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PP 증가 불구 의무편성 등 되레 시장왜곡 초래
지원부처 제각각…콘텐츠 업체 고려한 정책 아쉬워
1. 신성장동력 방송콘텐츠
방송의 핵심은 콘텐츠라는 말을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방송 산업에서 콘텐츠는 홀대받고 있다. 콘텐츠를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만 높았지 구체적인 실행방안에 이르면 소홀했다. 올해 방송통신융합의 원년을 맞아 콘텐츠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콘텐츠를 국가 성장 동력으로 바라보는 인식은 부족하다. 디지털타임스는 총 3회에 걸쳐 방송콘텐츠 산업의 현황과 문제점을 살펴보고 방송통신융합의 성공 열쇠를 쥐고 있는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의 활성화 방안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겨울연가로 대표됐던 한류 열풍이 시들고 있다. 배용준의 흔적을 찾아 한국을 찾던 일본 관광객의 수는 줄고 있으며 중국 등 아시아 일부 국가에서는 심지어 한류 배척 움직임까지 일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류 위기의 근본적인 문제를 단품 드라마 및 스타 위주의 해외 진출 전략에서 찾고 있다. 겨울 연가와 배용준은 몇 년 반짝이다 사라질 수 있다. 하지만 한류를 대표할 브랜드를 키웠다면 그 효과는 보다 지속될 수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한류 정책의 경우 지나치게 한국 정부가 앞서다 보니 외국 국민의 반감만 불러 일으켰다. 정부는 뒤에서 드러내지 않고 민간 기업을 지원하는 것으로 족하다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나라는 해외에 떳떳이 내세울 브랜드가 있을까. 미국에 디즈니가 있다면 우리나라는 무엇이 있을까. 애석하게도 선뜻 떠오르지 않는다. 대규모 네트워크와 플랫폼 우선정책 속에 콘텐츠 육성정책은 항상 뒷전에 밀렸고, 그 결과 우리는 해외에 자랑할만한 국가 대표급 콘텐츠 브랜드하나 키우지 못했다.
◇한국 대표 브랜드 없어=방송 콘텐츠 분야에서 브랜드화 할 수 있는 것이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이다. 미국의 경우 스포츠 중계의 ESPN, 영화의 HBO, 오락의 폭스(Fox)가 전문방송 채널로 성공한 좋은 사례이다. HBO 채널의 경우 강력한 브랜드를 구축해 해외 진출에 성공하고 있으며 플랫폼별 차별화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막강한 브랜드를 갖춘 외국 채널을 마냥 부러워할 일만은 아니다. 이들 외국 채널들은 그동안 한국 기업과의 브랜드 및 콘텐츠 제휴 등을 통해 우리나라에도 진출했다. 하지만 앞으로 한ㆍ미FTA가 체결되면 PP에 대한 외국인 간접투자 제한이 현행 50%에서 협정 발효 후 3년내 완전 철폐된다. 간접 투자 방식이지만 사실상 PP시장이 완전 개방되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이러한 외국의 강력한 PP에 맞설만한 브랜드가 없다.
PP 업계에서는 한미FTA 체결 이후 국내 방송콘텐츠 시장이 외국에 잠식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옛 방송위원회가 작년에 발간한 `방송부문 한미FTA 영향평가 연구' 보고서는 PP 시장 개방으로 국내 PP의 시장 점유율은 연평균 4.7% 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신, 외국계PP의 매출액은 연평균 1276억원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보고서는 "국내 PP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지원과 국내 콘텐츠 산업의 기반 강화를 위한 적극적인 지원 대책이 추진되면 부정적인 효과는 상대적으로 크게 축소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 PP 육성책 실종=하지만 지금까지 정부 정책은 PP 육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등록된 PP의 수는 무려 187개에 달하지만 상당수가 적자다. 소리 없이 사라지는 곳도 부지기수다. 사정이 좀 낫다는 온미디어나 CJ미디어 등 복수방송채널사용사업자(MPP)의 경우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한 MPP 관계자는 "사업자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해마다 판권 확보 비용이 늘어나고 있다"며 "한미FTA 체결 이후에는 그 비용이 더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PP 산업의 어려움은 잘못된 정부 정책에서 기인한 바가 크다. 2001년 PP 등록제 전 44개였던 PP 사업자 수는 등록제 이후 한때 200개를 넘었다. PP 수의 급증으로 전체 산업 규모는 일부 증가하는 효과를 거두기는 했으나 경쟁 과열을 불러와 건전한 방송콘텐츠 산업 발전을 저해했다. 공익 채널, 종교 채널 등 유선종합방송사업자(SO)가 의무적으로 편성해야 하는 채널수가 늘어나면서 PP의 어려움은 가중됐다. PP는 늘어났는데 오히려 가용 채널 수는 줄어들어 시장의 왜곡을 불렀다.
