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칼럼] 신기술 창출의 힘 `융합과학`

천무경 부산대 물리학과 교수

  •  
  • 입력: 2010-10-21 19:55
  • 프린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최근 인간유전자 프로젝트의 완성 및 단백질에 관한 학문의 급격한 발전으로 인해 생명과학 분야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 인간유전자 프로젝트의 완성은 인류의 역사 및 과학발달사에 있어서 혁명적인 의미를 가진다.

지난 십수년간 일어난 생명과학 분야의 발전을 뒤돌아보면 이 발전들은 생물학적인 사고방식만이 아닌 타 과학 분야에서의 중요한 개념들이 생물학적 지식들과 결합되어 만들어진 융합과학(fusion science)의 승리라고 할 수 있겠다.

종래에 익숙하게 생명ㆍ생물현상을 바라보던 우리의 정성적 관점이 물리학ㆍ화학ㆍ수학ㆍ컴퓨터 과학 등에서 통용되던 정량적 관점과 결합되어 생명생물현상을 이해하고 분석하며, 또 예측할 수 있는 발상의 전환이 가능하게 되었다.

생명과학(BT), 정보과학(IT) 및 물리학은 그 분야의 고유한 학문적인 가치를 추구하며 발달해 왔다. 생명과학은 자연에서 일어나는 생명 혹은 생물현상을 있는 그대로 정성적으로 이해하고 기술할 수 있는 시각을 제공해왔고, 물리학은 자연현상을 정량화, 모형화, 공식화의 과정을 통하여 간단한 언어들로 설명하고자 하는 가치를 추구해 왔다. 한편 컴퓨터 과학은 방대한 데이터의 효율적 처리 및 가상실험, 그리고 인공지능의 개발 등에 박차를 가하며 발전해 왔다.

생물학ㆍ미생물학ㆍ분자생물학ㆍ전산분자생물학ㆍ유전학ㆍ단백질체학(proteomics)ㆍ생물정보학(bioinformatics)등의 순서로 학문이 발전하여 최근에는 생명과학ㆍ정보과학ㆍ물리학ㆍ화학 등이 결합된 융합과학의 분야가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이러한 시도의 좋은 예가 미국ㆍ유럽ㆍ일본 등의 선진국의 대학 및 연구소들이 생물물리학(biophysics) 및 구조 생물학(structural biology) 프로그램들에 막대한 인력 및 예산을 투자하고 있다는 것이다.

똑같은 자연현상이라 하더라도 누가 그 현상을 관찰하고 기술하느냐에 따라 결과를 다르게 기술할 수 있다. 물론 생명과학자, 물리학자, 화학자는 자신들의 학문적인 가치에 따라 자연현상을 기술하겠지만 자신이 생각할 수 없는 관점을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그것을 수용하고 이해해서 응용한다면 발상의 전환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융합과학의 아름다움이라고 하는 것은 한 가지의 주어진 자연현상을 완전히 다른 시각으로 관측하고, 얻어진 결과들을 서로 연결 지을 수 있는 언어 및 방법들을 개발할 때, 우리가 이때까지 미처 알지 못하고 이해할 수 없었던 한계를 극복하여 자연현상을 기술하고 예측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다.

생명ㆍ생물현상을 쳐다보는 관점에서의 발상의 전환, 생명현상을 기술하는 방법론에서의 발상의 전환, 방대한 생명현상 데이터를 처리하는 방법 및 기술에 있어서의 발상의 전환들은 생명과학자, 물리학자, 화학자, 컴퓨터 과학자들이 모여서 머리를 맞대고 공동노력을 할 때 가능하다.

그렇다면 생명과학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는 단백질에 대한 연구는 어떻게 진행되었을까. 단백질에 대한 연구가 21세기 인류의 생활에 미칠 영향을 일찍이 파악한 선진국에서는 20여년 전부터 막대한 예산을 연구에 투자하여 단백질 분야에서의 기술을 선점 및 독점하기 위해 매우 노력해오고 있다. 이것은 단백질에 대한 연구결과가 경제적으로 엄청난 부가가치를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NT 및 IT의 분야와 함께 융합되어서 새로운 기술을 창조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생명체 내부에서 질병을 일으키는 단백질들에 대한 연구개발의 중요성은 우리 인류의 복지와 직접 연결되는 것으로서 질병의 예방 및 치료를 위해서는 단백질체학의 발전이 시급히 요구된다.

단백질에 관한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아미노산(amino acid)들의 서열로부터 단백질의 자연상태(native state)의 구조, 역할 및 응용성을 예측하고 접힘(folding) 및 잘못접힘 동역학(misfolding kinetics)의 원리를 규명하는 것이다.

우리가 현재 알고 있는 것은 불과 수천 가지 정도의 단백질의 독특한 서로 다른 구조와 그에 해당하는 아미노산의 서열이다. 아미노산의 새로운 서열이 주어졌을 때 그것의 자연상태의 구조를 예측하고 접힘 및 잘못 접힘 동역학을 이해 및 규명하는 것은 기초 학문적으로 뿐만 아니라 생명공학 및 의학적으로도 인간의 실생활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이를 위해서 근본적으로는 실제 단백질의 실질적 에너지함수를 알아야 하며, 이것을 바탕으로 단백질의 열역학적, 동역학적 성질을 정량적으로 규명하는 지식ㆍ기술을 개발ㆍ응용하는 것이 필수적일 것이다.

추천기사



가장 많이 본 기사

스타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