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돗물 흙냄새 주범… 이끼류 분해과정서 나와
서울 일부 지역에 공급되는 수돗물의 흙냄새가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 가을의 가뭄과 심한 늦더위 때문에 깨끗한 1급수를 자랑하던 북한강 수계의 수온이 올라가면서 조류(藻類)가 확산되어 생긴 문제라고 한다. 날씨가 추워져 북한강의 수온이 내려가면 조류도 사라지고, 수돗물의 흙냄새도 함께 해결될 것이라던 정부 당국의 기대도 빗나가고 있는 모양이다.
수돗물에서 나는 흙냄새는 지오스민(geosmin)이라는 탄소, 수소, 산소로 만들어진 천연물질 때문이다. 자연에서 흙냄새를 내는 자오스민을 만드는 미생물은 다양하다. 민물에서 광합성을 하는 이끼류인 남조류(藍藻類)도 그런 미생물이다. 30억년이 넘는 까마득한 옛날 지구 대기 중에 산소가 존재하도록 만들어준 고마운 `사이아노박테리아'의 후손이지만 이제는 우리가 마셔야 할 깨끗한 물을 오염시키는 주범으로 천대를 받는 신세가 돼버렸다.
이끼류가 몸속에서 지오스민을 만들어내는 이유는 아직도 정확하게 밝혀내지 못했다. 물론 이끼류의 생존에 필요하기 때문에 지오스민을 만들도록 진화했을 것이다. 물에 잘 녹지 않는 지오스민은 이끼류가 일생을 마감하고 분해되는 과정에 외부로 방출된다. 실제로 팔당 취수원에서 검출된 지오스민의 농도가 296ppt(1조분의1)에 이르기도 했다고 한다.
흙속에 살면서 곰팡이처럼 균사체와 포자를 만들기도 하는 방선균류(放線菌類)에 속하는 스트렙토미세스도 지오스민을 방출한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우리 인간은 지오스민에 매우 민감한 후각을 가지고 있다. 공기 중의 지오스민의 농도가 5ppt 정도만 되면 흙냄새를 바로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다. 화학실험실에서 사용하는 값비싼 분석장비를 이용해도 정확하게 알아내기 어려울 정도로 낮은 농도의 지오스민을 감지할 수 있다는 뜻이다.
무더운 여름날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질 때 한적한 시골 마당에서 나는 흙냄새가 사실은 진짜 흙의 냄새가 아니라 흙속에서 살던 방선균이 방출한 지오스민의 냄새다. 가뭄으로 바짝 말라버린 밭을 갈거나, 바짝 마른 밭의 잡초를 뽑을 때 나는 냄새도 지오스민 때문이다. 어린 시절의 시골 생활을 떠올리면서 그런 흙냄새를 그리워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러나 똑같은 지오스민의 흙냄새라도 수돗물에서 풍기면 사정이 달라진다. 수돗물에서 나는 흙냄새에서 시골의 정취를 떠올리는 사람은 없다. 누구라도 이끼가 번성해서 시퍼렇게 썩은 강물을 떠올리게 된다. 수돗물의 흙냄새를 제거하기 위한 노력은 꼭 필요한 셈이다.
질소와 인(燐)을 비롯한 영양물질이 한강 수계로 흘러 들어가지 않도록 더욱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아무리 수량이 적고, 수온이 높아도 영양물질이 없으면 이끼류가 번성할 수가 없다. 결국 북한강 수계에서 녹조와 남조류가 번성한다는 사실은 생활하수와 농축산 하수가 흘러 들어가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가 된다. 수도권의 2000만 국민에게 깨끗한 수돗물을 공급하기 위해서라면 정부가 북한강 수계의 수질 관리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정수장에서 깨끗한 수돗물을 만드는 일에도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정수 과정에서 더 많은 양의 활성탄을 투입해서 지오스민을 제거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물론 상당한 비용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지만 깨끗한 수돗물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가 없다. 아무리 사정이 어려워도 지오스민의 농도가 10ppt가 넘지 않도록 하겠다는 약속은 꼭 지켜야 한다.
