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화칼슘ㆍ요오드화은 등 '인공핵' 분사
충분한 양의 수분 머금은 구름 있어야
충분한 양의 수분 머금은 구름 있어야
기상청이 수도권에서 인공강우 실험에 성공했다고 한다. 지난 4월23일 인천 상공 500미터에 떠있는 구름에 경비행기로 염화칼슘 미세 분말을 살포했더니 2시간 후부터 평택에 1밀리미터, 안성에 2밀리미터의 비가 내렸다는 것이다. 기상청은 2008년에도 같은 방법으로 용평과 태백에서 0.9밀리미터의 인공강우 실험에 성공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비와 눈은 생태계의 유지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중요한 자연 현상이다. 그러나 비와 눈은 너무 많이 내려도 그렇지만 반대로 너무 적게 내려도 심각한 문제가 된다. 더욱이 심한 가뭄 끝에 내리는 비는 설탕처럼 달콤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단비'라고 부른다. 가뭄이 심각해지면 농작물은 물론이고 야생의 모든 식물이 말라죽게 되고, 동물도 위태롭게 된다. 가뭄이 오래 계속되는 지역은 결국 아무 것도 살 수 없는 황무지나 사막으로 변해 버린다.
옛날에도 가뭄은 심각한 문제였다. 전세계의 모든 문명은 오래 전부터 가뭄을 극복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했다. 그렇다고 뾰족한 방법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기우제(祈雨祭)를 지내는 것이 고작이었다. 가뭄이 잘못을 저지른 인간에 대한 신의 응징이라는 인식이 일반적이었다. 분노한 신을 달래기 위해 귀한 가축을 제물로 바치기도 했다. 어린아이나 처녀를 희생시키기도 했다. 1930년대까지도 가뭄이 심한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기우제를 지내주는 `기우사'도 있었다. 물론 확실한 효과를 기대할 수는 없었지만 그렇게라도 해야만 했다.
주술(呪術)의 수준을 넘어 가뭄에 대한 본격적인 대안으로 인공강우를 시도하기 시작한 것은 1946년부터였다. 표면과학으로 노벨상을 받은 미국의 물리학자 어빙 랭뮤어와 그의 연구원이었던 빈센트 셰퍼가 등산 중에 기발한 아이디어를 떠올린 것이 시작이었다. 과포화 상태의 구름에 적당한 `인공핵'을 뿌려주면 비가 내릴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인공강우를 위한 인공핵으로는 이산화탄소를 얼려서 만든 드라이아이스나 아이오딘화은(요오드화은)을 사용하기도 하고, 흡습성을 가진 염화칼슘을 쓰기도 한다. 액체 상태의 프로판 가스를 팽창시킬 때 주위의 온도가 떨어지는 현상을 이용하기도 한다. 이번 기상청의 경우처럼 비행기를 이용해서 고운 분말을 구름 속에 직접 분사시키기도 하지만, 강한 상승 기류가 있을 경우에는 지상에서 대포나 로켓을 이용하기도 한다.
과학적인 방법을 이용한다고 아무 곳에서나 인공강우가 가능한 것은 아니다. 구름 한 점 없이 바짝 마른 날의 인공강우는 절대 불가능하다. 대기 중에 없던 수분을 갑자기 만들어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결국 충분한 양의 수분을 머금은 구름이 있어야만 한다. 다시 말해서, 인공강우는 그냥 놓아두면 구름의 상태로 하염없이 지나가 버릴 구름을 얼음 조각이나 빗방울로 변환시키려는 노력이다.
그런 인공강우의 효용성은 어쩔 수 없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인공강우가 필요할 정도로 가뭄이 심할 경우에는 수분을 잔뜩 머금은 구름이 지나가는 것부터 기대할 수가 없다. 가뭄이 극심할 때는 구름을 구경하는 것도 어렵지만 다행히 구름이 지나가더라도 인공강우로 만들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수분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어렵다. 오히려 인공강우 기술은 비행장 부근의 안개를 제거하는 목적에 더 적절할 수도 있다.
