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산책] 저탄소 녹색성장, 쉽고 작은 일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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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03-25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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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태 숭실대 컴퓨터학부 교수


며칠 전 지방에 갔다가 서울로 올라오는 시골길에서 생긴 일이다. 비도 부슬부슬 내리는 날이었다. 가로등도 제대로 없어 주변이 칠흙같이 어두웠다. 운전을 하는 것이 힘든 것은 물론이고 으슥한 기분마저 들었다. 기분이 찜찜한 밤에 혼자 운전을 하며 조심스럽게 달리고 있는데, 지나가는 교차로마다 계속해서 신호등에 걸리는 것이 아닌가?

사방에 오가는 차도 없는데 서너 차례 연속으로 빨간 신호에 걸려 기다리려니 짜증도 나고 그냥 위반을 하고 지나갈까 하는 유혹을 참기도 어려웠다. 아무도 없는데 그냥 지나갈까 하는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꾹 참고 신호등이 바뀌기를 기다리다보니 참으로 한심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대기오염의 대부분은 자동차에서 뿜어져 나오는 매연과 자동차 타이어의 노면마찰에 의한 먼지가 주범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또한 자동차가 시동을 켜 놓은 상태로 정지해 공회전을 하게 되면 불완전 연소가 많아 연료소비도 많고 매연도 많아서 탄소배출량 역시 크게 증가한다. 뿐만 아니라 자동차 엔진에도 좋지 않다.

특히 공기오염의 80~90%는 자동차 오염물질로 인한 교통 환경에서 비롯되어 대기환경을 저해하는 주범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과 같이 자동차의 역사가 오래된 선진국에서는 이러한 낭비를 줄이기 위하여 교통량이 적은 도로일수록 시간대별로 신호등 체계를 가변적으로 운영한다. 교차로 신호등이나 도로 바닥에 센서가 설치되어 있어서 초록불이 켜진 방향에 차량이 없는 경우에는 다른 방향에서 차량이 오는 것을 바로 감지하여 신호를 바꾸어 준다. 이를 통해 운행하는 자동차들이 가능하면 기다리는 시간을 줄여 주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좌회전 차량이 대기하지 않는 경우에는 좌회전 신호 없이 바로 직진 신호로 변경이 되기도 하여 불필요한 대기시간을 줄이기도 한다.

우리나라도 일부 도심에 차량이 많은 구간에서는 교통량과 신호등의 신호체계가 연동되어 있는 것으로 안다. 그동안 지능형교통정보시스템(ITS) 등 교통시스템을 지능형으로 구축하는 사업을 수도 없이 많이 벌였지만 대부분의 대상이 교통량이 많은 지역에 한정돼 있었다. 이 때문에 교통량이 많은 지역에는 ITS를 통해 신호등 연동제가 실시되거나 실시간으로 교통 정보가 수집되지만 그렇지 않은 지역에서는 신호등 체계 등이 천편일률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최근 저탄소 녹색성장이 화두이다. 정부는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해서 모든 산업 분야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또 이 분야에 정부의 예산도 집중 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효과적인 저탄소 녹색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크고 어려운 일에만 매달려 시간과 자금을 투입할 것이 아니라 작고 쉬운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특히 우리 생활에서 쓸데없이 낭비되고 있는 비효율성을 줄이는 일부터 해야 한다.

이번에 시골길을 운전하면서 전국의 신호등 체계를 지능화하고 시간대별로 가변적으로 운영을 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절실했다. 특히,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차량소통이 적은 한적한 도로의 교차로부터 센서를 설치하여 불필요한 대기로 인한 자동차 매연을 줄이는 일부터 하여야 한다. 이처럼 꼼꼼히 들여다보지 않아 방치되고 에너지가 낭비되는 일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얼마든지 있고 조금만 노력하면 쉽게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시험을 잘 보기 위해서는 쉽고 빨리 풀 수 있는 문제부터 풀어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정부는 전시하기 좋은 큰 일부터 추진하기보다는 당장 보이지 않지만 우리 주변에 일어나고 있는 작은 일부터 비효율적인 낭비요소를 줄여 나가는 정책에 우선 순위를 두어 추진해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된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한 기틀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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