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종렬 한국인터넷진흥원장
지난 1990년대는 `트렌디 드라마'가 공중파 방송을 장악했다. 스토리 위주의 기존 드라마에서 벗어나 젊은층의 패션ㆍ취미 등 화려한 라이프 스타일 묘사에 비중을 두는 감각적 드라마가 주류를 이루었다는 얘기다.
지금은 `막장 드라마'가 대세다. 막장 드라마란 현실의 삶에서는 좀처럼 일어나기 힘든 자극적인 상황이나 사건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는 것을 말한다. 10년 전이라면 이복남매의 `기구한 사랑'만으로도 시청자들은 손수건을 꺼내 들었겠지만 지금은 이 정도의 시나리오로는 방송국을 기웃거릴 수도 없다.
`출생의 비밀'을 연결고리로 청춘 남녀가 연인과 남매 사이를 어지럽게 오가고, 기혼자의 외도는 기본이 됐다. 어느새 한국은 점점 더 강한 말초적 자극을 원하는 사회가 된 것이다. 공중파 방송의 드라마는 이같은 상황의 리트머스 시험지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시험지의 산도(酸度)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른바 `역치'( 値)가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역치란 일정한 반응을 이끌어내는 데 필요한 최소 자극량을 말하는데, 역치가 높아진다는 말은 일정한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해 점점 더 강한 자극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상적인 사랑 이야기라면 무덤덤해하고 불륜이나 출생의 비밀, 거기에 의협심으로 그럴싸하게 포장된 폭력까지 가세돼야 관심을 보인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인터넷이 이 같은 역치 상승의 기술적 토대를 강화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반적으로 불륜은 물론 폭력ㆍ잔혹ㆍ엽기 등에 대한 간접경험의 양과 폭이 늘어나면 아무리 강한 자극에도 재빨리 무덤덤해지게 마련인데, 인터넷이 바로 이 같은 속성을 촉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100여 년 전 사진의 발명이 시각 콘텐츠, 그리고 20세기 중반의 TV가 영상 콘텐츠에 일대 혁명을 가져왔다면 지금은 인터넷이 자극의 혁명을 가져왔다는 말까지 하고 있다.
실제 PC나 스마트폰 화면은 가족이 함께 보는 TV 화면보다 훨씬 개인적이고 은밀하다. 이 곳을 통해 심의나 검열과정을 거치지 않은 도발적이고 선정적인 콘텐츠들이 시공의 경계를 뛰어넘어 빛의 속도로 전파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인터넷은 포털사이트ㆍ미니홈피ㆍ블로그ㆍ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게시글이나 댓글을 다는 기능까지 갖고 있어 악성 드라마보다 역치 상승의 임계점이 훨씬 높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사이버상의 불륜ㆍ폭력ㆍ잔혹ㆍ엽기 등에 대해 잠시 경악하다가도 금방 익숙해지곤 한다. 악성 댓글과 명예훼손으로 누군가 목숨을 끊으면 인터넷 윤리 부재를 한탄하면서도 시간이 흐르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잊어버린다.
유언비어도 마찬가지다. 최근 있었던 서울시장 선거가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인터넷상에는 출처가 확인되지 않은 각종 설(說)이 난무했는데, 이같은 유언비어는 이중삼중의 부작용을 가져온다.
근거없는 100% 거짓이라고 해도 유언비어가 일단 유권자의 인식에 영향을 미치면 나중에 진실이 밝혀져도 쉽게 그 같은 진실을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사실이 아니라는 결정적인 증거가 나오고, 권위있는 기관의 공증이 제시돼도 인터넷상에서는 오히려 음모론이 판을 친다.
역치는 흔히 `문턱값'으로도 불린다. 다시말해 역치가 상승하면 할수록 자극을 느낄 수 있는 문턱의 높이가 높아져 왠만한 자극이 아니고서는 기쁨ㆍ슬픔ㆍ노여움과 같은 보편적 정서가 생성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인터넷상에서 불륜ㆍ폭력ㆍ잔혹ㆍ엽기는 물론 악성댓글, 명예훼손, 유언비어가 판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속적으로 역치가 상승하는 사회는 혼돈과 일탈을 피할 수 없게 된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인터넷 리터러시(Internet Literacy)를 골자로 한 범국민 인터넷 문화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인터넷 리터러시란 인터넷을 제대로 이해하고 건강하게 이용하는 능력의 함양을 말하는데, 역치 상승의 임계점이 높아가는 요즘 상황을 감안하면 가장 본질적인 대책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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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막장 드라마'가 대세다. 막장 드라마란 현실의 삶에서는 좀처럼 일어나기 힘든 자극적인 상황이나 사건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는 것을 말한다. 10년 전이라면 이복남매의 `기구한 사랑'만으로도 시청자들은 손수건을 꺼내 들었겠지만 지금은 이 정도의 시나리오로는 방송국을 기웃거릴 수도 없다.