지상파방송사의 PP진출 허용은 케이블 시장의 지상파 콘텐츠 의존도를 높이는 역할을 했다. 지상파방송사가 소유한 PP들이 케이블 시청 점유율 상위를 휩쓸고 있다. 비지상파 계열 PP들도 인기있는 지상파콘텐츠의 재방송으로 편성표를 메우고 있다. 그 결과 방송콘텐츠 산업의 체질은 약해질 대로 약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방송콘텐츠에 대한 지원은 방송발전기금의 운용 주체인 방송위원회(현 방송통신위원회)와 콘텐츠 지원 주무부처인 문화관광부(현 문화체육관광부)로 이원화돼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두 부처가 방송 콘텐츠에 대해 밥그릇싸움을 벌였으나 PP 산업에 대해서는 오히려 공백도 발생했다. 문화부는 주로 독립제작사에 대한 지원을 우선하다 보니 PP에 대한 지원 정책이 소홀해졌으며 방송위원회는 지상파방송사, SO에 비해 PP에 대한 정책이 경시되는 경향이 있었다.
◇융합시대, 콘텐츠가 핵심=IPTV 등 다채널 시대를 맞아 콘텐츠 산업이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하지만 정작 PP 업계 종사자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업계의 생리를 모르고 하는 얘기라는 것이다. 한 PP 업체 관계자는 "수신료 매출 비중이 적고 광고 매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신규 매체의 출현은 광고 효과를 분산시킬 뿐 매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올해를 방송통신융합의 원년이라고 하지만 실질적인 콘텐츠 육성정책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한국을 대표할만한 채널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지금까지 정부의 산업 육성 정책은 네트워크-플랫폼-단말기-콘텐츠의 순환 고리에서 콘텐츠 희생을 강요해 온 게 사실이다. 그 결과 단말기나 플랫폼 산업은 확대 됐지만 정작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콘텐츠 산업은 오히려 열악해졌다는 분석이다. 산업의 건전한 선순환 구조는 만들어지지 않았다.
1995년 케이블방송이 처음 도입될 당시 1000억원이던 PP 시장은 작년 1조8000억원으로 성장했으나 최근 몇 년 사이 정체기를 맞고 있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관계자는 "타임워너 한 곳의 연간 매출액은 44조원에 달할 만큼 콘텐츠 시장은 무궁하다"며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방송 콘텐츠를 육성할 수 있는 정부 정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지원부처 제각각…콘텐츠 업체 고려한 정책 아쉬워
1. 신성장동력 방송콘텐츠
방송의 핵심은 콘텐츠라는 말을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방송 산업에서 콘텐츠는 홀대받고 있다. 콘텐츠를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만 높았지 구체적인 실행방안에 이르면 소홀했다. 올해 방송통신융합의 원년을 맞아 콘텐츠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콘텐츠를 국가 성장 동력으로 바라보는 인식은 부족하다. 디지털타임스는 총 3회에 걸쳐 방송콘텐츠 산업의 현황과 문제점을 살펴보고 방송통신융합의 성공 열쇠를 쥐고 있는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의 활성화 방안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겨울연가로 대표됐던 한류 열풍이 시들고 있다. 배용준의 흔적을 찾아 한국을 찾던 일본 관광객의 수는 줄고 있으며 중국 등 아시아 일부 국가에서는 심지어 한류 배척 움직임까지 일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류 위기의 근본적인 문제를 단품 드라마 및 스타 위주의 해외 진출 전략에서 찾고 있다. 겨울 연가와 배용준은 몇 년 반짝이다 사라질 수 있다. 하지만 한류를 대표할 브랜드를 키웠다면 그 효과는 보다 지속될 수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한류 정책의 경우 지나치게 한국 정부가 앞서다 보니 외국 국민의 반감만 불러 일으켰다. 정부는 뒤에서 드러내지 않고 민간 기업을 지원하는 것으로 족하다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나라는 해외에 떳떳이 내세울 브랜드가 있을까. 미국에 디즈니가 있다면 우리나라는 무엇이 있을까. 애석하게도 선뜻 떠오르지 않는다. 대규모 네트워크와 플랫폼 우선정책 속에 콘텐츠 육성정책은 항상 뒷전에 밀렸고, 그 결과 우리는 해외에 자랑할만한 국가 대표급 콘텐츠 브랜드하나 키우지 못했다.
