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증남 KAIST 전자전산학과 석좌교수
글쓰기 능력도 중요하다 - 변증남 KAIST 전자전산학과 석좌교수
지난 가을학기에 맡은 대학원 과목의 수강생 30명 중, 유럽 학생 4명과 미국계 학생 1명을 포함해 외국에서 온 학생이 여섯 있었다. 이 외국 학생들 덕분에 영어로 강의하기가 비교적 덜 쑥스러웠고, 또 심심찮게 이런 저런 질문을 해줘서 학업분위기도 상당히 활발했다. 무엇보다도 기억에 남는 것은 학기가 끝나면서 학생들이 제출한 기말고사용 프로젝트 보고서 가운데 외국 학생들의 보고서가 대부분 매우 인상적이었다는 점이다. 한국학생들 중에도 학업 성취도 면에서 모범적 학생들이 있었다. 그러나 보고서에 관한 한, 우리 학생들의 글은 대개 서론-본론-결론의 형식에서 단조롭게 내용을 전개한 반면, 이들 구미권 학생들은 각자 자기 나름대로 보고서 내용을 재미있게 구성했다. 형식적 요소를 빠뜨리지 않으면서도 굳이 틀에 얽매이지 않고, 펀치라인을 긋지 않고도 강조하고 싶은 것과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내용을 읽기 좋게 제시하는 기술이 있어 보였다.
단 몇 번의 경험만으로 구미 학생들이 한국 학생들보다 글을 더 잘 쓴다고 일반화한다면 성급한 판단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오랫동안 교육하면서 우리 학생들의 글을 읽어본 경험에 의하면 영어는 물론 국어로도 아직 우리 학생들의 글쓰기 능력이 약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최근 논술훈련을 받고 입학한 학생들에게 한껏 기대를 해보았으나, 그들이 사중택일(四中擇一)식 시험세대보다 글을 더 잘 쓰고 의사표현도 더 논리적으로 잘 한다는 느낌을 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영어인 경우, 학생들의 글은 세월이 가도 더 나아지는 것 같지 않아 답답하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이 나날이 증가하고 있는 현대 지구촌 사회에서 유창한 언어능력은 필수조건이 됐다. 읽기, 대화하기, 그리고 쓰기는 언어학습의 3대 요소이다. 이 셋 중에서 특히 어느 분야에서든 리더가 되려는 사람은 글을 잘 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글을 통해 시공간의 한계를 극복하고, 이견을 설득할 수 있으며, 자기의 철학이나 자신이 어떤 사람이라는 것도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다.
영국의 프란시스 베이컨은 `읽기가 (지식 등이) 넉넉한 사람을 만들고, 대화가 (어느 상황에든) 준비된 사람으로 만든다면, 글쓰기는 사람을 (매사에) 정확한 사람으로 만든다'(Reading makes a full man, a conference a ready man and writing an exact man.)고 했다. 사실 말할 때는 다소 표현이 잘못됐다 하더라도, 주변 상황이나 표정 또는 제스처의 도움으로 이해가 가능할 수 있다. 그러나 일단 쓰여진 글은 정확하지 않으면 작은 실수라 해도 종종 오해를 부른다. 불확실하거나 잘못된 정보에 근거한 주장이나 신념의 글은 신뢰받지 못한다. 큰 일을 맡을 지도자나 기관장을 뽑을 때, 그가 과거에 무엇을 했느냐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그가 어떤 생각을 하고있는가가 중요한데, 요즘 청문회에서처럼 질의 응답만으로는 사람을 정확히 알기 어렵다. 이럴 때 그가 쓴 글들의 모음집이 있다면 그것으로 그 사람을 보다 잘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글쓰기 능력도 중요하다 - 변증남 KAIST 전자전산학과 석좌교수
지난 가을학기에 맡은 대학원 과목의 수강생 30명 중, 유럽 학생 4명과 미국계 학생 1명을 포함해 외국에서 온 학생이 여섯 있었다. 이 외국 학생들 덕분에 영어로 강의하기가 비교적 덜 쑥스러웠고, 또 심심찮게 이런 저런 질문을 해줘서 학업분위기도 상당히 활발했다. 무엇보다도 기억에 남는 것은 학기가 끝나면서 학생들이 제출한 기말고사용 프로젝트 보고서 가운데 외국 학생들의 보고서가 대부분 매우 인상적이었다는 점이다. 한국학생들 중에도 학업 성취도 면에서 모범적 학생들이 있었다. 그러나 보고서에 관한 한, 우리 학생들의 글은 대개 서론-본론-결론의 형식에서 단조롭게 내용을 전개한 반면, 이들 구미권 학생들은 각자 자기 나름대로 보고서 내용을 재미있게 구성했다. 형식적 요소를 빠뜨리지 않으면서도 굳이 틀에 얽매이지 않고, 펀치라인을 긋지 않고도 강조하고 싶은 것과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내용을 읽기 좋게 제시하는 기술이 있어 보였다.
단 몇 번의 경험만으로 구미 학생들이 한국 학생들보다 글을 더 잘 쓴다고 일반화한다면 성급한 판단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오랫동안 교육하면서 우리 학생들의 글을 읽어본 경험에 의하면 영어는 물론 국어로도 아직 우리 학생들의 글쓰기 능력이 약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최근 논술훈련을 받고 입학한 학생들에게 한껏 기대를 해보았으나, 그들이 사중택일(四中擇一)식 시험세대보다 글을 더 잘 쓰고 의사표현도 더 논리적으로 잘 한다는 느낌을 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영어인 경우, 학생들의 글은 세월이 가도 더 나아지는 것 같지 않아 답답하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이 나날이 증가하고 있는 현대 지구촌 사회에서 유창한 언어능력은 필수조건이 됐다. 읽기, 대화하기, 그리고 쓰기는 언어학습의 3대 요소이다. 이 셋 중에서 특히 어느 분야에서든 리더가 되려는 사람은 글을 잘 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글을 통해 시공간의 한계를 극복하고, 이견을 설득할 수 있으며, 자기의 철학이나 자신이 어떤 사람이라는 것도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다.
영국의 프란시스 베이컨은 `읽기가 (지식 등이) 넉넉한 사람을 만들고, 대화가 (어느 상황에든) 준비된 사람으로 만든다면, 글쓰기는 사람을 (매사에) 정확한 사람으로 만든다'(Reading makes a full man, a conference a ready man and writing an exact man.)고 했다. 사실 말할 때는 다소 표현이 잘못됐다 하더라도, 주변 상황이나 표정 또는 제스처의 도움으로 이해가 가능할 수 있다. 그러나 일단 쓰여진 글은 정확하지 않으면 작은 실수라 해도 종종 오해를 부른다. 불확실하거나 잘못된 정보에 근거한 주장이나 신념의 글은 신뢰받지 못한다. 큰 일을 맡을 지도자나 기관장을 뽑을 때, 그가 과거에 무엇을 했느냐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그가 어떤 생각을 하고있는가가 중요한데, 요즘 청문회에서처럼 질의 응답만으로는 사람을 정확히 알기 어렵다. 이럴 때 그가 쓴 글들의 모음집이 있다면 그것으로 그 사람을 보다 잘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