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종섭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장
30년을 함께 공생해 온 지상파와 케이블이 다투고 있다. 지상파방송사들은 케이블이 지상파 프로그램을 이용해 돈을 벌면서 정작 자신들의 수익에는 전혀 도움이 안되기 때문에 대가를 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케이블도 오랜 기간 지상파가 방치한 난시청 문제를 케이블이 해결하면서 광고매출 증대에 기여했으니 이를 감안해 주고받을 비용을 계산해 보자고 응수한다.
지상파방송은 법원을 통해 케이블의 지상파 재전송 금지 판결을 받아냈고, 케이블업계도 오는 24일부터 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지상파방송 전송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맞서 있다.
이미 지난해에도 서울중앙지법의 민사본안 1심 판결에서도 재송신 금지 판결문을 받게 된 케이블업계는 지상파방송 중단을 선언한 일이 있다. 하지만 시청자 피해를 우려해 방송통신위원회의 제도개선과 적극적인 중재의지를 믿고 방송 중단 입장을 철회했다.
그러나 지난달 서울고법에서 내린 결정은 CJ헬로비전이 신규가입자에게 지상파방송 재전송을 계속하면 하루 1억 5000만원씩을 지급하라는 간접강제 명령이었다.
케이블업계는 원활한 협상을 위해 협의체 운영 기간까지의 간접강제 이행금을 면제해 달라는 요청을 했지만, 지상파는 배임혐의가 우려된다며 이를 거부했다.
배임(背任), 주어진 임무를 저버리는 행위. 자기 이익을 위해 임무를 수행하지 않고 국가나 회사에 재산상 손해를 주는 경우를 말한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기업 경영자가 개인의 이득을 취하고자 하는 의도없이 더 큰 협상을 위한 조치로서 양보하는 일이 배임에 해당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설사 그것이 배임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원만한 협의를 통해 방송중단을 막지 못한다면 국민의 보편적 시청권 보호에 앞장서야 할 의무가 있는 지상파방송사들은 국민에 대한 돌이킬 수 없는 배임행위를 하게 된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케이블이 방송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24일까지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
하지만 여전히 양보와 타협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 가운데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도 분쟁을 해결할 똑 부러진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원만한 타협을 위해서는 협상 참여자들 모두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문제해결을 위해 정부가 재전송 관련 제도개선을 서둘러야 한다.
일부채널만 의무전송채널로 명시한 현행법은 언제든 소송이 난무할 수 있게 만들고 있다. 시청자를 위해 지상파방송을 전송하는 케이블사업자가 갑자기 범법자로 몰리고 방송을 중단해야만 하는 상황이 계속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지금 케이블에게 재전송 중단을 요구하고 있는 SBSㆍMBCㆍKBS2도 시청자들이 보지 않아도 되는 채널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현행 방송법 78조에는 KBS1ㆍEBS만이 의무전송 채널로 저작권 적용을 배제하는 것으로 돼 있다. 따라서 나머지 채널들의 성격을 명확히 구분해서 공영방송사의 채널인 KBS2와 MBC는 78조의 적용을 받도록 하고, 상업방송인 SBS의 경우는 의무전송을 하되 저작권 적용 문제는 사업자간 계약에 맡기면 제도개선의 큰 틀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처럼 제도개선이라는 본질문제가 아닌 지상파와 케이블간의 대가산정에만 매달린다면 그 결과는 너무 뻔하다. 서로 주는 것보다 받을 것이 더 많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합의도출이 가능하겠는가.
협상 중에도 사법부를 찾아가는 지상파의 행태를 보면서도 케이블사업자들은 인내심을 갖고 여기까지 왔다.
케이블과 지상파가 국민의 시청권 보호라는 큰 명제아래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방송통신위원회의 현명한 정책적 판단과 결정을 진심으로 기대해본다.
이것도 늦으면 안 된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청자 몫이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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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방송은 법원을 통해 케이블의 지상파 재전송 금지 판결을 받아냈고, 케이블업계도 오는 24일부터 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지상파방송 전송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맞서 있다.
이미 지난해에도 서울중앙지법의 민사본안 1심 판결에서도 재송신 금지 판결문을 받게 된 케이블업계는 지상파방송 중단을 선언한 일이 있다. 하지만 시청자 피해를 우려해 방송통신위원회의 제도개선과 적극적인 중재의지를 믿고 방송 중단 입장을 철회했다.
그러나 지난달 서울고법에서 내린 결정은 CJ헬로비전이 신규가입자에게 지상파방송 재전송을 계속하면 하루 1억 5000만원씩을 지급하라는 간접강제 명령이었다.
케이블업계는 원활한 협상을 위해 협의체 운영 기간까지의 간접강제 이행금을 면제해 달라는 요청을 했지만, 지상파는 배임혐의가 우려된다며 이를 거부했다.
배임(背任), 주어진 임무를 저버리는 행위. 자기 이익을 위해 임무를 수행하지 않고 국가나 회사에 재산상 손해를 주는 경우를 말한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기업 경영자가 개인의 이득을 취하고자 하는 의도없이 더 큰 협상을 위한 조치로서 양보하는 일이 배임에 해당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설사 그것이 배임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원만한 협의를 통해 방송중단을 막지 못한다면 국민의 보편적 시청권 보호에 앞장서야 할 의무가 있는 지상파방송사들은 국민에 대한 돌이킬 수 없는 배임행위를 하게 된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케이블이 방송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24일까지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
하지만 여전히 양보와 타협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 가운데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도 분쟁을 해결할 똑 부러진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원만한 타협을 위해서는 협상 참여자들 모두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문제해결을 위해 정부가 재전송 관련 제도개선을 서둘러야 한다.
일부채널만 의무전송채널로 명시한 현행법은 언제든 소송이 난무할 수 있게 만들고 있다. 시청자를 위해 지상파방송을 전송하는 케이블사업자가 갑자기 범법자로 몰리고 방송을 중단해야만 하는 상황이 계속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지금 케이블에게 재전송 중단을 요구하고 있는 SBSㆍMBCㆍKBS2도 시청자들이 보지 않아도 되는 채널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현행 방송법 78조에는 KBS1ㆍEBS만이 의무전송 채널로 저작권 적용을 배제하는 것으로 돼 있다. 따라서 나머지 채널들의 성격을 명확히 구분해서 공영방송사의 채널인 KBS2와 MBC는 78조의 적용을 받도록 하고, 상업방송인 SBS의 경우는 의무전송을 하되 저작권 적용 문제는 사업자간 계약에 맡기면 제도개선의 큰 틀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처럼 제도개선이라는 본질문제가 아닌 지상파와 케이블간의 대가산정에만 매달린다면 그 결과는 너무 뻔하다. 서로 주는 것보다 받을 것이 더 많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합의도출이 가능하겠는가.
협상 중에도 사법부를 찾아가는 지상파의 행태를 보면서도 케이블사업자들은 인내심을 갖고 여기까지 왔다.
케이블과 지상파가 국민의 시청권 보호라는 큰 명제아래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방송통신위원회의 현명한 정책적 판단과 결정을 진심으로 기대해본다.
이것도 늦으면 안 된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청자 몫이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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