◇한국 대표 브랜드 없어=방송 콘텐츠 분야에서 브랜드화 할 수 있는 것이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이다. 미국의 경우 스포츠 중계의 ESPN, 영화의 HBO, 오락의 폭스(Fox)가 전문방송 채널로 성공한 좋은 사례이다. HBO 채널의 경우 강력한 브랜드를 구축해 해외 진출에 성공하고 있으며 플랫폼별 차별화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막강한 브랜드를 갖춘 외국 채널을 마냥 부러워할 일만은 아니다. 이들 외국 채널들은 그동안 한국 기업과의 브랜드 및 콘텐츠 제휴 등을 통해 우리나라에도 진출했다. 하지만 앞으로 한ㆍ미FTA가 체결되면 PP에 대한 외국인 간접투자 제한이 현행 50%에서 협정 발효 후 3년내 완전 철폐된다. 간접 투자 방식이지만 사실상 PP시장이 완전 개방되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이러한 외국의 강력한 PP에 맞설만한 브랜드가 없다.
PP 업계에서는 한미FTA 체결 이후 국내 방송콘텐츠 시장이 외국에 잠식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옛 방송위원회가 작년에 발간한 `방송부문 한미FTA 영향평가 연구' 보고서는 PP 시장 개방으로 국내 PP의 시장 점유율은 연평균 4.7% 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신, 외국계PP의 매출액은 연평균 1276억원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보고서는 "국내 PP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지원과 국내 콘텐츠 산업의 기반 강화를 위한 적극적인 지원 대책이 추진되면 부정적인 효과는 상대적으로 크게 축소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 PP 육성책 실종=하지만 지금까지 정부 정책은 PP 육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등록된 PP의 수는 무려 187개에 달하지만 상당수가 적자다. 소리 없이 사라지는 곳도 부지기수다. 사정이 좀 낫다는 온미디어나 CJ미디어 등 복수방송채널사용사업자(MPP)의 경우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한 MPP 관계자는 "사업자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해마다 판권 확보 비용이 늘어나고 있다"며 "한미FTA 체결 이후에는 그 비용이 더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PP 산업의 어려움은 잘못된 정부 정책에서 기인한 바가 크다. 2001년 PP 등록제 전 44개였던 PP 사업자 수는 등록제 이후 한때 200개를 넘었다. PP 수의 급증으로 전체 산업 규모는 일부 증가하는 효과를 거두기는 했으나 경쟁 과열을 불러와 건전한 방송콘텐츠 산업 발전을 저해했다. 공익 채널, 종교 채널 등 유선종합방송사업자(SO)가 의무적으로 편성해야 하는 채널수가 늘어나면서 PP의 어려움은 가중됐다. PP는 늘어났는데 오히려 가용 채널 수는 줄어들어 시장의 왜곡을 불렀다.
지상파방송사의 PP진출 허용은 케이블 시장의 지상파 콘텐츠 의존도를 높이는 역할을 했다. 지상파방송사가 소유한 PP들이 케이블 시청 점유율 상위를 휩쓸고 있다. 비지상파 계열 PP들도 인기있는 지상파콘텐츠의 재방송으로 편성표를 메우고 있다. 그 결과 방송콘텐츠 산업의 체질은 약해질 대로 약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방송콘텐츠에 대한 지원은 방송발전기금의 운용 주체인 방송위원회(현 방송통신위원회)와 콘텐츠 지원 주무부처인 문화관광부(현 문화체육관광부)로 이원화돼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두 부처가 방송 콘텐츠에 대해 밥그릇싸움을 벌였으나 PP 산업에 대해서는 오히려 공백도 발생했다. 문화부는 주로 독립제작사에 대한 지원을 우선하다 보니 PP에 대한 지원 정책이 소홀해졌으며 방송위원회는 지상파방송사, SO에 비해 PP에 대한 정책이 경시되는 경향이 있었다.
◇융합시대, 콘텐츠가 핵심=IPTV 등 다채널 시대를 맞아 콘텐츠 산업이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하지만 정작 PP 업계 종사자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업계의 생리를 모르고 하는 얘기라는 것이다. 한 PP 업체 관계자는 "수신료 매출 비중이 적고 광고 매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신규 매체의 출현은 광고 효과를 분산시킬 뿐 매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올해를 방송통신융합의 원년이라고 하지만 실질적인 콘텐츠 육성정책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한국을 대표할만한 채널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지금까지 정부의 산업 육성 정책은 네트워크-플랫폼-단말기-콘텐츠의 순환 고리에서 콘텐츠 희생을 강요해 온 게 사실이다. 그 결과 단말기나 플랫폼 산업은 확대 됐지만 정작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콘텐츠 산업은 오히려 열악해졌다는 분석이다. 산업의 건전한 선순환 구조는 만들어지지 않았다.
1995년 케이블방송이 처음 도입될 당시 1000억원이던 PP 시장은 작년 1조8000억원으로 성장했으나 최근 몇 년 사이 정체기를 맞고 있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관계자는 "타임워너 한 곳의 연간 매출액은 44조원에 달할 만큼 콘텐츠 시장은 무궁하다"며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방송 콘텐츠를 육성할 수 있는 정부 정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