`출생의 비밀'을 연결고리로 청춘 남녀가 연인과 남매 사이를 어지럽게 오가고, 기혼자의 외도는 기본이 됐다. 어느새 한국은 점점 더 강한 말초적 자극을 원하는 사회가 된 것이다. 공중파 방송의 드라마는 이같은 상황의 리트머스 시험지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시험지의 산도(酸度)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른바 `역치'( 値)가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역치란 일정한 반응을 이끌어내는 데 필요한 최소 자극량을 말하는데, 역치가 높아진다는 말은 일정한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해 점점 더 강한 자극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상적인 사랑 이야기라면 무덤덤해하고 불륜이나 출생의 비밀, 거기에 의협심으로 그럴싸하게 포장된 폭력까지 가세돼야 관심을 보인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인터넷이 이 같은 역치 상승의 기술적 토대를 강화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반적으로 불륜은 물론 폭력ㆍ잔혹ㆍ엽기 등에 대한 간접경험의 양과 폭이 늘어나면 아무리 강한 자극에도 재빨리 무덤덤해지게 마련인데, 인터넷이 바로 이 같은 속성을 촉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100여 년 전 사진의 발명이 시각 콘텐츠, 그리고 20세기 중반의 TV가 영상 콘텐츠에 일대 혁명을 가져왔다면 지금은 인터넷이 자극의 혁명을 가져왔다는 말까지 하고 있다.
실제 PC나 스마트폰 화면은 가족이 함께 보는 TV 화면보다 훨씬 개인적이고 은밀하다. 이 곳을 통해 심의나 검열과정을 거치지 않은 도발적이고 선정적인 콘텐츠들이 시공의 경계를 뛰어넘어 빛의 속도로 전파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인터넷은 포털사이트ㆍ미니홈피ㆍ블로그ㆍ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게시글이나 댓글을 다는 기능까지 갖고 있어 악성 드라마보다 역치 상승의 임계점이 훨씬 높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사이버상의 불륜ㆍ폭력ㆍ잔혹ㆍ엽기 등에 대해 잠시 경악하다가도 금방 익숙해지곤 한다. 악성 댓글과 명예훼손으로 누군가 목숨을 끊으면 인터넷 윤리 부재를 한탄하면서도 시간이 흐르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잊어버린다.
유언비어도 마찬가지다. 최근 있었던 서울시장 선거가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인터넷상에는 출처가 확인되지 않은 각종 설(說)이 난무했는데, 이같은 유언비어는 이중삼중의 부작용을 가져온다.
근거없는 100% 거짓이라고 해도 유언비어가 일단 유권자의 인식에 영향을 미치면 나중에 진실이 밝혀져도 쉽게 그 같은 진실을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사실이 아니라는 결정적인 증거가 나오고, 권위있는 기관의 공증이 제시돼도 인터넷상에서는 오히려 음모론이 판을 친다.
역치는 흔히 `문턱값'으로도 불린다. 다시말해 역치가 상승하면 할수록 자극을 느낄 수 있는 문턱의 높이가 높아져 왠만한 자극이 아니고서는 기쁨ㆍ슬픔ㆍ노여움과 같은 보편적 정서가 생성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인터넷상에서 불륜ㆍ폭력ㆍ잔혹ㆍ엽기는 물론 악성댓글, 명예훼손, 유언비어가 판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속적으로 역치가 상승하는 사회는 혼돈과 일탈을 피할 수 없게 된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인터넷 리터러시(Internet Literacy)를 골자로 한 범국민 인터넷 문화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인터넷 리터러시란 인터넷을 제대로 이해하고 건강하게 이용하는 능력의 함양을 말하는데, 역치 상승의 임계점이 높아가는 요즘 상황을 감안하면 가장 본질적인 대책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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