더욱이 인공강우의 효과를 분명하게 확인하는 것도 생각처럼 쉽지는 않다. 비가 내렸다고 해서 반드시 그것이 구름 속에 뿌려준 인공핵 때문이라고 보기 어려울 수도 있다. 인공강우가 환경이나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도 분명하지 않다. 인공강우에 사용되는 인공핵의 양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무작정 안심해도 된다고 주장하기도 어렵다.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비와 눈은 생태계의 유지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중요한 자연 현상이다. 그러나 비와 눈은 너무 많이 내려도 그렇지만 반대로 너무 적게 내려도 심각한 문제가 된다. 더욱이 심한 가뭄 끝에 내리는 비는 설탕처럼 달콤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단비'라고 부른다. 가뭄이 심각해지면 농작물은 물론이고 야생의 모든 식물이 말라죽게 되고, 동물도 위태롭게 된다. 가뭄이 오래 계속되는 지역은 결국 아무 것도 살 수 없는 황무지나 사막으로 변해 버린다.
옛날에도 가뭄은 심각한 문제였다. 전세계의 모든 문명은 오래 전부터 가뭄을 극복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했다. 그렇다고 뾰족한 방법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기우제(祈雨祭)를 지내는 것이 고작이었다. 가뭄이 잘못을 저지른 인간에 대한 신의 응징이라는 인식이 일반적이었다. 분노한 신을 달래기 위해 귀한 가축을 제물로 바치기도 했다. 어린아이나 처녀를 희생시키기도 했다. 1930년대까지도 가뭄이 심한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기우제를 지내주는 `기우사'도 있었다. 물론 확실한 효과를 기대할 수는 없었지만 그렇게라도 해야만 했다.
주술(呪術)의 수준을 넘어 가뭄에 대한 본격적인 대안으로 인공강우를 시도하기 시작한 것은 1946년부터였다. 표면과학으로 노벨상을 받은 미국의 물리학자 어빙 랭뮤어와 그의 연구원이었던 빈센트 셰퍼가 등산 중에 기발한 아이디어를 떠올린 것이 시작이었다. 과포화 상태의 구름에 적당한 `인공핵'을 뿌려주면 비가 내릴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인공강우를 위한 인공핵으로는 이산화탄소를 얼려서 만든 드라이아이스나 아이오딘화은(요오드화은)을 사용하기도 하고, 흡습성을 가진 염화칼슘을 쓰기도 한다. 액체 상태의 프로판 가스를 팽창시킬 때 주위의 온도가 떨어지는 현상을 이용하기도 한다. 이번 기상청의 경우처럼 비행기를 이용해서 고운 분말을 구름 속에 직접 분사시키기도 하지만, 강한 상승 기류가 있을 경우에는 지상에서 대포나 로켓을 이용하기도 한다.
과학적인 방법을 이용한다고 아무 곳에서나 인공강우가 가능한 것은 아니다. 구름 한 점 없이 바짝 마른 날의 인공강우는 절대 불가능하다. 대기 중에 없던 수분을 갑자기 만들어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결국 충분한 양의 수분을 머금은 구름이 있어야만 한다. 다시 말해서, 인공강우는 그냥 놓아두면 구름의 상태로 하염없이 지나가 버릴 구름을 얼음 조각이나 빗방울로 변환시키려는 노력이다.
그런 인공강우의 효용성은 어쩔 수 없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인공강우가 필요할 정도로 가뭄이 심할 경우에는 수분을 잔뜩 머금은 구름이 지나가는 것부터 기대할 수가 없다. 가뭄이 극심할 때는 구름을 구경하는 것도 어렵지만 다행히 구름이 지나가더라도 인공강우로 만들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수분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어렵다. 오히려 인공강우 기술은 비행장 부근의 안개를 제거하는 목적에 더 적절할 수도 있다.
더욱이 인공강우의 효과를 분명하게 확인하는 것도 생각처럼 쉽지는 않다. 비가 내렸다고 해서 반드시 그것이 구름 속에 뿌려준 인공핵 때문이라고 보기 어려울 수도 있다. 인공강우가 환경이나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도 분명하지 않다. 인공강우에 사용되는 인공핵의 양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무작정 안심해도 된다고 주장하기도 어렵다.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