품 개발을 서두르고 출시까지 한다.
확장성을 고려하지 않고 국제 표준과도 어긋나는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한 제품도 당시 시장 트렌드와 맞으면 당장 파는데는 문제가 없을 수 있다. 하지만 이후 고객의 요구와 새로운 기술 트렌드를 반영해 기능을 추가할 때마다 많은 노력과 비용이 들어가 회사의 경영상황을 악화시키게 된다. 또 심한 경우 그로 인해 회사가 문을 닫는 상황에 이르기도 한다.
SW 아키텍처 전문가인 데이비드 갈란 카네기멜론대학 교수는 2년 전 한국에서 열린 컨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건물을 지을 때 설계가 잘못되면 보수나 건물 확장이 쉽지 않은데, SW도 마찬가지"라며 "SW의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품질을 확보하는데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탄탄하고 완성도 높은 아키텍처를 만드는 것은 SW 제품 개발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빨리 제품을 출시해야 한다는 이유로, 여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기본이 무시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같은 이유로 개발과정에서 SW 테스트 등 SW 품질을 높이기 위한 과정이 간과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역시 기본이 무시되는 것이다.
완성도가 떨어지는 SW 제품은 두고두고 개발사를 괴롭힌다. 특히 해외 진출을 추진할 때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국내에서야 고객이 불만을 제기할 때마다 달려가 문제를 해결해줄 수도 있지만 해외 고객에 대해서는 이같은 대응이 어렵다. 이는 해외 고객사 입장에서도 매우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SW 제품의 품질이 얼마나 우수한지, 확장성은 어느 정도인지를 꼼꼼하게 살필 수밖에 없다. 결국 무시된 기본은 좁은 국내시장을 넘어 해외로 나가야 하는 SW기업에게 넘기 힘든 걸림돌로 되돌아오게 되는 것이다.
스마트폰이 아무리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세련된 디자인으로 무장했다고 해도 수시로 멈추거나 오작동을 일으킨다면 어떻게 될까? 자동차가 아무리 멋진 외관과 뛰어난 가속능력, 우수한 연비를 자랑해도 계기판이 잘못된 주행상태를 보여주거나 때때로 안전장치가 말을 잘 듣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그런 제품은 팔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제조사의 브랜드에 치명타가 될 수밖에 없다.
다른 IT 제품과 마찬가지로 SW 제품도 최신 트렌드를 재빨리 반영해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기본이 무시된 제품은 부메랑이 돼 개발사에게 심각한 타격을 입히기 쉽다. 조금 더디 가도 기본을 지키는 것이 SW 기업들의 꿈인 글로벌 기업으로 가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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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CEO는 "완벽하지 않은 아키텍처로는 필요한 기능을 계속 추가할 때마다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그냥 제품을 출시할 수도 있었지만, 이 상태로 시장에 내놓았다가는 결국 SW가 누더기가 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해 눈물을 머금고 처음부터 다시 개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요즘 시장에서 자리를 잡은 SW기업 CEO들을 취재하면서 회사의 차별점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가장 많이 돌아오는 것은 "우리 제품의 아키텍처가 탄탄하다는 점"이라는 답이다. 이는 그만큼 제품의 아키텍처가 중요하다는 말이기도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 보면 시장에 나와있는, 적지 않은 SW 제품의 아키텍처가 탄탄하지 못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앞서 언급한, 제품 개발을 다시 하기로 한 SW기업은 매우 양호한 편이다. 많은 SW기업은 아키텍처에 다소 문제가 있어도 그대로 제품 개발을 서두르고 출시까지 한다.
확장성을 고려하지 않고 국제 표준과도 어긋나는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한 제품도 당시 시장 트렌드와 맞으면 당장 파는데는 문제가 없을 수 있다. 하지만 이후 고객의 요구와 새로운 기술 트렌드를 반영해 기능을 추가할 때마다 많은 노력과 비용이 들어가 회사의 경영상황을 악화시키게 된다. 또 심한 경우 그로 인해 회사가 문을 닫는 상황에 이르기도 한다.
SW 아키텍처 전문가인 데이비드 갈란 카네기멜론대학 교수는 2년 전 한국에서 열린 컨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건물을 지을 때 설계가 잘못되면 보수나 건물 확장이 쉽지 않은데, SW도 마찬가지"라며 "SW의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품질을 확보하는데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탄탄하고 완성도 높은 아키텍처를 만드는 것은 SW 제품 개발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빨리 제품을 출시해야 한다는 이유로, 여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기본이 무시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같은 이유로 개발과정에서 SW 테스트 등 SW 품질을 높이기 위한 과정이 간과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역시 기본이 무시되는 것이다.
완성도가 떨어지는 SW 제품은 두고두고 개발사를 괴롭힌다. 특히 해외 진출을 추진할 때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국내에서야 고객이 불만을 제기할 때마다 달려가 문제를 해결해줄 수도 있지만 해외 고객에 대해서는 이같은 대응이 어렵다. 이는 해외 고객사 입장에서도 매우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SW 제품의 품질이 얼마나 우수한지, 확장성은 어느 정도인지를 꼼꼼하게 살필 수밖에 없다. 결국 무시된 기본은 좁은 국내시장을 넘어 해외로 나가야 하는 SW기업에게 넘기 힘든 걸림돌로 되돌아오게 되는 것이다.
스마트폰이 아무리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세련된 디자인으로 무장했다고 해도 수시로 멈추거나 오작동을 일으킨다면 어떻게 될까? 자동차가 아무리 멋진 외관과 뛰어난 가속능력, 우수한 연비를 자랑해도 계기판이 잘못된 주행상태를 보여주거나 때때로 안전장치가 말을 잘 듣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그런 제품은 팔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제조사의 브랜드에 치명타가 될 수밖에 없다.
다른 IT 제품과 마찬가지로 SW 제품도 최신 트렌드를 재빨리 반영해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기본이 무시된 제품은 부메랑이 돼 개발사에게 심각한 타격을 입히기 쉽다. 조금 더디 가도 기본을 지키는 것이 SW 기업들의 꿈인 글로벌 기업으로 가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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