사실 수돗물에서 흙냄새가 난다고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지오스민의 냄새를 없애는 일이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수돗물을 끓여 마시거나 레몬즙처럼 신맛이 나는 산성(酸性) 물질을 조금만 넣어주면 흙냄새가 말끔하게 사라진다. 지리적 이유로 흙냄새가 나는 물을 마실 수밖에 없는 지역에서 오래 전부터 사용하고 있는 생활과학 상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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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돗물에서 나는 흙냄새는 지오스민(geosmin)이라는 탄소, 수소, 산소로 만들어진 천연물질 때문이다. 자연에서 흙냄새를 내는 자오스민을 만드는 미생물은 다양하다. 민물에서 광합성을 하는 이끼류인 남조류(藍藻類)도 그런 미생물이다. 30억년이 넘는 까마득한 옛날 지구 대기 중에 산소가 존재하도록 만들어준 고마운 `사이아노박테리아'의 후손이지만 이제는 우리가 마셔야 할 깨끗한 물을 오염시키는 주범으로 천대를 받는 신세가 돼버렸다.
이끼류가 몸속에서 지오스민을 만들어내는 이유는 아직도 정확하게 밝혀내지 못했다. 물론 이끼류의 생존에 필요하기 때문에 지오스민을 만들도록 진화했을 것이다. 물에 잘 녹지 않는 지오스민은 이끼류가 일생을 마감하고 분해되는 과정에 외부로 방출된다. 실제로 팔당 취수원에서 검출된 지오스민의 농도가 296ppt(1조분의1)에 이르기도 했다고 한다.
흙속에 살면서 곰팡이처럼 균사체와 포자를 만들기도 하는 방선균류(放線菌類)에 속하는 스트렙토미세스도 지오스민을 방출한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우리 인간은 지오스민에 매우 민감한 후각을 가지고 있다. 공기 중의 지오스민의 농도가 5ppt 정도만 되면 흙냄새를 바로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다. 화학실험실에서 사용하는 값비싼 분석장비를 이용해도 정확하게 알아내기 어려울 정도로 낮은 농도의 지오스민을 감지할 수 있다는 뜻이다.
무더운 여름날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질 때 한적한 시골 마당에서 나는 흙냄새가 사실은 진짜 흙의 냄새가 아니라 흙속에서 살던 방선균이 방출한 지오스민의 냄새다. 가뭄으로 바짝 말라버린 밭을 갈거나, 바짝 마른 밭의 잡초를 뽑을 때 나는 냄새도 지오스민 때문이다. 어린 시절의 시골 생활을 떠올리면서 그런 흙냄새를 그리워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러나 똑같은 지오스민의 흙냄새라도 수돗물에서 풍기면 사정이 달라진다. 수돗물에서 나는 흙냄새에서 시골의 정취를 떠올리는 사람은 없다. 누구라도 이끼가 번성해서 시퍼렇게 썩은 강물을 떠올리게 된다. 수돗물의 흙냄새를 제거하기 위한 노력은 꼭 필요한 셈이다.
질소와 인(燐)을 비롯한 영양물질이 한강 수계로 흘러 들어가지 않도록 더욱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아무리 수량이 적고, 수온이 높아도 영양물질이 없으면 이끼류가 번성할 수가 없다. 결국 북한강 수계에서 녹조와 남조류가 번성한다는 사실은 생활하수와 농축산 하수가 흘러 들어가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가 된다. 수도권의 2000만 국민에게 깨끗한 수돗물을 공급하기 위해서라면 정부가 북한강 수계의 수질 관리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정수장에서 깨끗한 수돗물을 만드는 일에도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정수 과정에서 더 많은 양의 활성탄을 투입해서 지오스민을 제거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물론 상당한 비용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지만 깨끗한 수돗물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가 없다. 아무리 사정이 어려워도 지오스민의 농도가 10ppt가 넘지 않도록 하겠다는 약속은 꼭 지켜야 한다.
사실 수돗물에서 흙냄새가 난다고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지오스민의 냄새를 없애는 일이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수돗물을 끓여 마시거나 레몬즙처럼 신맛이 나는 산성(酸性) 물질을 조금만 넣어주면 흙냄새가 말끔하게 사라진다. 지리적 이유로 흙냄새가 나는 물을 마실 수밖에 없는 지역에서 오래 전부터 사용하고 있는 생활과학 상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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