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DT 시론] 태양광 보급 전략 차별화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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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규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ㆍEEWS기획단장
녹색성장은 한 정권의 구호를 넘어선 국민적 비전으로 공유되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한 시대의 정책만큼 중요한 것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비전을 담은 책을 편찬하는 것이다. 그 책은 백 년을 내다보지만 현실에 뿌리 둔 장단기 비전을 조화해야 한다. 이 쉽지 않은 목적을 위해 KAIST의 EEWS(에너지, 환경, 물, 지속성) 최고전략 과정에서 나눈 산업계의 경영자, 대학의 연구자 및 정부의 녹색성장 기획자들의 지식을 망라한 책을 `맑고 푸른 나라 설계'란 제목으로 편저하고 있다. 이 과정에 외국의 녹색성장모델과 비교 분석하면서, 미래를 보는 국민적 의식이 녹색전략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이 관점에서 다른 특징을 가진 두 나라의 예는 프랑스와 독일이다. 프랑스는 원자력에너지에 전력공급의 90%를 의지하는 반면, 독일은 원자력에너지를 완전히 배제했다. 바로 인접한 두 나라가 이렇게 인식이 다른 것이 경이롭다. 독일은 원자력을 위험하다고 느끼고, 프랑스는 그렇지 않다고 느낀 것이다.

따라서 독일은 태양광과 풍력에 대대적으로 의존할 수 밖에 없다. 반면, 프랑스는 비경제적인 재생에너지에 무리하게 투자하지 않아도 탄소배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독일은 태양광 발전이 경제성이 있는 수준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전제하고 있고, 프랑스는 태양광이 원자력보다 경제적이기는 요원하다고 전제하고 있다. 두 나라 모두 일리가 있는데 우리의 선택은 무엇이어야 하나?

이런 불확실성의 인식 문제는 기회와 위험관리의 틀로 관찰할 필요가 있다. 두 종류의 기회와 두 종류의 위험이 존재한다. 기회의 관점에서 1) 원자력이 끝까지 안전하게 발달되면 프랑스는 값싼 에너지를 사용하게 되고, 독일은 큰 기회를 상실하게 된다. 2) 태양광의 기술이 급속히 발달하여 경제성이 생기면 프랑스는 그 시장의 기회를 상실하게 되고 독일은 선점하게 될 것이다. 결국 두 경우에 대한 가능성의 정도가 관건이고, 정책책임자나 기업은 최선의 판단으로 선택할 수 밖에 없다.


위험의 관점에서는 1) 원자력이 예상하지 못한 전쟁이나 천재지변으로 타격을 받게되면 프랑스는 90%의 전력공급이 타격을 받게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안보비용을 들여서라도 원자력 시설의 안전성을 보장해야 한다. 2) 태양광 발전의 원가가 예상처럼 낮아지지 않는다면 태양광 발전에 대한 정부 지원을 포기하는 국가가 늘어날 것이다. 특히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 (RPS)를 채택하는 나라에서는 자연스럽게 선호도가 낮아지게 될 것이다. 이 경우 태양광 발전에 과잉투자한 기업들은 거품 꺼짐의 시련을 겪게 될 것이다.
문제는 네가지 경우가 모두 발생가능 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최적의 위험 분산의 전략이 필요하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독일과는 달리 원자력에 의존하지 않으면 중단기적으로 다른 대안이 없다. 따라서 선택의 여지없이 원자력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기술과 안보정책에 매진할 수 밖에 없다. 아울러 성장 잠재력이 높은 태양광 발전의 수출 시장도 포기할 수 없다. 종합하면 중단기적으로 원자력에 의존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태양광 발전의 수출 시장을 개척하며, 태양광 발전의 경제성이 확보되는 시점에는 대대적으로 보급하는 전략이 최선인 듯하다. 이 순서를 잘 지키는 것이 녹색성장의 관건이다.

최근 현대중공업이 7억달러 175MW규모의 태양광 발전소를 미국에 수출하는 개가를 올렸다.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다. 년초에 10GW 규모로 예상되던 세계 시장규모가 14GW로 수정 전망될 만큼 태양광 발전의 성장성이 좋다. 이런 성장세를 볼 때 태양광 발전시장의 위험요소를 감안하더라도 우리나라의 점유율을 더 높힐 잠재력은 충분하다고 할 것이다.

정유산업의 성공모델이 교훈이 된다. 석유 한방울 안나오는 우리나라에서 정유산업은 내수 모델이었다. 일본은 아직 이 인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과잉투자 같은 모험을 한 결과 석유화학 산업이 수출 2위 산업으로 발전하였다. 원자력과 태양광 산업에서 참고할 모델이다. 이렇게 되면 녹색성장의 꿈은 이루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