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욱 서울여대 경제학과 교수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210년 전인 1799년 11월, 초정 박제가는 정조의 왕지에 응하여 올린 `진북학의소'의 `지리 이칙'편에서 조선의 종자산업 육성을 강조했다. 그 내용을 간략히 보면,"서울 사람들은 배추종자를 해마다 연경에서 받아온다. 그러므로 맛이 매우 좋다. 그러나 이것도 3년 동안만 씨앗을 바꾸지 않으면 순무로 변해 버린다"는 것이다.
당시에도 맛있는 채소는 외국 종자를 수입해 재배해야 했고, 그러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사람은 서울에 거주하는 권세 있는 집안뿐이었을 것이다. 초정이 영평현령으로 가서 본즉, 농촌의 토종 배추맛은 서울에서 맛보았던 외국산 배추와는 비교가 되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로부터 2세기가 지난 오늘날 우리정부는 한국경제의 신성장동력으로 3대 분야 17개 산업(즉, 녹색기술 6개, 첨단융합 6개, 고부가서비스 5개)을 선정하여 스타 브랜드 62개를 키운다고 발표하였다. 하지만 그 중 종자산업 육성이 어디에도 언급되지 않은 것은 유감이다. 물론 첨단융합의 식품산업이 있지만, 식품산업은 제조에 중점을 둔 것일 뿐, 종자산업과 같은 원천기술 산업이 아니다. 금 한 돈(3.75g) 소매가가 현재 18만원이라고 아우성이지만 토마토 종자 1g(270립)은 시중에서 13만원대로 그 몇 배이다.
종자(種子)산업은 고부가가치로, 21세기 산업 시대에는 생명공학 융복합의 핵심이 될 수 있다. 이를테면 의약품은 먹거나 주사로 투입되는 약이 대부분이다. `먹는다'라는 공통점으로 본다면, 종자와 의약산업은 그 이상 좋은 궁합이 없다. 의약품에 필요한 요소를 종자와 결합한다면, 그냥 식사를 하거나 향기를 맡으면서도 필요한 약이 투입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종자를 이용하여 세계적인 히트 상품을 만든 예로, `미스 김 라일락'을 만든 미국인 미더 박사를 들 수 있다. 그는 1947년 북한산 백운대 부근의 털개회나무에서 얻은 씨앗을 미국으로 가져가 새로운 라일락 종자로 개발하였다. 그 새 종자의 이름은 그가 한국에 체류하는 동안 자신을 도와 준 타자수 `미스 김'의 이름을 딴 것이다. 이후 그것이 한국으로 역수입되었을 때, 우리는 묘목당 9~17달러를 지불해야 했다. 이미 미국의 농무부 야생식물 유전자원 자료은행에는 한국에서 채집해 간 식물만 1000여종이 넘는다니 앞으로 개발될 새로운 종자에 우리가 얼마나 많은 로열티를 지불하게 될지 가늠하기 어렵다.
불행하게도 한국의 대표적인 종묘회사는 1997년 외환위기가 나면서 한국 금융산업 구조조정 전도사들의 무지와 무관심으로 이미 외국 다국적 기업의 자회사가 되었다. 외환위기로 종묘회사들이 싼값으로 외국계 다국적 기업으로 인수될 때, 필자는 초정 박제가의 `북학의'의 구절을 생각하면서 정말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이미 세계 경제의 중요한 추세가 된 범세계화의 관점에서 보면, 경제에는 국경이 있지만 경제의 근간인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비즈니스에는 국경이 없다. 다국적 기업의 종묘회사가 한국 기업을 인수하여, 종자를 공급하는 것은 외국인 직접투자를 유치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나쁠 것이 없다. 그러나 한국인이 할 수 없는 분야의 외국인 직접투자를 유치해야 한국경제의 부가가치가 더 커지게 된다. 종자산업의 방매에 의한 외국인 투자유치는 외화 유동성은 확보하는데 도움이 되었겠지만, 부가가치가 큰 그린필드 투자는 아니었다.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어느 정부에서건 성장 동력이 강조되지 않은 경우는 없었다. 하지만 민주화 이후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내실 있는 지속적인 성장동력 보다 대통령의 업적 쌓기 위주가 되다 보니, 중점 성장 동력 산업이 바뀌고, 예산 집중 배분 영역도 달라져 국민의 세금인 귀중한 자원의 낭비가 있었다. 예컨대 5년 투자로 어느 한 분야의 성장 동력이 창출되기 어렵다면, 정권을 초월하여 지속될 수 있는 성장 동력 산업이 되어야 한다.
