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중 고려대 정보경영공학부 교수
인간과 인간, 인간과 사물, 인간과 기계를 매끄럽게 이어주는 인터페이스가 중요하다. 그 전형을 컨테이너에서 찾을 수 있다.
말콤 맥린은 고등학교 졸업 후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어주며 모은 120달러로 중고 트럭 한 대를 구입한다. 그는 픽업 트럭 한 대로 출발해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트럭운송 회사로 키우고 1958년 뉴욕 주식시장에 상장한다.
1956년 당시 항구에서 화물 하역은 대부분 인부들의 몫이었고 톤 당 5달러 86센트가 들었다. 그런데 말콤 맥린이 창안한 컨테이너가 도입되면서 하역비용은 16센트로 대폭 낮아졌다.
컨테이너 사용은 하역 시간을 크게 단축시켜 더 자주 더 많은 화물을 실어 나를 수 있어 선박과 항구의 생산성이 향상되었다. 베트남 전쟁이 진행되는 동안 부실한 접안시설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군수물자를 신속하게 하역하면서 컨테이너의 성가가 높아졌다.
컨테이너는 경제지리학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뉴욕이나 런던 등 전통적인 항구는 내리막 길을 걸었고 위상이 애매했던 캘리포니아의 오클랜드나 말레이시아의 탄중 펠레파스 같은 항구는 날로 성장했다.
선적비용이 낮아지자 소비자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 공장을 지어도 되었다. 그 결과 아시아는 새로운 생산기지로 발돋움했고 상상할 수 없는 낮은 가격으로 상품을 공급했다.
트럭과 기차에도 일관적업으로 컨테이너를 옮겨 실을 수 있게 국제표준이 만들어졌다. 지금은 항공기에도 컨테이너가 사용된다.
이제 왜 컨테이너를 20세기 최고의 발명 가운데 하나라 부르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수천 년의 해운 역사 가운데 가장 놀라운 혁신은 그저 철판으로 만든 상자로부터 시작되었다. 컨테이너는 물류용 패킷이라 보면 된다. 출발지에서부터 여러 운송수단을 갈아타고 항구들을 돌아 목적지에 도착하는 게 영락없는 패킷이다. 이제는 상황인지기술 덕분에 하역인부가 없어도 자동선적이 가능한 수준까지 왔다.
인터넷의 역사는 컨테이너 역사보다 일천하다. 그런데 이 인터넷도 수천 년 통신 역사를 통틀어 가장 놀라운 기술적 진보 가운데 하나라 말할 수 있다. 서로 다른 네트워크와 단말을 거쳐도 빛의 속도로 패킷을 전송할 수 있는 것은 인터페이스가 잘 되어있기 때문이다. 이동통신의 역사는 더 짧다. 그럼에도 무선인터넷의 영향력은 컨테이너에 비해 훨씬 더 넓고 크다. 지금 우리 앞에 놓인 가장 중요한 과제는 향후 기술 진화의 방향을 정확히 예측하는 것이다. 그런데 예측은 힘들고 어렵다. 정보기술혁신재단(ITIF) 회장 롭 앳킨슨(Rob Atkinson)은 이런 질문을 던졌다. "왜 IBM은 OS를 지키지 않았나? 왜 마이크로소프트는 처음 브라우저를 만들지 않았나? AT&T는 AOL을 만들지 않았나? 왜 시티은행은 PayPal을 만들지 못했나?"
아무리 미래의 예측이 어렵다 해도 인터페이스의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손가락 하나만으로도 모든 일을 할 수 있게 한 아이폰. 그러고도 부족한 기능은 앱으로 해결하게 해 사용자를 고려한 인터페이스의 압권을 만들었다. PGP는 놀라운 암호기술 모음인데 누구나 쓰게 했더니 수많은 실수를 범했다. 결국 PGP는 전문가들에 의한, 전문가들을 위한, 전문가들의 기술이 되고 말았다. 앞으로의 기술은 그래서는 안 된다. 철저히 소비자 중심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우리 몸에는 앞으로 많은 칩이 이식될 것이다. 심지어 필통이나 대문이나 냉장고에도. 이 모든 것들 사이에 정보가 막힘 없이 흐르게 하자면 상황인지기술이라는 사용자 중심의 인터페이스가 필요하다. 즉, 사용자와 사물의 주변 환경을 미리 파악해서 자동 반응하는 컴퓨팅 기술이 필요하다.
파리의 샤를르 드 골 공항은 넓고 터미널이 여럿이라 복잡하다. 공항에서 브뤼셀로 가는 TGV를 타려면 어느 터미널로 가야 하는지 누군가가 안내해주면 고마울 것이다. 미리 기차 시간과 요금도 안내해주고 표를 구입한 후에는 승차장소까지 알려준다면 더 고마울 것이다. 똑똑한 비서를 하나 데리고 다니듯 이처럼 주변상황을 미리 인지해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것이 상황인지기술이다. 인터페이스 기술의 나아갈 길의 한 예가 이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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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콤 맥린은 고등학교 졸업 후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어주며 모은 120달러로 중고 트럭 한 대를 구입한다. 그는 픽업 트럭 한 대로 출발해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트럭운송 회사로 키우고 1958년 뉴욕 주식시장에 상장한다.
