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근 선문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2008년 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방송통신융합'이라는 시대추세에 맞추어 통합규제기구인 방송통신위원회가 출범하였다. 그리고 지난 3월에 제2기 방송통신위원회가 새롭게 구성되어 갓 출발하였다.
1990년대 초반 새로운 정보통신기술 발달과 함께 처음 등장한 `융합'이라는 화두는 21세기 진입단계에서 모든 다른 담론들을 압도해 왔다. 디지털 정보통신기술에서 시작된 기술적 융합이 사업자간 융합으로 이어지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 법제도적 융합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던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같은 법제도 또는 사업자 융합 논의를 종결하는 실질적이면서 상징적 의미를 담고 출범했던 것이다. 때문에 방송통신위원회는 10여 년 가까이 지지부진하던 제도논쟁을 종식시킬 것이고, 방송과 통신간의 시너지효과로 디지털 강국을 선도할 것이라는 장밋빛 기대를 갖게 하였다.
그렇다면 법제도 융합 3년이 지난 지금 우리 방송ㆍ통신 현주소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두 영역이 융합되고 있는지가 가장 중요할 것이다. 기술면에서 본다면 서비스 제공여부와 무관하게 가전시장에서 스마트폰이나 스마트TV와 같은 융합형 단말기들이 팔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들 단말형 매체들이 성공할 것이라는 전망보다는 회의적인 전망이 더 설득력 있어 보인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회의적 전망들이 주로 방송콘텐츠, 방송시청패턴, 방송시장의 협소성과 불공정성 같은 논리에 근거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여전히 최소한 한국시장에서는 사업자간 융합이 요원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도리어 방송통신위원회 출범 이후 방송ㆍ통신사업자 모두 폐쇄성이 더 강화된 듯한 느낌이다. 인터넷 같은 통신네트워크를 고수하려는 통신사업자와 콘텐츠 독점구조를 유지하려는 방송사업자들간에 불신은 더 커진 모양새다.
실제 융합을 상징하면서 정부의 강력한 지원아래 시작했던 IPTV만 보더라도, 위성방송서비스와 결합된 KT를 제외한 다른 사업자는 사실상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반대로 콘텐츠를 지배하고 있는 지상파방송사업자들은 경쟁사업자들에 대한 콘텐츠 공급의 배타성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여기에 재전송이라는 방송영역의 아킬레스건을 잡고 있는 케이블TV사업자들은 디지털 전환에 소극적이어서 융합의 필수조건 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이를 순전히 사업자들의 이기주의 혹은 방송시장의 협소함에서 발생하는 문제라고 치부할 수 없다는 점이다. 모든 방송ㆍ통신사업자들이 `융합' `디지털' 같은 거대담론과 무관하게 `각각 생존을 위한 무한투쟁의 정글'에서 우왕좌왕하게 만든 책임으로부터 규제기구가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일부이고 다분히 주관적이기는 하지만, 한국의 언론자유정도가 도리어 낮아졌다는 프리덤 하우스의 보고서나 몇 개 국제기구들의 IT산업경쟁력지수평가에서 우리나라의 순위가 매년 조금씩 낮아지고 있다는 소식들은 결코 무시할 일이 아니다.
결국 이 시점 한국에서의 방송통신융합은 이른바 요즈음 유행하는 `미디어생태계' `동반성장'과 같은 시대적 추세와 반대로 점점 `호전적인 제로 섬'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느낌이다. 도대체 지금 한국사회에서 융합이 일어나고 있기는 한 것인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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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초반 새로운 정보통신기술 발달과 함께 처음 등장한 `융합'이라는 화두는 21세기 진입단계에서 모든 다른 담론들을 압도해 왔다. 디지털 정보통신기술에서 시작된 기술적 융합이 사업자간 융합으로 이어지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 법제도적 융합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던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같은 법제도 또는 사업자 융합 논의를 종결하는 실질적이면서 상징적 의미를 담고 출범했던 것이다. 때문에 방송통신위원회는 10여 년 가까이 지지부진하던 제도논쟁을 종식시킬 것이고, 방송과 통신간의 시너지효과로 디지털 강국을 선도할 것이라는 장밋빛 기대를 갖게 하였다.
그렇다면 법제도 융합 3년이 지난 지금 우리 방송ㆍ통신 현주소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두 영역이 융합되고 있는지가 가장 중요할 것이다. 기술면에서 본다면 서비스 제공여부와 무관하게 가전시장에서 스마트폰이나 스마트TV와 같은 융합형 단말기들이 팔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들 단말형 매체들이 성공할 것이라는 전망보다는 회의적인 전망이 더 설득력 있어 보인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회의적 전망들이 주로 방송콘텐츠, 방송시청패턴, 방송시장의 협소성과 불공정성 같은 논리에 근거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여전히 최소한 한국시장에서는 사업자간 융합이 요원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도리어 방송통신위원회 출범 이후 방송ㆍ통신사업자 모두 폐쇄성이 더 강화된 듯한 느낌이다. 인터넷 같은 통신네트워크를 고수하려는 통신사업자와 콘텐츠 독점구조를 유지하려는 방송사업자들간에 불신은 더 커진 모양새다.
실제 융합을 상징하면서 정부의 강력한 지원아래 시작했던 IPTV만 보더라도, 위성방송서비스와 결합된 KT를 제외한 다른 사업자는 사실상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반대로 콘텐츠를 지배하고 있는 지상파방송사업자들은 경쟁사업자들에 대한 콘텐츠 공급의 배타성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여기에 재전송이라는 방송영역의 아킬레스건을 잡고 있는 케이블TV사업자들은 디지털 전환에 소극적이어서 융합의 필수조건 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이를 순전히 사업자들의 이기주의 혹은 방송시장의 협소함에서 발생하는 문제라고 치부할 수 없다는 점이다. 모든 방송ㆍ통신사업자들이 `융합' `디지털' 같은 거대담론과 무관하게 `각각 생존을 위한 무한투쟁의 정글'에서 우왕좌왕하게 만든 책임으로부터 규제기구가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일부이고 다분히 주관적이기는 하지만, 한국의 언론자유정도가 도리어 낮아졌다는 프리덤 하우스의 보고서나 몇 개 국제기구들의 IT산업경쟁력지수평가에서 우리나라의 순위가 매년 조금씩 낮아지고 있다는 소식들은 결코 무시할 일이 아니다.
결국 이 시점 한국에서의 방송통신융합은 이른바 요즈음 유행하는 `미디어생태계' `동반성장'과 같은 시대적 추세와 반대로 점점 `호전적인 제로 섬'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느낌이다. 도대체 지금 한국사회에서 융합이 일어나고 있기는 한 것인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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