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 기술CEO로 '과학강국' 이끈다
■ 21세기프로티어사업 R&D 새 지평 열다
(1) 프롤로그
정부가 나노, 바이오, 환경 등 국가 핵심 전략기술을 집중 개발하기 위해 1999년부터 추진해온 대형 장기 연구개발(R&D) 프로젝트인 `21세기 프론티어 연구개발사업'이 올해 처음 종료사업단을 배출했다. 사업의 성과와 의미를 돌아보고, 대형 중장기 R&D 사업이 나아갈 길을 제시하기 위한 기획시리즈를 14회에 걸쳐 싣는다.
최근 서울시 한 호텔에서 주목할 만한 행사가 열렸다.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과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부처 내 R&D 책임자와 산하 연구기관장 등 수십명을 대동한 가운데 생명기술(BT) 분야 R&D 협력을 약속하는 협약식을 가진 것.
두 부처를 맺어준 것은 바로 `21세기 프론티어 사업'이었다. 교과부가 지난 1999년부터 10년 장기사업으로 추진해온 이 사업 중 BT 분야 연구성과를 농림부가 이어받아 사업화하기로 한 것이다.
부처간 칸막이가 높은 국내에서 한 부처가 내놓은 연구성과를 다른 부처가 이어받아 산업화하는 데 포괄적인 공조체계를 구축한 것은 이번이 첫 사례로 꼽힌다.
◇과학자들, 기술 CEO로 나서다=21세기 프론티어 사업은 과학기술자들이 직접 사업관리자와 연구자로 역할을 나눠 기초원천기술 연구에서 그치지 않고 연구과제 기획에서 선정, 관리, 기술이전, 사업화, 신시장 개척, 연구지원까지 R&D의 전체 사이클에 걸쳐 공조체계를 구축하고 성공사례를 일굼으로써 기초원천 R&D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다.
이산화탄소, 뇌, 미생물, 수소 등 인류의 미래 현안이 되는 굵직굵직한 R&D 분야에서 수백명의 과학기술자 집단네트워크를 구성함으로써, 세계적인 연구거점, 즉 R&D 허브를 만들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성과다.
이런 변화는 연구를 포기하고 R&D 경영자로 나선 사업단장들의 활약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선정된 사업단장들은 매년 100억원 내외의 연구비와 수백명의 연구자들에 대해 코디네이터와 리더 역할을 했다. 규정상 자신의 연구는 10년간 포기했다.
R&D를 기획ㆍ관리ㆍ평가하고 기술사업화를 지원하는 것뿐만 아니라 연구자들을 서로 엮어주고 연구과정에서 막히는 부분을 풀어주는 컨설턴트의 역할까지 모두 단장들의 몫이었다.
이강인 자원재활용사업단장은 "전문가가 연구관리를 맡았기 때문에 행정적 관리에 그치지 않고 연구가 성공적으로 갈 수 있게 조정하고 방향을 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오태광 미생물유전체사업단장은 60∼70개 연구팀을 4∼5곳씩 그룹으로 묶어 단단한 결속력을 갖도록 했다. 서로 다른 과제를 하면서도 계속 만나고 토론하다 보니 융합ㆍ협력연구의 드림팀이 여럿 만들어졌다. 이렇게 맺어진 팀들은 프론티어 외에 다른 연구사업에도 함께 참여해 좋은 성과를 얻었다. 사업단은 연구자들이 다른 과제를 신청할 때도 특허, 논문분석까지 무한지원을 했다. 요즘은 소문이 나서 대학에서도 사업단에 도움을 요청해올 정도다.
오 단장은 "전문가가 자율과 책임을 갖는 10년 장기 사업단 체제였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기술 후발국서 세계 선도국으로=이 사업 덕분에 10년 만에 과학기술 각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교과부 16개 사업단에 10년간 투입하는 총 투자규모는 1조6426억원으로, 그중 올해까지 약 1조3000억원을 투자한다.
박항식 교과부 기초연구정책관은 "특히 나노소자와 소재, 초전도 케이블, 차세대 32기가 낸드플래시 메모리 기술 등 선진국을 넘어선 세계 정상급 기술이 여럿 개발됐다"고 말했다.
우수한 연구성과는 기술수출로도 이어졌다. 특히 세계적인 기술력을 갖춘 다국적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기술을 사갔다.
독일 바스프는 작물유전체사업단의 형질전환 벼 기술을 총 92억2500만원에 사가 형질전환 작물 개발에 적용하고 있다. 이산화탄소사업단은 `중질 나프타 유동층 접촉분해기술'을 SK에너지에 이전해 SK에너지가 세계적인 석유화학 플랜트 회사인 미 KBR와 공동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한양대 이영무 교수는 이산화탄소 포집용 분리막 기술을 세계 최대 가스제조회사인 미 에어프로덕트에 이전했다.
