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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재권 라운지] `창의자본`활용 특허강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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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칠 윕스 대표
우리나라가 한 해 출원하는 특허의 수는 약 30여만건으로 독일, 일본, 미국의 뒤를 이어 전 세계적으로 4위에 랭크된다. 반면 우리나라는 매년 약5조원의 로열티를 선진국에 지불하고 있으며, 무역수지적자 또한 세계 5위권에 드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면서, 미국의 친 특허정책(Pro-patent policy)에 힘입어 탄생한 특허권관리기업의 국내 기업에 대한 소송공세로 한동안 많은 이슈를 낳았다.

특허권관리기업은 제조활동을 하지 않고 특허 라이센싱 및 소송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으로 정의된다. 이들 특허권관리기업이 막대한 자본을 무기로 국내 대학 등 연구기관의 특허를 무분별하게 매입하고, 우리나라 기업들을 대상으로 무차별적 소송공세를 벌이면서 국가 기술 자주권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글로벌 지식재산전쟁의 시대에서 우리나라가 세계적 수준의 특허출원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데 반해 특허권에 대한 방어역량과 수익창출역량이 얼마나 미흡한지를 확인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2011년부터 5년 간 민관합동으로 5000억원 규모의 창의자본을 조성하기로 한 것에 대해 10년 간 우리나라 지식재산서비스산업을 이끌어온 한 사람으로서 여러 가지 기대감을 갖게 한다. 미국의 경우, 특허를 매입하여 소송을 통한 로열티 수입을 거둬들이거나, 특허를 위탁받아 라이센싱을 대행하고, 방어펀드를 운영하는 등의 라이센싱 전문서비스, 특허거래 중개나 경매, 특허담보대출, 유동화 증권 발행 등 지식재산의 거래와 수익화를 모델로 하는 다양한 형태의 지식재산서비스산업이 활성화되어 있다. 이들 기업들은 지식재산기반의 M&A, 특허전략 컨설팅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종합 컨설팅 회사로 발전하고 있다고 한다.

반면, 우리나라의 지식재산서비스산업은 특허DB서비스업, 특허조사ㆍ분석서비스업 등 특허출원 단계에서의 선행기술조사나, 특허소송에 방어하기 위한 소극적 차원의 지원서비스가 주를 이룬다. 그간 R&D성과의 부산물로만 여기던 특허를 수익창출의 수단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일면서, 기술평가 및 사업화 지원서비스업이 시장을 형성해 가고 있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창의자본의 등장은 소극적 서비스 위주의 지식재산서비스산업의 생태계에서 지식재산을 수익창출의 도구로 적극 활용하는 능동적 사업모델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도전적 기회가 될 것이다.

창의자본이 업계 전반에 긍정적 파급효과를 일으키기 위해서는 선결해야 할 몇 가지 과제가 눈에 띈다. 창의자본의 역할과 향후 사업계획에 대하여 대국민 설명의 기회를 더 많이 잡아 국내 기업들과 관련기관의 적극적 참여를 유도할 수 있어야 하며, 한국형 특허권관리회사의 성공가능성을 입증시킬 수 있는 사례를 만들어 내는데 더 많은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창의자본의 성공여부에 따라 지식재산서비스산업의 전체의 판도가 달라지겠지만, 적어도 기술평가, 기술이전 및 사업화 지원서비스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고 탄력을 받을 것이며, 특허기술발굴을 위한 프로세스가 만들어질 것이고, 기업간 또는 산-학-연간 효율적인 특허활용을 위한 다양한 형태의 특허 풀(Pool)도 더 많이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더욱이 창의자본의 성공가능성이 확인되면 머지않은 미래에 한국의 지식재산서비스산업에서도 금융기관의 참여가 좀 더 가세된 비즈니스 모델의 창출도 가능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기대해 본다.

모쪼록 성공적인 창의자본의 운용을 통해, 작게는 그간 특허분쟁의 리스크를 회피하려는 수동적 서비스 위주의 지식재산서비스산업의 생태계를 적극적인 구조로 패러다임 전환하는데 있어 도화선의 역할을 하고, 더 나아가서는 수출비중이 높은 우리나라 경제 구조에서 선진국의 특허공세에 대한 든든한 바람막이 역할을 하여 수출성장을 지속하는데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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