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봅시다] 망중립성의 개념과 쟁점

"인터넷 서비스ㆍ콘텐츠 차별없는 제공"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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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봅시다] 망중립성의 개념과 쟁점
콘텐츠 업계 "이용자 후생 감소" 중립성 보장 주장
네트워크 사업자 "차세대 망 투자 유인 감소" 반대


지난 12일 망중립성 포럼이 결성됐습니다. 포럼은 공개, 비공개 회의를 거쳐 연내에 결과물을 도출할 계획입니다. 포럼에는 방송통신위원회와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등 정부 측 인사들도 참여할 계획입니다. 망중립성(Network Neutrality)에 대한 논의는 수년째 지속돼 왔으나 이번 포럼 결성으로 국내에서도 망중립성에 대한 논의가 공론화됐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망중립성의 개념=망중립성에 대한 논의는 기술적인 문제뿐 아니라 경제적, 사회문화적 요소들을 함께 포함하고 있어 이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망중립성은 초고속인터넷 사업자들이 서비스나 콘텐츠를 차별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골자입니다. 예를 들어 네이버의 트래픽이 많이 발생한다고 해서 KT가 네이버의 트래픽을 억제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즉, 네트워크 사업자들은 모든 서비스와 콘텐츠에 대해 중립적인 위치에 있어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일반인들의 입장에서 보면 망중립성은 매우 당연한 얘기이고 논쟁거리로조차 비쳐지지 않을 것입니다. 인터넷 서비스 초기에는 망중립성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인터넷에서 발생하는 트래픽이 많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데이터 트래픽이 증가하자 문제가 하나둘씩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특정 사이트에서 과도하게 트래픽이 발생해 다른 이용자들에게 피해가 돌아가는 것을 예로 들 수 있겠습니다. 회사에서 어떤 직원이 P2P 사이트에서 영화를 내려 받을 경우 다른 직원 PC의 인터넷 속도가 떨어지는 것을 경험한 적이 있을 것입니다. 이 때문에 P2P 사이트를 차단하는 회사도 생겼죠.

이같은 문제가 발생하자 초고속인터넷 회사들은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데이터 패킷을 분석해 중요도에 따라 전송 순위에 차등을 두는 기술이 대표적입니다. 중요도가 떨어지는 것은 전송 순위에서 밀리게 되죠. 사실 이러한 기술 때문에 일반인들은 큰 문제없이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이와 같은 `이용자' 차원에서 한발 더 나아가 사업자 입장에서도 서비스를 차별하면서 망중립성에 대한 논쟁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네트워크 사업자들은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기반위에 인터넷전화(VoIP)나 IPTV 등 부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서비스는 품질(QoS)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네트워크 사업자들은 더욱더 망의 트래픽 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네트워크 사업자들이 이같은 부가 서비스를 제공하다 보니 다른 인터넷 사업자들이 버젓이 자신들의 망 위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눈에 거슬리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넷전화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인터넷전화 업체들은 직접 초고속인터넷을 깔지 않고도 전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특히, 인터넷전화는 전통적인 통신 사업자들의 전화 매출까지 까먹으면서 말이죠.

네트워크 사업자들은 네이버나 다음커뮤니케이션 등 인터넷포털 사업자들에 대해서도 `무임승차'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인터넷포털 사업자들이 엄청난 양의 트래픽을 발생하고 이를 기반으로 돈도 많이 벌지만 정작 네트워크 투자에는 전혀 기여를 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통적인 통신사업자 입장에서 보면 재주부리는 이와 돈버는 이가 다른 셈이죠.

그러다 보니 네트워크 사업자들은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인터넷에 대해 차별을 두기 시작하기 시작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2008년 미국에서 있었던 비트토런트 사건입니다. 케이블사업자인 컴캐스트가 비트토런트의 P2P 트래픽에 대해 업로드를 방해하거나 지연시킨 것입니다. 이에 따라 두 사업자가 분쟁을 벌였고 결국 미연방통신위원회(FCC)는 소비자 동등접근권 및 공정경쟁 위배로 컴캐스트에 대해 시정 명령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미 법원이 최근 FCC의 결정이 잘못됐다고 판결함으로써 망중립성 논쟁은 더욱 거세지고 있습니다.

◇망중립성의 쟁점들=망중립성은 이용자가 웹사이트나 애플리케이션, 타 이용자, 단말기 등에 자유롭게 접속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근본 취지입니다. 비트토런트의 사건에서 보면 컴캐스트가 특정 트래픽을 방해한 것은 망중립성 원칙을 훼손한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다른 각도에서 보면 대량 트래픽 발생을 인위적으로 차단함으로써 다른 사용자들의 이용 편의를 도모했다고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망중립성에 대한 논쟁은 이렇듯 복잡하고 해법을 찾기 쉽지 않습니다.

또한 초고속인터넷 사업자들이 트래픽에 우선순위를 정하기 위해 패킷을 분석하는 것도 문제의 소지가 있습니다. 트래픽 분석 기술은 전체적인 트래픽 혼잡을 완화할 수 있다는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패킷을 `검열'한 것으로도 해석, 또 다른 논쟁거리를 낳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망중립성에 대한 논쟁은 크게 경쟁적ㆍ소비자보호 관점, 혁신에 대한 기여, 공공재로서의 인터넷 등 몇가지 쟁점이 있습니다. 망중립성을 옹호하는 측에서는 초고속인터넷 사업자들이 부가 서비스까지 수직 계열화하고 타 사업자를 차별할 경우 반경쟁적 시장질서가 형성될 수 있다는 사실을 지적합니다. 예를 들어, 초고속인터넷사업자가 인터넷전화까지 독점할 경우에 결국 소비자 후생이 감소될 수 있다는 거죠. 또, 혁신은 거대 통신사업자가 아닌 소규모 개인사업자로부터 나타나기 때문에 망중립성이 보장되어야 혁신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습니다. NHN같은 벤처기업의 탄생과 성장이 좋은 사례일 것입니다. 또, 통신망은 전력, 철도와 같은 공공 인프라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하지만 망중립성을 반대하는 측에서는 지나치게 망중립성을 강조할 경우 통신사업자들의 투자 유인이 감소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초고속인터넷 사업자들은 단순 전송 서비스에서 벗어나 애플리케이션을 결합해 매출과 수익을 증대시켜야 차세대 망에 대해 투자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지속적으로 망을 업그레이드해야 혁신적인 서비스도 등장할 수 있습니다. 초고속인터넷 사업자들이 현재와 같은 인터넷환경을 구축하지 않았다면 유튜브와 같은 서비스가 등장하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망중립성 논쟁이 뜨거운 미국과 달리 유럽은 비교적 차분하게 이 문제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나라마다 처한 상황과 통신이 발달한 역사가 다르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국내 상황에 맞는 망중립성의 원칙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강희종기자 mind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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