프론티어 사업을 통해 개발된 기술이 기업 매출증대 등으로 이어진 직접경제효과만 4조98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향후 이전될 기술과 구축된 인프라를 포함하면 경제효과가 3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이 평가했다.
◇과학과 산업사이 `마의 계곡' 뛰어넘다=프론티어 사업은 연구실과 시장, 과학과 산업계 사이에 놓인 거대한 간극을 극복했다는 점에서 가장 주목받는다.
자생식물사업단 정혁 단장은 "실용산업화 기술을 100%라고 하면 연구실 개발 기술은 30∼40%밖에 안 된다. 그 간격을 극복하는 것이 기술사업화 성공의 열쇠"라고 말했다.
정 단장은 발굴된 신약 후보물질이 상용화될 수 있게 자체 전임상ㆍ임상지원시스템을 구축했다. 정 단장은 "덕분에 국내에서만 연간 500억∼1000억원 팔릴 수 있는 제품 개발이 마무리 단계"라고 말했다.
기술사업화 과정에서 눈에 띄는 조직은 2007년 설립된 프론티어연구성과지원센터다. 사업단에서 나오는 연구성과를 분석해 기술 및 특허 컨설팅과 해외 특허출원 같은 사업화 절차를 도움으로써 많은 기술이전 계약을 후방 지원하는 역할을 해왔다. 또 10년이 지나 종료되는 사업단의 연구성과를 계속 관리하는 역할도 맡겨졌다.
그러나 현장밀착형 지원을 펼치기에는 조직과 예산이 너무 적다는 지적이다. 또 사업 후반기에 출범해 초ㆍ중기의 R&D가 지재권 전략이 미흡한 상태에서 진행됐다는 평가도 있다.
오태광 단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사업화에 성공하려면 기술가치 평가 수준이 올라가고 특허변호사 제도가 빨리 도입돼야 한다"고 말하고 "특히 연구성과지원센터 같은 조직이 더 많은 예산을 배정받아 프론티어 사업만 국한해 활동할 뿐만 아니라 더 많은 정부 R&D사업을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 단장은 이어 "우리 사업단이 기술은 잘 돼 있는데 기술이전 인프라가 안 돼 있다는 게 해외 전문가들의 지적"이라며 "이제 R&D 자체뿐만 아니라 기술사업화 지원 인프라에도 제대로 된 투자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경애기자 naturean@
(1) 프롤로그
정부가 나노, 바이오, 환경 등 국가 핵심 전략기술을 집중 개발하기 위해 1999년부터 추진해온 대형 장기 연구개발(R&D) 프로젝트인 `21세기 프론티어 연구개발사업'이 올해 처음 종료사업단을 배출했다. 사업의 성과와 의미를 돌아보고, 대형 중장기 R&D 사업이 나아갈 길을 제시하기 위한 기획시리즈를 14회에 걸쳐 싣는다.
최근 서울시 한 호텔에서 주목할 만한 행사가 열렸다.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과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부처 내 R&D 책임자와 산하 연구기관장 등 수십명을 대동한 가운데 생명기술(BT) 분야 R&D 협력을 약속하는 협약식을 가진 것.
두 부처를 맺어준 것은 바로 `21세기 프론티어 사업'이었다. 교과부가 지난 1999년부터 10년 장기사업으로 추진해온 이 사업 중 BT 분야 연구성과를 농림부가 이어받아 사업화하기로 한 것이다.
부처간 칸막이가 높은 국내에서 한 부처가 내놓은 연구성과를 다른 부처가 이어받아 산업화하는 데 포괄적인 공조체계를 구축한 것은 이번이 첫 사례로 꼽힌다.
◇과학자들, 기술 CEO로 나서다=21세기 프론티어 사업은 과학기술자들이 직접 사업관리자와 연구자로 역할을 나눠 기초원천기술 연구에서 그치지 않고 연구과제 기획에서 선정, 관리, 기술이전, 사업화, 신시장 개척, 연구지원까지 R&D의 전체 사이클에 걸쳐 공조체계를 구축하고 성공사례를 일굼으로써 기초원천 R&D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다.
이산화탄소, 뇌, 미생물, 수소 등 인류의 미래 현안이 되는 굵직굵직한 R&D 분야에서 수백명의 과학기술자 집단네트워크를 구성함으로써, 세계적인 연구거점, 즉 R&D 허브를 만들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성과다.
이런 변화는 연구를 포기하고 R&D 경영자로 나선 사업단장들의 활약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선정된 사업단장들은 매년 100억원 내외의 연구비와 수백명의 연구자들에 대해 코디네이터와 리더 역할을 했다. 규정상 자신의 연구는 10년간 포기했다.