초정 박제가 이후 200여 년이 지난 지금에도 한국 종묘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외국계 종묘회사이다. 종자 산업은 한국 제조업의 아킬레스라 할 수 있는 신소재 및 부품 산업처럼 원천기술이 필요한 고부가가치 분야이다. 정부는 질곡의 가난을 넘어서 부지런하고 도전정신으로 가득 찼던 농민들이 종자산업의 융ㆍ복합화로 창출된 첨단산업의 일꾼으로 바뀔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당시에도 맛있는 채소는 외국 종자를 수입해 재배해야 했고, 그러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사람은 서울에 거주하는 권세 있는 집안뿐이었을 것이다. 초정이 영평현령으로 가서 본즉, 농촌의 토종 배추맛은 서울에서 맛보았던 외국산 배추와는 비교가 되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로부터 2세기가 지난 오늘날 우리정부는 한국경제의 신성장동력으로 3대 분야 17개 산업(즉, 녹색기술 6개, 첨단융합 6개, 고부가서비스 5개)을 선정하여 스타 브랜드 62개를 키운다고 발표하였다. 하지만 그 중 종자산업 육성이 어디에도 언급되지 않은 것은 유감이다. 물론 첨단융합의 식품산업이 있지만, 식품산업은 제조에 중점을 둔 것일 뿐, 종자산업과 같은 원천기술 산업이 아니다. 금 한 돈(3.75g) 소매가가 현재 18만원이라고 아우성이지만 토마토 종자 1g(270립)은 시중에서 13만원대로 그 몇 배이다.
종자(種子)산업은 고부가가치로, 21세기 산업 시대에는 생명공학 융복합의 핵심이 될 수 있다. 이를테면 의약품은 먹거나 주사로 투입되는 약이 대부분이다. `먹는다'라는 공통점으로 본다면, 종자와 의약산업은 그 이상 좋은 궁합이 없다. 의약품에 필요한 요소를 종자와 결합한다면, 그냥 식사를 하거나 향기를 맡으면서도 필요한 약이 투입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종자를 이용하여 세계적인 히트 상품을 만든 예로, `미스 김 라일락'을 만든 미국인 미더 박사를 들 수 있다. 그는 1947년 북한산 백운대 부근의 털개회나무에서 얻은 씨앗을 미국으로 가져가 새로운 라일락 종자로 개발하였다. 그 새 종자의 이름은 그가 한국에 체류하는 동안 자신을 도와 준 타자수 `미스 김'의 이름을 딴 것이다. 이후 그것이 한국으로 역수입되었을 때, 우리는 묘목당 9~17달러를 지불해야 했다. 이미 미국의 농무부 야생식물 유전자원 자료은행에는 한국에서 채집해 간 식물만 1000여종이 넘는다니 앞으로 개발될 새로운 종자에 우리가 얼마나 많은 로열티를 지불하게 될지 가늠하기 어렵다.
불행하게도 한국의 대표적인 종묘회사는 1997년 외환위기가 나면서 한국 금융산업 구조조정 전도사들의 무지와 무관심으로 이미 외국 다국적 기업의 자회사가 되었다. 외환위기로 종묘회사들이 싼값으로 외국계 다국적 기업으로 인수될 때, 필자는 초정 박제가의 `북학의'의 구절을 생각하면서 정말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이미 세계 경제의 중요한 추세가 된 범세계화의 관점에서 보면, 경제에는 국경이 있지만 경제의 근간인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비즈니스에는 국경이 없다. 다국적 기업의 종묘회사가 한국 기업을 인수하여, 종자를 공급하는 것은 외국인 직접투자를 유치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나쁠 것이 없다. 그러나 한국인이 할 수 없는 분야의 외국인 직접투자를 유치해야 한국경제의 부가가치가 더 커지게 된다. 종자산업의 방매에 의한 외국인 투자유치는 외화 유동성은 확보하는데 도움이 되었겠지만, 부가가치가 큰 그린필드 투자는 아니었다.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어느 정부에서건 성장 동력이 강조되지 않은 경우는 없었다. 하지만 민주화 이후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내실 있는 지속적인 성장동력 보다 대통령의 업적 쌓기 위주가 되다 보니, 중점 성장 동력 산업이 바뀌고, 예산 집중 배분 영역도 달라져 국민의 세금인 귀중한 자원의 낭비가 있었다. 예컨대 5년 투자로 어느 한 분야의 성장 동력이 창출되기 어렵다면, 정권을 초월하여 지속될 수 있는 성장 동력 산업이 되어야 한다.
초정 박제가 이후 200여 년이 지난 지금에도 한국 종묘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외국계 종묘회사이다. 종자 산업은 한국 제조업의 아킬레스라 할 수 있는 신소재 및 부품 산업처럼 원천기술이 필요한 고부가가치 분야이다. 정부는 질곡의 가난을 넘어서 부지런하고 도전정신으로 가득 찼던 농민들이 종자산업의 융ㆍ복합화로 창출된 첨단산업의 일꾼으로 바뀔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