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포럼] 무선 망중립성 `간섭`은 옳은가

김성환 아주대 사회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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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08-31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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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에서는 버라이즌과 구글이 합의해 내놓은 망중립성 법제화 안을 둘러싸고 논란이 뜨겁다. 합의안은 작년말 미연방통신위원회(FCC)가 발표한 6원칙 규제안과 유사하지만, 프리미엄망과 무선망을 예외로 인정한 점 때문에 망중립성론자들은 분노와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구글은 망중립성의 수호자에서 배신자로 전락함을 감수하면서도 애플과의 경쟁을 위해 실리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관심이 높은 무선 망중립성 문제를 중심으로 이번 안의 의미를 짚어 보도록 하자. 망중립성이 무선에도 적용돼야 한다는 것은 일견 너무 당연하다. 장기적으로 유무선망이 융합돼 하나의 인터넷을 구성한다고 전제할 때 개방성, 비차별성, 투명성을 보장하는 망중립성 원칙은 변함없이 필요하다. 만약 이러한 원칙이 결여된 상태에서 무선망이 그 비중을 높여간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개방적 인터넷은 종말을 고할 수도 있다. 이것이 바로 무선 망중립성의 핵심 논리이다.

그러나, 이러한 논리를 세밀히 보면 몇 가지 허점들이 있다. 우선 무선인터넷과 기존 인터넷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접속의 기술적 조건이나 단말기/플랫폼의 기능 측면에서 분명한 차이가 존재한다. 현재로서는 단순히 하나의 인터넷으로 정의하기 어려운 것이다. 정부가 규제를 위해 합리적 망관리와 의도적 차별행위를 구분하는 기준을 제시하려면 많은 기술적 정보를 획득해야 하는데, 아직 초기 단계인 무선인터넷 서비스의 변화를 따라가기는 쉽지 않다. 사업자 자신도 그 가까운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운 무선 기술과 서비스의 특성을 어떻게 정부가 쉽게 예측하겠는가? 이 때문에 FCC도 6원칙이 무선에도 적용된다는 기본 입장만 밝혔지 구체적인 적용방식에 대해서는 스스로 답을 내놓고 있지 못하다. 반면 버라이즌과 구글은 바로 이러한 점을 근거로 무선 망중립성의 유보를 제안한 것이다. 의도와 상관없이 그 현실적 타당성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또 한가지 허점은 무선 망중립성을 포기하면 결국 유선 망중립성도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추측에 있다. 전송 속도와 용량의 차이를 볼 때 적어도 앞으로 상당기간 무선이 유선인터넷을 대체하지는 못할 것이다. 결국 유무선을 함께 이용하는 상황에서 유선 망중립성을 보장하기만 한다면 당장 우리가 잃는 것은 없는 셈이다. 물론 무선 망중립성도 보장된다면 더 좋지 않겠느냐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과연 그럴까? 답은 확실치 않다. 무선시장에서는 대개 단말기, 망, 서비스 사업자들 간의 수직적 관계가 강조돼 왔는데, 거기에는 부당한 통제나 야합으로만 보기 어려운 구조적인 이유들이 존재할 수 있다. 또한, 애플이나 구글, 삼성 등이 혁신적 기술과 서비스로 치열하게 경쟁하는 상황에서 규제기관이 갑자기 망중립성을 요구하며 간섭하는 것은 현실적으로도 쉽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지금은 사업자들이 자유롭게 시장을 이끌며 새로움을 창조하도록 두는 것이 상식적으로 타당해 보이기 때문이다.

결국 최종 판단은 이용자와 시장에 맡겨두는 것이 좋다. PC의 호환성도 인터넷의 개방성도 규제나 정책의 결과물이 아니었었다는 점을 기억하자. 그렇다면 만약 규제의 미비로 일부 사업자가 차별화된 기술과 설비를 앞세워 폐쇄적 망으로 시장을 지배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하지만 이 질문 자체에 일부 모순이 있다. 아무리 기술이 뛰어나더라도 폐쇄적인 망만으로 시장을 지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는 개방적 망의 가치를 잘 알고 있고 그에 상응하는 비용을 지불할 의사와 선택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무선인터넷의 경우는 시장이 아직 충분히 선택의 기회를 가져볼 여유도 없었으니 조금 더 지켜보는 것이 나쁘지 않겠다.

무선 망중립성의 현실성이 낮음을 얘기한다고 해서 그 대표적 이슈중 하나인 모바일 인터넷전화(M-VoIP) 허용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M-VoIP의 허용은 이용자 이익과 통신시장의 미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하나의 독립적인 통신정책 이슈로 보고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 단, 무선 망중립성이 정답이니 M-VoIP를 허용해야한다는 단순한 논리는 피하자. 판단기준은 오로지 이용자의 이익과 시장의 발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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