1956년 당시 항구에서 화물 하역은 대부분 인부들의 몫이었고 톤 당 5달러 86센트가 들었다. 그런데 말콤 맥린이 창안한 컨테이너가 도입되면서 하역비용은 16센트로 대폭 낮아졌다.
컨테이너 사용은 하역 시간을 크게 단축시켜 더 자주 더 많은 화물을 실어 나를 수 있어 선박과 항구의 생산성이 향상되었다. 베트남 전쟁이 진행되는 동안 부실한 접안시설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군수물자를 신속하게 하역하면서 컨테이너의 성가가 높아졌다.
컨테이너는 경제지리학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뉴욕이나 런던 등 전통적인 항구는 내리막 길을 걸었고 위상이 애매했던 캘리포니아의 오클랜드나 말레이시아의 탄중 펠레파스 같은 항구는 날로 성장했다.
선적비용이 낮아지자 소비자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 공장을 지어도 되었다. 그 결과 아시아는 새로운 생산기지로 발돋움했고 상상할 수 없는 낮은 가격으로 상품을 공급했다.
트럭과 기차에도 일관적업으로 컨테이너를 옮겨 실을 수 있게 국제표준이 만들어졌다. 지금은 항공기에도 컨테이너가 사용된다.
이제 왜 컨테이너를 20세기 최고의 발명 가운데 하나라 부르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수천 년의 해운 역사 가운데 가장 놀라운 혁신은 그저 철판으로 만든 상자로부터 시작되었다. 컨테이너는 물류용 패킷이라 보면 된다. 출발지에서부터 여러 운송수단을 갈아타고 항구들을 돌아 목적지에 도착하는 게 영락없는 패킷이다. 이제는 상황인지기술 덕분에 하역인부가 없어도 자동선적이 가능한 수준까지 왔다.
인터넷의 역사는 컨테이너 역사보다 일천하다. 그런데 이 인터넷도 수천 년 통신 역사를 통틀어 가장 놀라운 기술적 진보 가운데 하나라 말할 수 있다. 서로 다른 네트워크와 단말을 거쳐도 빛의 속도로 패킷을 전송할 수 있는 것은 인터페이스가 잘 되어있기 때문이다. 이동통신의 역사는 더 짧다. 그럼에도 무선인터넷의 영향력은 컨테이너에 비해 훨씬 더 넓고 크다. 지금 우리 앞에 놓인 가장 중요한 과제는 향후 기술 진화의 방향을 정확히 예측하는 것이다. 그런데 예측은 힘들고 어렵다. 정보기술혁신재단(ITIF) 회장 롭 앳킨슨(Rob Atkinson)은 이런 질문을 던졌다. "왜 IBM은 OS를 지키지 않았나? 왜 마이크로소프트는 처음 브라우저를 만들지 않았나? AT&T는 AOL을 만들지 않았나? 왜 시티은행은 PayPal을 만들지 못했나?"
아무리 미래의 예측이 어렵다 해도 인터페이스의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손가락 하나만으로도 모든 일을 할 수 있게 한 아이폰. 그러고도 부족한 기능은 앱으로 해결하게 해 사용자를 고려한 인터페이스의 압권을 만들었다. PGP는 놀라운 암호기술 모음인데 누구나 쓰게 했더니 수많은 실수를 범했다. 결국 PGP는 전문가들에 의한, 전문가들을 위한, 전문가들의 기술이 되고 말았다. 앞으로의 기술은 그래서는 안 된다. 철저히 소비자 중심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우리 몸에는 앞으로 많은 칩이 이식될 것이다. 심지어 필통이나 대문이나 냉장고에도. 이 모든 것들 사이에 정보가 막힘 없이 흐르게 하자면 상황인지기술이라는 사용자 중심의 인터페이스가 필요하다. 즉, 사용자와 사물의 주변 환경을 미리 파악해서 자동 반응하는 컴퓨팅 기술이 필요하다.
파리의 샤를르 드 골 공항은 넓고 터미널이 여럿이라 복잡하다. 공항에서 브뤼셀로 가는 TGV를 타려면 어느 터미널로 가야 하는지 누군가가 안내해주면 고마울 것이다. 미리 기차 시간과 요금도 안내해주고 표를 구입한 후에는 승차장소까지 알려준다면 더 고마울 것이다. 똑똑한 비서를 하나 데리고 다니듯 이처럼 주변상황을 미리 인지해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것이 상황인지기술이다. 인터페이스 기술의 나아갈 길의 한 예가 이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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