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환의 과학세상] (300) 세계 화학의 해

인류발전 공헌 기념 UN 선정
이젠 '화학의 녹색화' 이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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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02-16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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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퀴리 부인의 노벨 화학상 수상과 국제화학연합 설립 100주년을 맞이하여 현대 화학의 성과와 인류에 대한 기여를 기념하기 위해 UN이 정한 `세계 화학의 해'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대한화학회와 한국화학공학회를 비롯한 화학 분야의 여러 학술단체들이 `우리의 삶, 우리의 미래, 화학과 함께'라는 주제로 국민과 함께 하는 다양한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

물질의 성질과 변화를 연구하는 화학은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꼭 필요한 핵심 과학이다. 그런 화학의 역사는 대단히 길다. 동양의 음양오행설과 서양의 사원소설이 화학의 출발이었다고 볼 수도 있다. 우리 조상들은 세상을 구성하는 물질의 기본적인 성질에서 우리 모두가 공유하고 지켜야 할 철학과 윤리의 원칙을 찾으려 했다.

화학은 실용적으로도 중요했다. 불을 피우고, 음식을 요리하는 일이 모두 화학 기술을 필요로 한다. 청동기와 철기의 개발도 고도의 화학적 지식에 의해 가능해진 것이다. 산업혁명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국가의 흥망성쇠가 철을 다루는 화학 기술에 의해 결정되었다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았다. 철은 무기와 도구를 만드는 가장 중요한 소재였기 때문이다.

오늘날 화학의 중요성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현대의 화학은 식량, 연료, 소재, 의약품의 개발은 물론이고 정보통신(IT)과 바이오기술(BT)의 발전에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의 풍요롭고, 건강하고, 안전한 삶이 모두 화학에 의해 가능해진 것이다.

식량 생산을 6배 이상 증가시킨 1960년대의 녹색혁명도 화학비료, 농약, 농기계, 육종에 의해 가능해진 것이다. 20세기 초 프리츠 하버에 의해 개발된 암모니아 합성법은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을 준 기술 개발로 기록되고 있다. 식량 부족에 의한 인류의 멸망을 예고했던 맬서스의 암울한 주장은 화학의 놀라운 위력을 무시했던 것이었다.

땅 속에 버려져 있던 검은 석유를 이용해서 상상을 넘어서는 새로운 연료와 고분자 소재를 개발하고, 모래에서 정보화 시대를 가능하게 만들어준 반도체 소재를 생산하게 된 것도 19세기부터 정립된 현대 화학 덕분이었다. 화학에 의한 연료와 신소재가 없었더라면 인류가 활용하던 거의 유일한 범용 전통 소재인 목재는 오래 전에 자취를 감춰버렸을 것이다.

보건의료 분야의 발전은 더욱 놀랍다. 산업혁명 이후 인구가 10배 가까이 늘어났고, 평균 수명도 2배로 늘어나고, 감염을 막아주는 소독약에 이어서 박테리아(세균)에 의한 감염성 질병을 치료해주는 항생제가 등장한 것이 모두 화학의 성과다. 품질 관리도 불가능하고, 공급량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천연 의약품의 한계를 극복하도록 해준 합성 의약품은 누구에게나 공평한 보건의료 혜택을 제공해주었다. 인류 역사상 처음 있는 엄청난 발전이었다.

생명과학과 BT의 발전도 화학과 무관하지 않다. 생명 현상 자체가 근원적으로 화학적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자식이 부모를 닮는 유전과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도록 만들어주는 진화도 역시 화학에 의한 것이다. 화학을 모르면 우리 자신도 이해할 수가 없다.

물론 화학이 긍정적인 성과만 제공했던 것은 아니다. 화석 연료와 자원의 과다 소비가 환경과 우리 자신의 생존에 심각한 부담을 주고 있다. 자원의 무분별한 낭비에 의한 문제도 여간 심각하지 않다. 우리 스스로 종말을 자초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우려가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이라고 할 수도 없다. 화학의 오용과 남용의 폐해는 정말 심각하다.

그렇다고 화학을 포기할 수는 없다. 극심한 굶주림과 질병, 그리고 극단적인 차별로 가득했던 과거로 돌아가자는 주장은 비인간적인 것이다. 환경과 생태계에 영향을 적게 주고, 지속 가능한 녹색 화학을 찾아내야 한다. 우리의 미래가 녹색 화학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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