R&D를 기획ㆍ관리ㆍ평가하고 기술사업화를 지원하는 것뿐만 아니라 연구자들을 서로 엮어주고 연구과정에서 막히는 부분을 풀어주는 컨설턴트의 역할까지 모두 단장들의 몫이었다.
이강인 자원재활용사업단장은 "전문가가 연구관리를 맡았기 때문에 행정적 관리에 그치지 않고 연구가 성공적으로 갈 수 있게 조정하고 방향을 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오태광 미생물유전체사업단장은 60∼70개 연구팀을 4∼5곳씩 그룹으로 묶어 단단한 결속력을 갖도록 했다. 서로 다른 과제를 하면서도 계속 만나고 토론하다 보니 융합ㆍ협력연구의 드림팀이 여럿 만들어졌다. 이렇게 맺어진 팀들은 프론티어 외에 다른 연구사업에도 함께 참여해 좋은 성과를 얻었다. 사업단은 연구자들이 다른 과제를 신청할 때도 특허, 논문분석까지 무한지원을 했다. 요즘은 소문이 나서 대학에서도 사업단에 도움을 요청해올 정도다.
오 단장은 "전문가가 자율과 책임을 갖는 10년 장기 사업단 체제였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기술 후발국서 세계 선도국으로=이 사업 덕분에 10년 만에 과학기술 각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교과부 16개 사업단에 10년간 투입하는 총 투자규모는 1조6426억원으로, 그중 올해까지 약 1조3000억원을 투자한다.
박항식 교과부 기초연구정책관은 "특히 나노소자와 소재, 초전도 케이블, 차세대 32기가 낸드플래시 메모리 기술 등 선진국을 넘어선 세계 정상급 기술이 여럿 개발됐다"고 말했다.
우수한 연구성과는 기술수출로도 이어졌다. 특히 세계적인 기술력을 갖춘 다국적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기술을 사갔다.
독일 바스프는 작물유전체사업단의 형질전환 벼 기술을 총 92억2500만원에 사가 형질전환 작물 개발에 적용하고 있다. 이산화탄소사업단은 `중질 나프타 유동층 접촉분해기술'을 SK에너지에 이전해 SK에너지가 세계적인 석유화학 플랜트 회사인 미 KBR와 공동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한양대 이영무 교수는 이산화탄소 포집용 분리막 기술을 세계 최대 가스제조회사인 미 에어프로덕트에 이전했다.
프론티어 사업을 통해 개발된 기술이 기업 매출증대 등으로 이어진 직접경제효과만 4조98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향후 이전될 기술과 구축된 인프라를 포함하면 경제효과가 3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이 평가했다.
◇과학과 산업사이 `마의 계곡' 뛰어넘다=프론티어 사업은 연구실과 시장, 과학과 산업계 사이에 놓인 거대한 간극을 극복했다는 점에서 가장 주목받는다.
자생식물사업단 정혁 단장은 "실용산업화 기술을 100%라고 하면 연구실 개발 기술은 30∼40%밖에 안 된다. 그 간격을 극복하는 것이 기술사업화 성공의 열쇠"라고 말했다.
정 단장은 발굴된 신약 후보물질이 상용화될 수 있게 자체 전임상ㆍ임상지원시스템을 구축했다. 정 단장은 "덕분에 국내에서만 연간 500억∼1000억원 팔릴 수 있는 제품 개발이 마무리 단계"라고 말했다.
기술사업화 과정에서 눈에 띄는 조직은 2007년 설립된 프론티어연구성과지원센터다. 사업단에서 나오는 연구성과를 분석해 기술 및 특허 컨설팅과 해외 특허출원 같은 사업화 절차를 도움으로써 많은 기술이전 계약을 후방 지원하는 역할을 해왔다. 또 10년이 지나 종료되는 사업단의 연구성과를 계속 관리하는 역할도 맡겨졌다.
그러나 현장밀착형 지원을 펼치기에는 조직과 예산이 너무 적다는 지적이다. 또 사업 후반기에 출범해 초ㆍ중기의 R&D가 지재권 전략이 미흡한 상태에서 진행됐다는 평가도 있다.
오태광 단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사업화에 성공하려면 기술가치 평가 수준이 올라가고 특허변호사 제도가 빨리 도입돼야 한다"고 말하고 "특히 연구성과지원센터 같은 조직이 더 많은 예산을 배정받아 프론티어 사업만 국한해 활동할 뿐만 아니라 더 많은 정부 R&D사업을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 단장은 이어 "우리 사업단이 기술은 잘 돼 있는데 기술이전 인프라가 안 돼 있다는 게 해외 전문가들의 지적"이라며 "이제 R&D 자체뿐만 아니라 기술사업화 지원 인프라에도 제대로 된 투자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경애기자 naturea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